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가고 있다
기업들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가고 있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10.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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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보다 역량, 일 중심으로 시스템·문화 재편 중
현대차는 지난 9월 인사제도를 개편하며 승진연차를 없앴다. 사진은 직원들이 신차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현대차는 지난 9월 인사제도를 개편하며 승진연차를 없앴다. 사진은 직원들이 신차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더피알=박형재]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들이 기존 직급과 호칭을 간소화하고 평가·보상체계 수술에 나섰다. 직원 성장을 가로막는 옛날식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는 움직임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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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새로운 인사 평가제도를 9월부터 도입했다.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승진연차를 없앤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직원을 S·A·B·C·D로 나눠 상대평가 했다. 직속 상사는 최고등급(S)과 최하등급(D)을 각각 5%씩 부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A는 25%, B는 55%, C는 10% 비율로 직원을 평가했다.

절대평가에서는 등급 이름부터 긍정적인 느낌의 탁월·우수·충족·개선필요·미흡으로 바꿨다. 서열이 아닌 직원의 역량 강화와 육성에 더 신경쓰겠다는 취지에서다. 등급별 비율 제한은 없지만 최고등급인 탁월은 10% 내에서 부여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절대평가 도입과 함께 승진연차도 폐지했다. 기존 사원·대리는 4년의 연차, 과·차장은 일정 수준의 승진포인트가 필요했으나 이를 없앰으로써 역량과 성과가 탁월한 사람이라면 빠르게 올라설 수 있도록 조정했다.

기업은 혁신, 직원은 성장

성과관리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건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개편안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올해부터 자산관리본부의 KPI를 폐지한 데 이어 직원들 인사고과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꿔 실시했다. 영업 실적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소통을 늘리는 과정이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문화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잘하는 직원은 모두 우수 등급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사기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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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역시 올해 말부터 인력 관리와 성과 평가 방식 등의 개편을 검토 중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직급과 연봉이 올라가는 형식이 아니라 ‘직무·능력별 연봉 책정’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평가·보상 체계가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상대평가를 통해 직원들의 내부 경쟁을 독려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급격한 기술 발전, 높아지는 불확실성, 업종 간 경계 파괴 등으로 혁신하지 못하는 기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단순히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잘해 생산성을 높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에서 혁신으로 키워드가 이동하면서 평가 방식이 바뀔 필요성이 커졌다.

또한 100세 시대가 당연해진 밀레니얼과 Z세대 입장에서 성장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고 일생동안 여러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현재의 직장은 커리어에 있어 거쳐 가는 과정이 됐다. 회사에 있는 동안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면서 자기 주도적인 업무가 가능한 절대평가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도영 휴넷 인사책임은 “기업 입장에서 혁신이 필요해지고 직원 입장에서는 성장이 중요해지면서 절대평가 이슈가 등장하게 됐다”며 “동료들과 경쟁을 통해 더 잘하는 사람에게 보상하는 상대평가가 힘을 잃고 협업과 창의성을 발휘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할 수 있는 절대평가가 필요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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