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박능후 장관 ‘성남 어린이집 성폭력’ 발언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박능후 장관 ‘성남 어린이집 성폭력’ 발언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12.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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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논란 자초…복지부 ‘대리사과’도 도마 위
아동 성교육 강화, 피해자 보호제도 마련 등 제도 정비해야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공직자는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한다. 특히나 국민 이목이 집중되고 공분을 사고 있는 이슈에 대해선 발언의 무게를 더 고민해야 한다. 긁어부스럼을 넘어 자칫 2차 가해라는 날선 비판까지 받을 수 있다. 

사건요약

지난 2일 국회 복지위에서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른바 성남 어린이집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질의했다. 답변 과정에서 박 장관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고 언급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상황

여론이 끓자 복지부는 당일 저녁 해명자료를 냈다. 박 장관 개인 견해가 아닌 아동 발달 전문가의 일반적인 의견을 인용한 것으로, 사실관계 확인 후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는 것. 하지만 장관의 실언을 복지부 명의 입장문으로 ‘대리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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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사과문.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사과문.

 

주목할 키워드

공직자, 말실수, 사과, 성인지감수성

전문가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코멘트

정하경주 활동가: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가해자 부모님들이 하는 말씀과 비슷하다.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란 취지인데 이는 대중 눈높이에도 맞지 않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한 변명이다.

아동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성폭력 가해자다’, ‘이 아이를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라고는 피해자 부모님들도 주장하지 않는다. 아직 성 의식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첫 번째로 고려할 것은 가해자, 피해자를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피해자 가족뿐 아니라 교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관점이다.

다만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서 피해자가 생겼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아이들이 성적 호기심이 있어 생긴 일이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위험행동이나 남을 다치게 하는 행위에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아이가 가해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수 있기에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지시키고 어떻게 조치할지 논의해야 한다. 

저희에게 연락 오는 성폭력 상담 중 유치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가해자 부모들은 ‘아이들간의 문제이고 어려서 그렇다’고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 든다. 피해자들은 유치원 등에 해결책을 원하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결국 피해자들만 답답해하다가 유치원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아동 성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가 혼자 싸우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한국적 정서에서는 아동에게 성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서 민간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이 아동 성폭력 문제를 재점검해야 한다. 

유재웅 교수: 박 장관의 발언은 일반 대중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다. 장관이라는 위치와 국회 발언이라는 주목도를 고려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만일 사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면 의원 질의에 ‘좀 더 알아보고 답변드리겠습니다’라는 정도로 대응할 수도 있었다. 오해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대리사과’한 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CEO나 조직의 책임자가 잘못된 발언을 하면 홍보팀에서 수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사고 치고 조직에서 해명하는 셈인데 이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논란을 부른 당사자가 직접 해명하는 것이 이슈를 더 빨리 진화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민들이 공정성과 책임을 분명히 따지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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