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 역할 못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언론이 제 역할 못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9.11.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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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유튜브와 플랫폼 경쟁 넘어 콘텐츠 경쟁까지
정치적 목적서 ‘가짜뉴스’ ‘가짜여론’ 이용, 확대재생산
최근 KBS 보도 관련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KBS 카메라가 찍고 있는 가운데 의원질의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최근 KBS 보도 관련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KBS 카메라가 찍고 있는 가운데 의원질의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최영택] 최근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 사태를 두고 벌어졌던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KBS 사회부와의 공방전은 ‘유튜브 저널리즘’과 레거시(전통적) 저널리즘의 경쟁 구도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물론 유시민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한몫했지만, 그럼에도 몇 명이 만들어내는 유튜브 채널과 수천 명의 제작진이 있는 공영방송이 맞붙어 어깨를 겨루는 세상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맞붙는 정도가 아니라 유시민 일갈에 KBS 전체가 요동칠 정도였다.

미디어 환경 변화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됐다. 지상파를 비롯한 기존 언론의 파워와 광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영향력과 디지털 광고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최근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요즘 2030 세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이야기한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이는 아재나 줌마(아줌마)로 불린다. 물론 아재나 줌마들도 유튜브 방송을 즐긴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뉴스 생태계 지각변동에 있어 조국 사태는 또하나의 분수령이 됐다. 국민뿐 아니라 언론도 반대파와 지지파로 갈려 연일 ‘특종’과 ‘단독’으로 지면과 화면을 채우는 것에 신물 난 사람들이 신문·방송에 등 돌리고 손바닥 안 뉴스들을 찾아나섰다. 카톡이나 페북을 통해 전해지는 유튜브 콘텐츠와 가짜뉴스에 열광하는(?) 일이 노소를 막론하고 펼쳐졌다.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매주 펼쳐진 ‘집회 보고’도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양 진영에서 서로 현장을 생중계하고 사진을 그룹방에 올려 참여를 독려하면서 메신저와 1인 방송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모 방송사 부장은 “유튜브가 기성 언론을 대체하고 있다”고 평하며 이들을 ‘진영언론’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신의한수’나 ‘알릴레오’ 등은 강력한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구독자수 100만을 넘기며 여론을 형성하는 매체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뉴스 사업자들은 이제 유튜브와의 플랫폼 경쟁을 지나 콘텐츠 경쟁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한국 언론 어떻게 생각하세요?” - ①광화문에서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한국 언론 어떻게 생각하세요?” - ②서초동에서

여기서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유튜브 방송과 메신저 채널, 대형 커뮤니티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들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와 ‘가짜여론’이다. 선동자와 전문가들에 의해 ‘조작된 정보’가 조직적으로 만들어지고 배포, 유통되며 진영의 추종자들을 부추겨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다. 이런 현상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트키핑과 자정 기능이 없는 유사언론이 활개 치면서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언론 전체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등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후진국, 독재국가에서는 언론이 언론답지 못한 채 정권 나팔수로 기능해 국민이 폭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언론 개혁’을 논하니 개탄할 일이다. 일제치하에서도 독재정권하에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언론의 전통과 긍지를 어쩌다 잃어버렸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한국 언론들도 혁신을 거듭해 우량언론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디지털 유료독자 470만명을 보유한 뉴욕타임스(NYT)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39세의 발행인 설즈버거가 혁신을 주도하고 기획기사 하나를 위해 450명을 인터뷰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크 톰슨 NYT CEO는 “앞으로 돈 내도 아깝지 않을 저널리즘을 내놓지 못하는 언론사는 망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PR인들도 언론이 제 역할을 해서 신뢰받고 가짜뉴스를 몰아내야 공중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진짜 PR활동을 펼칠 수 있다. 한국 언론이 하루빨리 정치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형평성 있는 보도로 제 길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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