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죽음과 몰지각한 언론
설리 죽음과 몰지각한 언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0.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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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제목·표현 쓴 기자들 뭇매…유명인 비보 때마다 언론윤리 실종 반복
가수 설리의 비보에도 어김 없이 언론보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출처: JTBC2

[더피알=강미혜 기자] 가수 설리의 갑작스런 비보에 인터넷 악플 폐해가 사회문제로 재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몰지각한 언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설리 죽음을 보도하는 과정에서조차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온라인에선 ‘무개념’ 기사나 기자 흔적 캡처본이 회자되는 등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 보도 관행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일보가 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한 ‘가수 겸 탤런트 설리 극단적 선택 짧은 생 마감’ 기사는 분노를 유발한 대표 기사로 꼽힌다. 고인의 노출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올린 것도 모자라 기사 첫머리에 설리를 수식하는 표현으로 “‘노브라’를 주창해 온”이라는 문구를 쓴 것. 네티즌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기사는 제목과 함께 문제가 되는 사진과 표현이 수정됐다가 현재는 포털 뉴스에서 사라졌다.

스포츠·연예매체 스포티비뉴스의 한 기자는 설리 빈소를 기사화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유가족 뜻에 따라) 빈소 및 발인 등 모든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고자 한다”는 소속사 입장을 전하면서 빈소실명을 거론하는 ‘유체이탈화법’을 썼다. 심지어 ‘단독’ 타이틀까지 붙여 주목도를 높이려 했기에 맹비난이 가해졌고, 결국 기사 내용은 물론 기자 이름까지 바뀌는 촌극을 빚었다.

비단 이 기사들만 문제인 건 아니다. 설리를 둘러싼 각종 뉴스가 봇물처럼 나오는 상황에서 고인의 집앞에서 ‘옮겨지는 설리 고양이’가 포토기사로 다뤄졌는가 하면 ‘종현 이어 설리, 다음은 누구?…SM에 대한 우려 목소리’라는 경악할 만한 제목을 단 기사가 송출되기도 했다. 기삿거리에 천착한 나머지 언론이 놓치지 말아야 할 보편적 가치는 망각한 모양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유명인 기사에는 어김없이 언론윤리에 대한 지적이 따라붙는다. 대부분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아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자살보도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잘못된 자살보도는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다. 자살보도 방식을 바꾸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서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 존중’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클릭수 경쟁에 매몰된 언론들은 죽음마저 가십거리로 다루는 고약한 짓을 반복하고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자살 부르는 선정적 언론보도 막아야

자살을 미화 보도하는 것도 크게 경계해야 할 점이지만, 자살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악행’이다. 악플에 대한 사회적 반성은 수많은 기사를 낳고 있는데 언론 악행에 대한 자기반성 기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번에도 다음과 같은 간곡한 요청을 담은 메일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설리 사망사건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유서의 내용, 자살수단 등을 언급하지 않아 주시길 부탁드리며, 고인과 유족을 배려해 신중하게 보도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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