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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대고객 언어’가 달라진다
기업의 ‘대고객 언어’가 달라진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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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통사, 어려운 용어 개선 작업… LGU+ 쇼호스트 통해 ‘설득언어’ 개발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으로 전환, 친근한 관계맺기 시도

[더피알=박형재 기자] 기업의 언어를 고객의 언어로 바꾸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전문용어와 상품 설명을 고객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대체하고 친근하게 소통하는 움직임이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업 특성상 전문용어가 많은 금융 및 이동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언어 전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금융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는 ‘고객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을 11월 한 달 동안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날인은 ‘도장을 찍다’로, 내점은 ‘방문’으로, 차주는 ‘대출 신청하신 분’으로 대체한다. △징구 → 받게하다 △대환 → 기존 대출 상환 △현찰 매도율 → 외환현찰 살 때 환율 등으로 바꾼다. 이런 식으로 총 30개 용어를 개선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고객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객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 변화가 필요한 용어들을 선정했다”며 “보다 친숙한 용어를 사용해 고객들과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기업 중심의 용어를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고객 눈높이에서 소통하기 위해 ‘KB고객언어가이드’를 만들었다. 전문용어 및 일본식 한자어, 외국어 투의 단어나 문장, 과도한 높임말 등의 표현을 정리하고 대체어 사용을 은행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특히 은행원이 사용하는 언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행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제공합니다’를 ‘받습니다’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고시, 통보 → 안내, 알림 △계약응당일 → 계약해당일 등으로 쉽고 명확히 했다. 영업점, 지점, 창구 등 다양하게 쓰던 용어도 고객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지점’으로 통일했다.

국민은행에서 만든 KB고객언어가이드에 고객언어 4대 기본원칙이 나와있다. 
국민은행에서 만든 KB고객언어가이드에 고객언어 4대 기본원칙이 나와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보다 쉽고 정확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쌓게 된다”며 “디지털 소통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정보를 담은 텍스트의 중요성이 더 커졌고, 텍스트로 고객과 소통할수록 고객언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유명 쇼호스트 출신 장문정 씨와 황현진 씨를 지난 4월 자문으로 영입했다. 세일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객 공감을 끌어내는 화법을 개발하고 대리점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LG유플러스 대리점과 고객센터에서 판매 직원이 고객을 응대할 때 사용하는 ‘설득 언어’를 개발한다. 만일 ‘U+tv 아이들나라’ 서비스를 부모들에게 설명한다면 “IPTV 최초로 영어 레벨테스트를 도입해 영어 교육에 좋아요”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영어 동영상을 보여주면 금방 싫증내는데, 수준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보여줘서 그런 거에요”라고 대화하는 식이다. 부모들의 고민에 공감하며 대화를 시작하면 호기심을 갖고 설명을 듣게 된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홈페이지 배너와 공지사항, 대리점 홍보물과 안내책자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고객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있다. ‘사람 잡는 글쓰기’라는 제목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북도 제작해 사내 직원들과 자회사 등에 배포했다. 예를 들어 △‘NEW 단말’ 대신 ‘개통한 적이 없는 휴대폰’ △‘IMEI’ 대신 ‘휴대폰 식별번호’로 표기하는 식이다.

▷관련기사: ‘단말기 할부금→휴대폰 구입비’, SK텔레콤의 이유 있는 변화

이 같은 변화는 언어를 바꿔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브랜드가 권위를 내려놓고 고객과 친근한 관계맺기를 하는 움직임”이라며 “예전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들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많았다면, 이제는 고객 입장에서 참여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스토리두잉(storydoing)이란 관점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병화 수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가 심플”이라며 “고객 눈높이가 높아졌고 쉽고 간편하지 않으면 금새 다른 서비스로 떠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서비스나 제품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권 변화에 대해서는 “최근 DLF 사태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어려운 금융상품을 쉽게 풀어주는 것이 중요해졌는데 이와 맞물린 변화로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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