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PR, 그 환상의 케미
AI와 PR, 그 환상의 케미
  • 김태연 (thepr@the-pr.co.kr)
  • 승인 2019.09.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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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태연 앨리슨파트너스코리아 대표
인공지능(AI)이 PR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기억은 1999년 광고홍보학 대학원 강의실로 올라간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셨던 교수님은 다가올 미래에는 손바닥 작은 스크린으로 언제 어디서든 TV나 영화를 보고, 팔목이든 옷이든 쉽게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고, 무인 자동차에 로봇까지 등장해 사람의 직업을 하나씩 대체해 나가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고 ‘예언’하셨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음 생애쯤?’ 하며 가볍게 듣고 넘겼었다.

꼭 20년이 지난 지금, 믿기 어려웠던 그 예언은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10년 전 일찌감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3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겨버리더니, 이번에는 ‘알파로’가 변호사들을 상대로 법률 분야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관련 판례들을 검색해 해당 법안을 분석하고 지적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10초.

이러한 현실이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콘텐츠 생산자들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로봇기자는 스포츠 경기가 끝나면 0.1초만에 뚝닥 기사를 송출하고,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은 수천건씩 그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PR 분야도 빅데이터, AI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PR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단순히 통계 보고서, 수치 등을 계량화해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반 대중(공중)의 소비행태, 라이프스타일, 이용 정보 채널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타깃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그들의 흥미와 반응을 불러일으킬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 채널별로 기획하고 창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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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중심적 측면에서도 ‘전략적 사고’가 뒤따른다. 공중과의 우호적 관계 증진의 방법을 찾고, 이슈나 위기에 대비한 주요 인플루언서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영역과 협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영역을 한 단계 더 넓혀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쏟아지는 임상 데이터, 보고서, 주요 정부 기관 정책, 다양한 공중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각각에 맞는 전략과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과 직결된 활동이므로 규제, 법적 근거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모든 관련자료(Evidence-based)를 철저히 분석한 다음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안목과 데이터를 통한 상상과 추론, 그 모든 것이 더해진 전략 인사이트가 도출돼야 비로소 성공적으로 목표를 완성시킬 수 있다.

AI, ICT 등 끊임없이 등장할, 그 이름도 낯선 새로운 테크놀로지들로 우리는 앞으로도 적잖게 당황하고 때로 좌절감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발짝 여유롭게 살펴보면 똘똘한 AI 어시스턴트 100명을 곁에 두고 커뮤니케이션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하면서 업을 확장해 성과를 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또 하나의 ‘핵심 기술(Key-technology)’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빅데이터에 날카로운 통찰력과 인문학적 해석력, 거기에 반짝이는 상상력까지 더해 더욱 가치 있는 데이터로 재산출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채널별로 실시간 기획하고 융합하고 실행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AI와 PR전문가가 함께 융합해 핵폭탄급의 위력을 떨칠 수 있는 ‘환상의 케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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