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잰 손가락인가, 무딘 손가락인가
당신은 잰 손가락인가, 무딘 손가락인가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9.09.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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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점점 더 커지는 아날로그-디지털 세대 격차, ‘리터러시 교육’ 시급

“유럽 여행기간 내내 큰놈은 완벽한 가이드였다. 필요한 열차편을 원하는 시간에 최저 비용으로 예약하고, 배고플 때 부근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와 분위기, 종업원 친절도를 비교해가며 얄미울 정도로 괜찮은 메뉴를 선택, 제공했다. 숙소도, 쇼핑 장소도, 박물관과 미술관에 관한 정보도 말그대로 ‘워킹 딕셔너리’였다. 난 그저 큰놈을 ‘마당쇠’인양 앞세워 가며 나중에 지갑만 열었다.”

[더피알=최영택] 지난 여름 가족들과의 유럽여행기를 올린 앵커 출신 고교후배의 페이스북 게시글 일부다. 자신도 앱을 깔고 그 나이대 치고는 제법 손가락질할 줄 아는데, 아들에 비해 숙련도가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세대 차이와 디지털 격차를 실감했다고 한다.

정보탐색과 소통의 수준이 손가락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날로그세대와 디지털세대, 좀 더 디테일하게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Z세대들과의 디지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우선 무딘 손가락과 날렵한 손가락의 차이가 크다. 엊저녁에도 필자는 중국집에 전화를 하려다 말고 아들 놈의 손가락과 앱에 맡기고 말았다. 임원시절 PC를 가장 먼저 다루고 웬만한 강의교재도 혼자서 만들고 지금도 카톡, 페북, 모바일 쇼핑 등 디지털 소통에 자신 있다고 자부하는 데도 말이다.

디지털 격차는 세대간 소통 단절도 가져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고 본다. 리터러시(literacy)는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길스터(gilster, 1997)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광범위한 정보원에서 나온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_전경란(2015).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해』

지식격차가설(Knowledge Gap Hypothesis)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상위계층은 하위계층에 비해 정보를 더 빠르게 받아들여 시간이 흐를수록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정보격차의 문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혜택에서 배제된 개인이나 집단은 오랜 기간 소외되어 디지털 악순환(Digital Vicious Cycle)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인기 희망직업 중 하나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박막례 할머니, 지병수 할아버지 등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하지만 중장년층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상시 즐기고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시키며, 택시를 부르고, 해외 호텔을 예약하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정년이 연장되고 노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백세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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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부서나 PR회사 내에서도 이러한 디지털 격차 현상은 공통적으로 목격된다. 서로 세대 격차 문제로 손 놓기보다는 임원은 배우는 자세로, 사원은 배려하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에 손과 손을 맞대고 대화하는 정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날로그 세대 나름대로의 장점도 물론 있다. 깔끔한 음악 파일 소리 대신 LP판의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정답고,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해 먹는 음식보다 오래된 노포를 방문해 주인 할머니와 대화로 즐기는 음식이 더 맛있고, 앱을 통해 짜인 스케줄대로 따라가는 여행보다 무작정 떠나 발 닿는 곳에서 머무는 여행이 낭만적일 때도 있다.

이런 것 역시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의 옛 추억’이라고 치부해 버릴지더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 선후배들이라면 적어도 디지털 소외자나 무딘 손가락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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