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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TV광고에서는 생리혈을 볼 수 없나요?
왜 TV광고에서는 생리혈을 볼 수 없나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9.18 10: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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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용액 아닌 붉은혈 표현한 광고 심의불가 판정
다양한 시청층 고려 vs. 왜곡된 인식 만들어
생리를 ‘마법’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생리대 광고.
생리를 ‘마법’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90년대 생리대 광고.

 

나 마법에 걸렸어

[더피알=조성미 기자] 가임기 여성이 매달 겪는 생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제재가 많은 생리대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표현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통되지 않는 매직스라는 브랜드명에 맞춰 ‘한 달에 한 번 여자는 마술에 걸린다’라는 카피를 내세웠던 것이 생리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다소 현대적인 표현 외에도 ‘그날’이나 ‘대자연’ 등 중의적으로 생리나 월경을 대체하는 표현법이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생리대 제품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흡수력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생리혈과 같은 붉은색이 아닌 파란용액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발암물질 생리대 파문 이후 안전성에 대한 고민이 공론화되면서 생리는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달라지는 사회적 시선에 맞춰 광고 문법도 바귀고 있다. 생리대 브랜드 라엘과 화이트가 붉은 혈을 그대로 담은 캠페인 영상을 선보였으며, 나트라케어는 광고에서 생리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관련기사: [AD톡] 드디어 빨개진 생리대 광고

생리혈을 붉게 표현한 디지털 버전과 이를 편집한 TVC.
생리혈을 붉게 표현한 디지털 버전과 이를 편집한 TVC.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전통미디어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광고를 통해 붉은 용액으로 생리를 묘사한 라엘 광고가 TVC 집행을 위한 심의과정에서 ‘불쾌감’을 이유로 심의불가판정을 받은 것이다. 결국 생리혈 장면은 들어낸 채 송출되고 있다.

해당 광고의 사전심의를 진행한 한국방송협회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4조 품위 등에 대한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성기·음모 등 신체의 부적절한 노출, 생리작용, 음식물의 사용·섭취 또는 동물사체의 과도한 노출 등의 표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방송협회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다소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항이지만,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는 지상파의 특성 탓에 다양한 시청장의 시선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며 “생리혈이라서 안된다기보다는 직접적인 피의 노출은 물론 게임 CG로 표현된 피 흘리는 장면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규정에 의거해 그동안 생리혈이 지상파 광고에서는 파란색으로 표현됐다”며 “시청자의 정서적·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시청자들이 생리혈의 붉은 이미지를 수용하지 않기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미디어가 먼저 보수적 기준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파란피와 같은 표현 때문에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광고의 영향으로 생리혈이 파란색인줄 아는 남학생들도 있다. 파란색으로 돌려 표현하는 것이 생리를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면서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인 생리를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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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2019-09-19 13:52:14
남성 면도기 광고에선 털 다 보여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