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엔 ‘참언론’이 나오는 건가
난세엔 ‘참언론’이 나오는 건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0.1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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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세월호 당시 기레기 현상 데자뷔
보다 진실한, 신뢰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정보 욕구 못 채워

[더피알=강미혜 기자] 요즘 정치권 못지않게 난리인 곳이 언론계다. 신문 방송할 것 없이 보도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고, 바깥에선 팩트를 제대로 보도하라 아우성이며, 비(比)언론이 언론을 감시·공격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세월호 당시 기레기 논쟁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달라진 부분이라면 그땐 존재감이 흐렸던 유튜브가 대안미디어로 치고 올라왔다는 점이다. 전통언론이 설 자리가 그만큼 더 좁아졌다.

세월호를 계기로 JTBC는 종편 프레임을 벗고 ‘저널리즘 첨병’으로 부상했다. 공영방송 KBS를 비롯해 수많은 언론이 기레기라 욕먹고 있을 때 JTBC는 다른 행보로 신뢰를 샀다.

당시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대형 이슈에 맞닥뜨리면 사람들은 여러 형태로 정보에 대한 갈증을 나타낸다. 진실한 정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며 그 점에 있어 JTBC가 국민 니즈를 파고 든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었다. ▷관련기사: 손석희의 JTBC 뉴스9, 시청자는 왜 빠져드나

그런데 6년이 채 지나지 않아 JTBC는 ‘TV중앙’이라는 소리를 듣고 거리에선 ‘돌아오라, 손석희’라는 구호가 맴돈다. 조국 사태라는 대형 이슈가 기성화된 언론 지형을 또다시 뒤흔드는 모양새다.

과거 분석을 복기하면 시민의 눈으로 봤을 때 진실한 정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공감할 수 있는 정보가 채워지지 않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선도 언론’이 사라졌다”

JTBC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언론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기사 하나에도 온갖 반박과 해석이 난무하고 언론사 내부에서조차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고 첨예한 갈등이 표출된다. 

사실관계를 다각도로 조명해 진실을 발라내야 할 언론들이 소란 속에 헤매고 있으니(혹은 헤매는 것으로 비치니) 혼란을 수습할 답이 좀처럼 안 나온다. 어딜 가나 못 믿겠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이다. ▷관련기사: 갈라진 집회와 마흔 번의 인터뷰

언론을 둘러싼 불신이 심화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정보 독점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핵심정보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소수가 유리하지만, 적어도 정보를 가공해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체만큼은 언론과 비언론의 경계가 없어졌다.

수년 전만 해도 인터넷 카페나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담론’이 형성됐다면, 지금은 유튜브 방송을 타고 국민적 이슈가 되고 있다. 심지어 제보도 언론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유튜브 언론인’이라는 불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동일한 사안과 동일한 인터뷰이를 놓고 KBS 보도를 조목조목 지적해 KBS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만 봐도 미디어 환경 및 위상 변화를 어렵지 않게 체감하게 된다.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으로 유튜브를 찾는 뉴스 이용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느 기자를 능가하는 유튜브 언론인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등장할지 가늠조차 안 간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난국(亂國)에 ‘참언론’이 나오는 듯하다. 안타까운 건 난국이 너무도 잦게 오고, 참언론이 너무도 쉽게 뒤집힌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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