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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프레임’에 갇힌 기업들의 대처법
‘반일 프레임’에 갇힌 기업들의 대처법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09.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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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 여론에 마케팅·기업활동 올스톱
‘가짜뉴스’로 몸살…루머 선긋고 전략적 침묵 선택하기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국산 맥주들이 판매되고 있다. 노 재팬 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맥주는 자취를 감췄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국산 맥주들. 뉴시스

[더피알=박형재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일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불매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이 사태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잘못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번 굳어진 인식을 정정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반일 분위기를 등에 업고 ‘카더라식 뉴스’로 기업을 길들이려는 일부 언론도 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기업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팩트 틀려도 모르쇠

A기업 홍보팀장은 최근 인터넷매체 I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I는 이 기업이 ‘노 재팬(No Japan)’ 리스트에 오른 것을 계기로 하루가 멀다하고 악의적인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 소스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였고 추측성 내용과 주장이 주를 이뤘다.

A팀장은 “불매운동 이후 기존에 광고 거래가 없던 인터넷매체를 중심으로 비판 기사가 쏟아졌는데 그중에서도 I는 특히 심했다”며 “물론 건설적 비판은 감수해야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논란을 언론들이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받아쓰거나 오히려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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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기업 역시 언론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B기업 계열사에서 수입 유통하는 일본 제품에 대해 한 언론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된 오보를 냈는데, 이를 모든 언론이 받아쓰면서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B기업 팀장은 “보통 기업 관련 이슈가 있으면 사과하거나, 해명하거나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데 이번에는 여론 자체가 안좋아서 어떤 액션을 취해도 욕을 먹기 때문에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며 “따로 문의하는 언론에는 정확한 사실을 소명했지만 다른 언론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어쩔 수 없는 침묵과 무대응

불매운동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침묵’과 ‘무대응’ 전략을 쓴다. 민감한 이슈인만큼  가급적 주목받지 않기 위해 한껏 몸을 낮추는 것이다. 주력 제품에 일본에서 수입하는 원료가 조금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매 대상이 된 C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C기업 관계자는 “불매리스트에 오를 당시에는 기사가 많이 쏟아졌는데, 그래도 원료 수입처를 일본에서 동남아 국가로 바꾸고, 제품에 들어가는 함량이 미미하다보니 요즘은 기사가 줄어들었다”며 “다른 이슈는 홈페이지에 공지도 띄우고 하지만 이번 사안은 잠자코 있었다. 오해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전국 잎담배 생산 농민 200여명이 일본담배 불매운동 결의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14일 전국 잎담배 생산 농민 200여명이 일본담배 불매운동 결의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일본 자본의 투자를 받거나 일본 기업의 지분이 있는 국내 기업들도 불매 타깃이 되고 있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한국인이고 경영권 역시 한국 기업에 있지만, 지분에 따른 배당금이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며 일본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D기업 관계자는 “지분 투자 받은 것 이외에 경영간섭이 없고, 한국에서의 상당한 매출이 발생하며, 수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 추가 이슈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기업 관계자는 “처음 일본 불매리스트에 오르는 타이밍에 기업 공식채널을 통해 단호하게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이후로는 추가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일부 커뮤니티에서 조직적으로 음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상에선 수년전 이미 종료된 사건이 최신뉴스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다. 모 기업의 경우 일본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게시글과 사진이 함께 돌았는데 알고 보니 수년전 블랙컨슈머 소행으로 판명난 사안이다.

D기업 관계자는 “가짜뉴스와 카더라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모든 움직임 올스톱 

불매리스트에 오른 기업 실무자들은 한목소리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소비자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기업 관련 잘못된 오해들이 퍼져나가는데 이를 바로잡을 수 없어 난감해 한다. 

A팀장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일본으로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루머가 있는데, 사람들이 보이콧하는 일본 제품 수입사와 우리 회사는 별개 기업”이라며 “이번 이슈로 기업의 히스토리를 알리는 캠페인까지 벌였으나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B팀장은 “불매운동 이후 최소한의 제품 판매 외에는 모든 움직임이 올스톱됐다”며 “기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잘못된 오해가 계속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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