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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2년, 바뀔 때 됐다
국민청원 2년, 바뀔 때 됐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9.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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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上] 순기능 속 역기능 폐해도
대중의 관심 넘어 가치 있는 의견 찾아야…여론형성 도구화 경계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 "원칙 다시 정립할 계획"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의 열린 소통을 상징한다. 이미지 출처: 청와대

[더피알=조성미 기자] 문재인 정부식(式) 소통의 대표성과로 꼽히는 국민청원. 2년여 기간 동안 정부와 국민을 잇는 핫라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슈의 블랙홀로서 기승전청원이 되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앞으로 2년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도움말(가나다 순)
김찬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디지털 소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국민청원과 제안(이하 국민청원)’ 게시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갖고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이다.

사실 국민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국회 청원, 민원, 국민신문고 등 다양한 주체들이 소통 채널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의견 개진 과정과 관계부처의 묵묵부답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에서 국민청원의 등장은 자못 신선했다.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SNS 계정을 통해 쉽게 청원 글을 올리고 30일 동안 20만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및 기관의 장, 대통령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가 공식 답변한다.

국민 이야기에 일일이 대꾸해주지 않던 정부가 반드시 응답해준다는 점은 많은 사람을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모여들게 했다. 국민청원이 이슈의 집결장이자 공론장이 되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OOO 관련 국민청원 **만 돌파’와 같은 소식을 뉴스로 전했다. 마치 국민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전문가들도 국민청원의 순기능을 대체로 높이 평가한다. 이철한 교수는 “국민청원이 오바마 정부 것을 벤치마킹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을 미뤄봐 이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볼 수 있다”며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미니소통방식’”이라고 말했다.

김찬석 교수는 “‘아무리 얘기한들 내 의견이 반영되겠어?’에서 ‘소통을 하니까 되는구나’라는 효능감을 국민들이 갖게 해줬다”며 또한 “국정 아젠다를 언론 및 경제·정치집단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 국정과 국민 관계에 질적 변화를 가져온 계기라고 풀이했다.

이종혁 교수는 좀 더 보수적 시각에서 “‘공론장’ ‘숙의’ ‘직접 민주주의’ 등 거창한 개념으로 국민청원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청와대와 국민 간 활성화된 대화 채널, 국민의 소통 갈증 해소 창구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여론쏠림 측면에서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성우 교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 민주주의의 단점으로 얘기됨)의 위험성 때문에 애초부터 반대했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이 아닌 헌법 제26조에 규정된 청원법에 따르면 된다”고 폐지의견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처럼 국민청원을 둘러싼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지난 7월 국민소통수석실 주요 비서관을 비롯해 디지털소통센터장을 교체하며 소통방식의 변화를 시사했다. 국민청원 2년 성적표와 함께 앞으로 보완할 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청와대의 답변을 들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청원 답변.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청원 답변.

20만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답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국민청원의 동력이다. 하지만 정량적 기준은 중요한 의제보다 사람들이 관심 갖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다수의 원칙에서 빗겨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정성적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찬석 교수 많은 공감을 우선순위로 하기 위해 20만이라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20만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소수의 가치 있는 의견도 있다. 그런 국민 목소리에 공식적으로 답하지는 않더라도, 국정의 과정에 녹여내고 귀 기울이고 반영해야 보다 진전된 운영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홍문기 교수 청원은 법·제도·정책에 있어 어떤 방향이 옳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을 따지는 것이지 여론은 아니다. 20만이라는 숫자 자체가 여론조사 대용으로 악용하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두 사람의 의견이라고 해도 유사한 이슈를 어떻게 모아서 어떤 맥락에서 법·제도·정책적으로 접근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피해를 볼 것인지, 발전 가능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청와대든 정부든 답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동의와 부동의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문제에 대한 의견을 양분화시킨 상황에서 숫자를 카운팅해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철한 교수 숫자를 기준으로 하니 포퓰리즘(Populism·인기병합주의)이 없을 수 없다.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청원 글을 분석해보면 어뷰징 청원이 20%, 특정인에 대한 상호비방이 5% 등 미리 걸러져야 하는 것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지난 3월부터 100명의 사전동의 기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데이터도 분석하고 있다. 청원이 실명제가 아니기에 한계는 있지만, 세대별·계층별·지역별 관심사는 무엇인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론한다.

또한 소수 의견으로 탈락했지만 계층적 이해를 대변하는 가치 있는 것들도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해서 지향점을 찾아 나갈 것이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청원들.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청원들.

국민청원은 현행 제도 안에서 불합리를 공론화하는 장이 되어야 하는데, 피해에 대한 일방적 호소나 정치적 의견표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아울러 진영논리 도구로 이용하려는 목적에서 청와대 답변보다는 몇 명이 동의했다를 근거로 여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찬석 교수 국민청원이 (불필요한 잡음을) 거르고 있다지만 정파적 입장, 특정 이해관계 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종혁 교수 사건·사고 등 현실적인 문제를 쟁점화해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바는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이나 소수 의견보다 ‘다수 의견’, 일상 문제보다 ‘사건·사고 위주’, 정책적 제언보다 ‘정치적 의제 표출’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청원이 강력한 플랫폼의 모습을 갖출수록 한 개인보다 조직 차원의 이해관계를 위한 주장과 쟁점 점화를 위한 전략 소통의 매체로 활용되는 빈도도 증가할 것이다.

이훈 교수 국민청원 참여제 의도는 좋다. 하지만 과연 이곳에 의견을 남기는 이들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 이는 국민청원 사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에 해당하는 얘기다. 의사를 표현하는 이들은 보수든 진보든 일반 대중보다는 강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질 수 있다.

관심이 없거나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절대다수의 의견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에 다가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으니 정부가 국민에 다가가는 좀 더 밀도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강정수 센터장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에 의해 작동하는 국민청원 사이트 역시 포털과 같이 의견을 내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몰려드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즉 빠른 속도로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지자 혹은 반대자들이 결집해 여론을 반영하는 것도 여러 기능 중 하나다.

청원이란 정책적으로 정상적인 프로세스로 안되는 민원들, 정부가 놓치고 있는 정책적 속도를 높이는 부분이 제 역할이다. 예를 들어 ‘리얼돌’(사람 형상을 본뜬 인형) 이슈와 관련해 법원 판결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여성가족부와 관세청, 청와대가 모여 논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정부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리얼돌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정하자는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을 파악해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는 조직에 정책적 민감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입법 주체가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당장은 아니지만 변화를 만들어간다.

그럼에도 청원이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타까움과 함께 붕괴되고 있는 기준들의 원칙을 다시 정립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 제언 下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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