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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채용은 블라인드인데 용역은 ‘학벌주의’?
공공부문, 채용은 블라인드인데 용역은 ‘학벌주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9.1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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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기관 막론 제안서 양식에 최종학력·전공·학위 등 요구
조달청 가이드라인 無, 업계 “페이퍼 위해 부풀려 기재하기도”
정부부처 및 기관 등 공공부문의 용역 제안서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이건 정말 청와대 국민청원 감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공공부문의 용역 제안서 형식을 놓고 한 업체 대표가 학벌주의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부처나 기관을 막론하고 외주업체의 직무수행능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학력을 보는 것에 대한 쓴소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의식을 타파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앞다퉈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최근 추세와는 대비되는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부처와 기관, 그리고 지자체 등에서 내놓는 용역 관련 제안요청서(과업지시서)는 대개 업무담당자의 ‘학력 기입’을 요구하고 있다. 고졸 이하는 선택지에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해양수산부가 지난 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린 ‘수산분야 혁신형 산업 육성 홍보’ 용역을 보면 입찰 및 제안서 관련 서식 부분에 ‘참여인력 총괄표’ 양식이 있는데, 세부항목으로 ▲성명 ▲연령(O세) ▲근무경력 ▲본사업 참여직위 ▲최종학교(학위 및 전공) ▲투입비율(%) ▲담당업무 ▲주요업무 수행경력 ▲회사명 등을 제시해 놓았다. 

아울러 그 아래로 ‘참여인력 이력사항’을 또다시 표로 정리, 학력란에 ‘OO 대학교 OO 전공’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발주한 '수산분야 혁신형 산업 육성 홍보' 제안서 중 참여인력 이력사항 부분. 출처: 나라장터 

해양수산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관계 부서에 확인해 보니 연구용역 과제에 있어서 책임연구원, 연구원, 연구보조원 등으로 경력 기준을 구분해 놓는 것일 뿐, 특별한 규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확인 결과 ‘행사 대행’과 같은 업무에서도 유사한 양식을 쓰고 있었다. 

해양수산부 70주년 행사 대행 제안요청서 중 일부. 출처: 나라장터

지자체 중에선 서울시 건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주한 ‘보행안전문화 확산 캠페인’ 제안서를 보면 ▲성명 ▲직위 ▲담당업무 ▲투입기간(M/M) ▲최종학력(학교명) ▲해당분야 자격증 ▲해당분야 업무경력 등의 기재란이 있다.

서울시 역시 업무 투입 인력과 관련해 개개인의 생년월일과 최종학력, 학교명, 졸업연도, 전공 등을 요구하는 서식을 추가로 또 첨부했다.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대동소이하다.

서울시 '보행안전문화 확산 캠페인' 행사 대행용역 제안요청서 일부. 출처: 나라장터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표와 PM(프로젝트 매니저) 정도는 이해해도 솔직히 투입 인력 모두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학교가 업무 실력을 대변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비단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벌주의를 없애자는 사회 분위기와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력의 학력 수준이나 학교 이름이 (입찰 심사시) 주요 고려요인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도 “솔직히 (PR)업계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드문 것이 사실이다. 발주처인 공공에서도 그 부분에서 별 생각 없이 예전에 해오던 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공공부문 채용시 학력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마당에 대행업체 사람들에게만 학력 기재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이다”며 “석·박사급을 대상으로 한 연구용역이나 특수기술직이 아니고서야 학교나 전공으로 직무수행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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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에서 용역 제안서에 학력(학교)을 기재하는 것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담당 사무관은 제안서 작성 기준을 묻는 더피알 취재에 “정형화된 양식은 없고 각 부서에서 필요에 의해 (내용을) 판단한다”며 “(최종학력이나 전공 기입 건은) 뭐라고 (명확히)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정부 용역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조달청 관계자도 “수요기관에서 제안요청서를 작성해 보내오면 저희들은 해당 공고를 게시할 뿐”이라며 청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으며, 줘야 할 책임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용역 제안서를 위한 ‘학벌 우선주의’가 작동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에선 학력을 안 본다고 해도 어떻게든 일감을 수주하려는 업체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실제로 투입하지 않는 내부 다른 인력까지 부풀려서 기재하곤 한다. 페이퍼(제안서)에서부터 기죽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며 부작용을 언급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맞게 공공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교나 학위, 전공 등을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또 기계적으로 기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 분명 비판받을 점”이라고 짚으며, 직무수행 능력을 보려면 “참여인력 풀(pool)이 해당 프로젝트에 얼마큼 관여하고 실제로 실행하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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