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집회와 마흔 번의 인터뷰
갈라진 집회와 마흔 번의 인터뷰
  • 홍두기 기자 (tospirits@the-pr.co.kr)
  • 승인 2019.10.07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광화문-서초동 찾아 시민들 만나보니
세대·성별·의견 달라도 언론 인식 비슷…‘편파 프레임’ 숙제로 남아
지난 3일 광화문 집회 현장과 5일 서초동 집회 모습. 사진: 홍두기 기자

[더피알=홍두기 기자] 지난주 징검다리 연휴 기간 동안 서울 시내는 집회의 장이 됐습니다. 3일 낮에는 광화문 광장, 5일 저녁엔 서초역사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시민 인터뷰를 위해 두 곳을 모두 찾았는데 방송 카메라나 신문 기사에는 다 담아지지 않는 뒷단의 이야깃거리가 많이 축적된 듯합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광화문에선 2시간 30분 가량, 서초동에선 2시간 50분 정도 돌아다녔습니다. 서초동에 더 오래 있었던 건 단지 인터뷰이 섭외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일행끼리 서로 말 잘한다며 추켜세우면서도 정작 인터뷰를 요청하면 오케이 사인이 돌아오지 않더군요. 광화문에서 만난 이들이 짧더라도 더 시원시원하게 말해주긴 했습니다.

광화문과 서초동 구분할 것 없이 정말 인산인해였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참가자 숫자를 내밀면서 세 대결로 몰고 갔지만 아시다시피 검증이 불가능했습니다. 집회에 본격 참여하기 위한 장소 이동에만 10분 이상 걸리는데다, 유동 인원이 워낙 많은지라 셀 수 없고 세더라도 무의미한 집계라고 느껴졌습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양 집회 모두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들이 한 날, 한 장소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두 집회의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바로 참가자들의 연령대입니다. 숫자가 몇 명인지는 몰라도 이것만큼은 두 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니 파악되더군요. 광화문에는 50대 이상이 많았던 반면 20대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가족 단위 참가자도 드물었습니다. 30대 부부가 미취학 아동과 함께 오는 경우는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서초동에선 30~40대 시민이 가장 많이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초·중·고등학생을 동반해 가족끼리 찾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물론 혼자 와서 한켠에서 집회에 참여한 사람도 있었지만 60대 이상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20대 남성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젊은 세대는 주로 친구들과 함께 온 여성이 많았습니다.

집회 분위기도 사뭇 달랐습니다. 광화문에선 조금 더 경건(?)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집회가 열렸던 반면, 서초동에선 가수와 대학생 동아리가 공연을 펼치는 등 문화제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것이 좋은 집회다’ 할 건 없습니다. 광화문 집회는 “조국 구속”과 “문재인 퇴진”을 부르짖으며 현 정권을 규탄하는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서초동 집회는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응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솔직히 두 집회 모두 소름 끼쳤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하나의 메시지를 외치는 걸 눈앞에서 보면 그 자체가 전율을 일으킵니다. 

더피알 기자로서 이날 현장을 찾은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언론에 대한 시민의 생각을 듣기 위함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세대도 다르고 성별도 달랐지만 언론에 대한 인식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한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광화문 인터뷰 영상 보기
▷서초동 인터뷰 영상 보기

두 집회 참여자 대다수가 신문과 방송 등 전통언론 보도를 믿지 않기 때문에 TV를 보다 꺼버리고, 유튜브에 접속해 원하는 뉴스를 골라 본다고 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현상이지만 기자 신분으로 시민과 얼굴을 마주하고 직설적으로 들으니 체감온도가 확 달랐습니다.

특히 ‘편파적’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쓴소리를 들으니 더 좋은 걸 보여주고 싶더군요.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면서 기자의 개입을 줄이고 날것을 보여주고 싶어 인터뷰에 응한 시민 40명 개개인의 편집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 양측의 목소리를 전한다고 노력했는데도 영상이 나가자 더피알 기사에도 역시 편파적이라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받아들이는 독자 입장에서 그렇게 느껴진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의견에 정답이랄 게 있을까요?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때일수록 언론은 숫자를 세며 싸움에 불을 붙이기보단 시민들의 목소리를 올곧이 듣고 바꿔야 할 게 있다면 논의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역할을 못해 지금 욕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논조나 진영논리에 따라 취사선택해 보도하는 양태에서 벗어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사실보도로 사회적 공기(公器)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죠. 더운 날씨에도, 추운 날씨에도 밖으로 나와 오랜 시간 시민들을 만나보니 새삼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듭니다.

39번째 인터뷰이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언론들이 여기 나와있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많은 신뢰를 얻을 것 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