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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기념주화, 발행국 없는 메달되나
독도 기념주화, 발행국 없는 메달되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09.19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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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 이후 진위 공방
유럽기획사 “공식 승인한 주화 시리즈”, 탄자니아은행 측 공식 부인
외교부 사실관계 확인 중…결과 지켜봐야
KBS가 보도한 독도 기념주화 관련 이미지.
KBS가 보도한 독도 기념주화 관련 이미지.

[더피알=안선혜 기자] 국내에서 250개 한정수량으로 판매된 독도 기념주화의 발행 국가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독도를 한국 땅이라 표기한 기념주화를 탄자니아에서 발행했다는 KBS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발행 주체로 지목된 탄자니아은행 역시 공식 부인하면서 사실상 일본 정부 손을 들어줬다. 한일 갈등 속에서 외교적 민감도가 높은 사안을 공영방송이 다소 가볍게 접근하다 빚어진 촌극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BS는 지난 14일 뒷면에 탄자니아가 새겨진 독도 기념주화를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기념주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이를 발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독도 기념주화를 다른 나라에서 발행해 국내로 판매하는 아이러니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해오고 있는 일본 정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1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주 탄자니아 일본대사관에서 탄자니아 외무성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중앙은행 등 탄자니아 정부가 그러한 기념주화를 발행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KBS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화 발행 당사자인 탄자니아중앙은행 역시 일본 정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더피알의 이메일 문의에 은행 측은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하며 “우리는 어떤 주조회사와도 계약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로 입장을 밝혔다.

독도 기념주화 발권승인 관련 문의에 탄자니아은행이 발송한 문서 일부.
독도 기념주화 발권승인 관련 문의에 탄자니아은행이 발송한 문서.

그러나 해당 기념주화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풍산화동양행 측의 말은 다르다.

화동양행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유럽 업체가 탄자니아 은행에서 발권승인을 받아 기획·제작했다”며 “지난해 가을 남북정상회담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7대 명산 시리즈 주화를 내던 회사가 당시 양국 정상이 함께 오른 백두산을 포함해 한라산, 독도 등을 ‘랜드오브코리아(The Land of Korea)’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라 밝혔다.

이번 독도 기념주화를 기획한 CIT코인인베스트AG 측 역시 “독도 기념주화는 탄자니아은행(BOT)에서 공식 승인한 ‘랜드오브코리아’ 시리즈 중 하나”라며 “현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탄자니아은행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독도 기념주화의 전세계 발행량은 777개로 세계 7대 명산 시리즈와 동일하다. 국내에 배정된 물량은 250개로 모두 팔려나갔다.

화동양행 관계자는 “독도는 백두산만큼 많이 판매되지 않았었는데, 연휴 동안 KBS 기사가 나오면서 완판돼 유럽 업체에 더 구할 수 있는지 문의 중이었다”고 전했다.

방송보도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한정수량이 모두 판매됐지만, 정작 발행국에서 부인하면서 법정통화라는 상징성이 사라지게 된 상황이다. 

기념주화는 통상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발권승인을 거쳐 제조되기 때문에 법정통화로써 지위를 부여받는다. 각 주화에 부여된 액면가만큼 해당 국가에서 화폐 가치를 인정받는 동시에 일반 화폐처럼 위조가 금지되는 법적 보호도 받게 된다. 순수 기념 메달과 비교하면 법적 지위나 상징성에서 차이가 있다.

각국의 기념주화가 자국이 아닌 탄자니아, 몽골과 같은 제 3국의 승인을 받아 발행되는 건 상대적으로 발권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국가를 찾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발행 국가 입장에선 수익사업이 되는 데다, 기념주화 판매가가 액면가보다 훨씬 크기에 자국 내에서 통화량에 영향을 미칠 일도 없다. 실제 이번에 주목받은 독도 기념주화의 경우 3000실링(탄자니아 화폐단위, 한화 1500원)의 가치가 부여됐지만 국내 판매가는 49만5000원이었다. 

고가의 기념주화가 ‘발행국 없는 메달’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면서 이를 최초 보도한 KBS 측도 난감한 모양새다. KBS 관계자는 “취재 내용(탄자니아서 독도 기념주화 발행)은 맞다”면서도 “그쪽에서 아니라고 주장하는 바에 대해 특별히 별도 입장을 내는 건 (현 상황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듯하다”고 말을 아꼈다.

논란이 계속되자 우리 정부까지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현재 탄자니아 측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결국 탄자니아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에 따라 독도 기념주화의 실체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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