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할부금→휴대폰 구입비’, SK텔레콤의 이유 있는 변화
‘단말기 할부금→휴대폰 구입비’, SK텔레콤의 이유 있는 변화
  • 홍두기 기자 (tospirits@the-pr.co.kr)
  • 승인 2019.10.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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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차원서 대고객 소통 메시지 바꿔
‘사람 잡는 글쓰기’ 책자, ICT 패밀사 및 자회사에 배포
SK텔레콤의 9월 요금안내서(좌)와 10월 요금안내서(우)
SK텔레콤의 9월 요금안내서(좌)와 10월 요금안내서(우). 단말기 할부금이라는 명칭이 휴대폰구입비로 바뀌었다.

[더피알=홍두기 기자] 10월부터 SK텔레콤 요금안내서에는 ‘단말기 할부금’이라는 명칭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휴대폰 구입비(할부)’라는 말이 쓰인다. 고객 관점에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표현을 달리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최근 홈페이지 배너와 공지사항, 대리점 홍보물과 안내책자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대고객 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있다.

사내 구성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엔 단행본까지 출간했다. ‘사람 잡는 글쓰기’라는 제목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북을 제작해 SK텔레콤을 비롯해 자회사, SK그룹 ICT 패밀리사에 배포했다. 

SK텔레콤의 이같은 고객친화 언어 작업은 지난해 10월 정식 부서가 된 커뮤니케이션·UX그룹에서 담당하고 있다. 사내용으로 만들어진 사람 잡는 글쓰기의 경우 그룹 내 디자인팀에서 기획·집필·제작을 맡았다. 출간을 이끈 민혜진 리더는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재검토나 재구성하는 일 못지않게 현업에서 팀별로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가이드북이 있으면 안 풀리는 것도 손쉽게 펼쳐보면서 공부하게 되고 업무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받아본 이들의 반응도 좋다. 1쇄로 700부를 찍었는데 호응이 높아 현재 2쇄 주문(1000부)이 들어간 상태. 민 리더는 ‘실용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잘못된 언어습관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를 들어가며 대안어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안어를 마련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임의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고객 대상 리서치 조사도 했어요. 의미를 다루기 때문에 국립교육원 자문을 받아 신뢰도와 정확도를 보장받았습니다.”

남녀성비 50:50, 연령대별 200명씩(10대, 60대는 각 100명)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서치를 통해 고객들이 선호하는 단어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됐다.

리서치 내용 가운데는 ‘단말기’와 ‘휴대폰’에 대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기존에 사용해온 단말기 단어에 대한 선호도는 21.4%인 데 반해 휴대폰이 78.6%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요금안내서 명칭 변화도 이런 피드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발간한 ’사람 잡는 글쓰기’는 쉽게, 짧게, 맞게, 옳게 쓰기라는 4가지 공식을 제시한다.<br>
SK텔레콤이 발간한 ’사람 잡는 글쓰기’는 쉽게, 짧게, 맞게, 옳게 쓰기라는 4가지 공식을 제시한다. 사진: 홍두기 기자

사람 잡는 글쓰기 책자에선 특히 ‘쉽게, 짧게, 맞게, 옳게 쓰기’를 강조한다. 글쓰기의 기본이지만 의외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이중 옳게 쓰기 파트엔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소한 지침도 담겨 있다. ‘존버’(존나 버티기), ‘가즈아’(가자를 길게 발음하는 감탄사) 등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신조어 사용을 지양하자는 게 단적인 예다.

민 리더는 “신조어를 무턱대고 쓰지 말라는 건 아니”라며 단지 “쓰기 전에 정확한 뜻이 뭔지 생각하면 스스로 걸러지는 부분이 있다. 단어의 근원부터 알고 쓰면 사업부에서도 자체 필터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숙제도 안고 있다. 민 리더는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지만, 가끔 젠더감수성이라든지 인권감수성이 조금 부족할 때가 있다”며 “최근에는 일본 이슈(한일 무역갈등)가 있는데 평소 일제잔재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피규어’는 ‘피겨’의 일본식 단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피규어가 더 익숙하다 보니 마케팅 용어로서 피겨보다는 피규어가 선호되고 있다.

민 리더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게 우리 팀의 생각”이라면서 “당장 모든 용어를 바꿀 수 없더라도 옳은 부분에 대해선 계속해서 얘기해야 않을까 싶다”며 커뮤니케이션 업무 담당자로서의 소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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