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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호반건설, 어쩌다 소송까지 가게 됐나
서울신문-호반건설, 어쩌다 소송까지 가게 됐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08.12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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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내에서도 의견 분분
언론 사유화 vs 지면 사유화…”독자 위한 보도인지 반성해야“
서울신문과 새 주주가 된 호반건설이 법정다툼까지 진행하게 됐다.
서울신문과 새 주주가 된 호반건설이 법정다툼까지 진행하게 됐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새로운 주주와 회사 구성원이 갈등을 빚다 법적 공방까지 치닫는 언론계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신문 3대 주주가 된 호반건설이 지난 9일 서울신문 경영진과 우리사주조합장 등 7명을 특수공갈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 서울신문도 즉각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소를 예고했다.

‘언론 사유화’를 우려하는 서울신문 측과 ‘지면 사유화’를 비판하는 호반건설 측이 강대강으로 맞부딪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언론계에서조차 복잡한 이견들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11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그동안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언론사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비방기사를 견뎌왔다“며 ”그러나 거액의 투자자산을 무상으로 넘기라는 불법적인 배임행위를 강요하고 이를 위해 비방기사를 지속해 불가피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사의 공적인 지면을 사유화하는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호반건설이 매입한 서울신문 지분을 우리가 무상으로 달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호반건설 측이 먼저 이를 제안하고선 지난달 29일 공식 면담 자리에서 안건에 대한 논의 없이 합병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호반 측이 서울신문의 최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는지 시민단체들과 함께 도덕성과 기업 행태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 왔다”며 “지금까지 취재한 ‘꼼수승계’ ‘편법상속’ ‘공공택지 싹쓸이’ 의혹만으로도 호반건설은 독립적 위치에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해야 할 언론사주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6월 호반건설의 포스코 지분 전량(19.4%) 매입 이후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호반건설의 승계, 편법상속 문제 등을 지적하는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관련기사: 서울신문은 왜 ‘3대 주주’를 잇달아 저격하나
▷관련기사: 호반건설은 왜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했나?

건설자본이 언론사업에 참여할 경우 저널리즘 기능과 편집권 독립을 침해할 것이란 우려가 내부의 단결된 움직임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지역 언론을 인수한 다수 건설사들이 전파와 지면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언론계의 주된 시각이다.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사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방패막이로 악용되거나, 소유지 용도변경 등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을 살만한 사례들이 종종 있어왔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역지를 넘어 중앙언론에까지 영향력이 미친다면 그 폐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서울신문의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지면 사유화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서울신문) 내부 구성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언론계에서 모두 공감하는 바이나, 지면을 사유화하는 모양새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지면은 독자의 알권리를 위한 것임에도 서울신문이 사실상 사익(社益)을 위해 1면에 특집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과연 독자를 위한 건지 내부 구성원을 위한 건지에 대해서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호반건설이 불법적으로 주주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고 적법한 절차와 투자를 통해 취득한 건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론의 힘과 편집권을 자의적으로 유용하는 건 시장경제 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언론계 다른 관계자는 지분 무상 양도를 논하는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분을 무상 제공하게 되면 건설사가 300~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그냥 공중에 날리는 게 되는데, 그걸 받겠다는거나 주겠다는거나 둘 다 말이 안 된다”며 “경영이 어려워진 언론사들에 외부 자본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편집권 독립이나 경영 혁신안을 두고 협상에 나서는 게 보다 건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한 이야기로는 건설사가 인수하려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호반건설이라서 싫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더 자본력이 막강하고 브랜드 네임이 높은 회사가 인수하려했다면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지금 같은 수준이었을까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지분인수한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된 호반건설 측은 일련의 사태와 관련 “11일 자료로 나온 것들이 전부”라며 “검찰 조사를 받아봐야 알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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