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DMZ 광고’ 논란서 찾은 TMI 시사점
JTBC ‘DMZ 광고’ 논란서 찾은 TMI 시사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8.21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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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간 영역침범의 또다른 사례
플랜B, 사후관리 중요성 등 새삼 일깨워
JTBC가 DMZ 다큐멘터리 촬영 중 기아차 모하비 광고를 촬영했다고 단독보도한 SBS 뉴스 화면. 방송 캡처

[더피알=강미혜 기자] JTBC가 DMZ(비무장지대) 다큐멘터리 제작 중 스폰서 기업 광고를 촬영하다 물의를 일으켰다. 창사 기획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후원사인 기아자동차에 피해를 끼쳤으며, 국방부 등 중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관계에도 생채기가 났다.

JTBC 입장에서 무엇보다 큰 손해는 저널리즘이란 공적 역할 도중 상업적 이해가 침투하는 방송사의 ‘불편한 사실’이 일반 대중에까지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다. 유수의 언론사를 제치고 가장 신뢰받는 언론매체로 포지셔닝한 상황에서 결코 유쾌한 뉴스는 아닐 것이다.

이런 일반적 평가 외에도 ‘DMZ 광고’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종업 간 ‘영역 침범’이 빈번해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모든 플레이어가 한 번쯤 체크해볼 지점이다.  

첫째, 방송사가 상업광고 제작에 나섰다.

물론 이번 건은 프로그램 후원사의 PPL(간접광고)과 패키지로 묶여 판매돼 ‘순수 광고제작사’ 역할을 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어쨌든 기성 방송사가 상업 브랜드 광고를 제작하는 데 적극 관여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방송사들이 디지털 스튜디오를 꾸려 오리지널 콘텐츠와 브랜디드 콘텐츠 접점을 고민하고, 신문사가 별도 조직을 세팅해 네이티브 애드 유치에 나서는 행보와 유사하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멀티로 가용해 수익화를 꾀하는 전략이 TV용 다큐 프로그램에도 시도된 셈이다.

달리 보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전통매체가 광고회사 등 타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DMZ가 촬영장소이고 육군 협조라는 상황적 특수성이 없었다면 방송사 다큐팀의 상업광고 촬영은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방송사 수익창출의 새로운 ‘선례(先例)’가 됐을 수 있다.

둘째, 모든 프로젝트는 변수에 대한 TMI가 필수적이다.

JTBC의 실책은 광고 비즈니스를 해보지 않은 조직의 ‘미숙함’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우리(광고회사)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광고회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AE들이 가장 신경 쓰는 과정이 PPM(Pre-Producton Meeting)이다. 실제 현장 상황을 다각도에서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으로, 이를 통해 촬영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파악해 사전에 미비점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더욱이 상업광고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규제나 관련 법규 등이 엄격하고 사전·사후 점검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JTBC는 이 점을 간과했다. 한 마디로 광고 비즈니스를 너무 쉽게(?) 봤다. 콘텐츠형 광고를 시도하는 모든 매체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이다.

셋째, 마케팅 전략 수립시 플랜B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JTBC 다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DMZ 광고’로 모하비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기아차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아직 새로운 광고 촬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게 사측의 입장.

기아차는 DMZ 다큐 제작후원에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마케팅 예산을 고려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아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단일 프로그램 협찬비로는 ‘큰돈’에 해당한다.

더욱이 DMZ 광고의 주인공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기아차의 신형 콘셉트카 모하비다. 소비자 관심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일각에선 DMZ 다큐 제작 및 광고 중단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의도적 노림수는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아차가 협찬사로서 플랜B,C 상황을 가정해 정교한 설계를 했다면 돈 쓰고 이쪽저쪽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 황당한 일은 겪지 않았을 터다. 오히려 전국구 뉴스로 확산 되는 노이즈를 등에 업고 후속 마케팅을 재치있게 진행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사전홍보 못지않은 사후관리의 중요성이다.

JTBC는 창사 기획으로 DMZ 다큐를 준비하며 ‘국내 방송사 최초로 남과 북에서 모두 DMZ를 본다’는 점을 내세워 전방위로 홍보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한반도 긴장관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는 시기에 JTBC의 시도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방송 최초’라는 상징성이야말로 JTBC의 사회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런데 DMZ 광고 논란 이후 JTBC의 대응은 다분히 ‘레거시 미디어스럽다’는 인상을 줬다.

입장문을 통해 “JTBC는 국방부의 입장과 달리 제작을 진행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국방부와 해당 부대 장병,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립니다”고 밝히며 다큐 제작 중단과 책임자 인사조치, 기아차와의 협의 등을 언급했지만 엇박자를 낸 경위나 기타 여러 의문에는 함구하고 있다.

부정적 사건 발생시 뉴스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사 스스로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더 큰 신뢰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껄끄러운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진정성은 물론 진짜 홍보력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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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2019-08-21 20:12:07
이런 시각과 분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