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 퍼포먼스는 ‘그만’…세련되게 시위하자
과격 퍼포먼스는 ‘그만’…세련되게 시위하자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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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표현·현실성 떨어지는 메시지 거부감 커져
보편적 가치 추구, 동참 위한 호소·실현방식 새롭게 강구할 때

[더피알=조성미 기자] 대로변에 자리한 커다란 옥외광고판을 향해 크레인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안에 탄 사람들은 자동차 광고판 위에 검정색 스티커로 ‘내연 기관 이제 그만’이라고 새긴다. 대기오염을 막자는 대의적인 가치를 담고 있지만, 이거 좀 위태로워 보인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현대·기아차 본사 인근에 위치한 쏘나타 광고판을 통해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후변화 주범인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광고판 위에 덧칠한 것. 앞서 그린피스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친환경차 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람회장 입구에서 관람객 입장을 막거나 전시된 차 위에 올라가 ‘기후살인자’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하지만 과격한 표현 방식 때문에 사람들은 그린피스가 가리키는 달보다 손가락에 집중했다. 현대차 광고판을 무단 점유했다는 뉴스 아래로 동조보다 비판 댓글이 더 많았다. 타인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불법적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보다 표현 방식에 쓴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지금의 대중은 누군가가 피해를 보거나 보기 싫은 행동에 대해 싫음을 명확히 표현한다”며 “대중이 생각하는 적정선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마케팅이든 NGO의 계몽 활동이든 그 선을 넘을 땐 반감이 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구호의 공허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커뮤니케이션업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 생산을 지금 당장 중단할 수도 없고, 또 수많은 이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의 문을 닫아서도 안된다”며 “현실성 떨어지는 극단적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이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아니”라고 봤다.

대중도 더이상 일방적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름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발신한 주체와 단체를 검증하고, 그들 주장이 어떤 배경에 의해 등장하게 됐는지를 살펴본다. 합리적 추론의 과정을 거쳐 의도를 파악한 다음, 메시지를 수용할지 비판할지를 결정하는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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