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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잇단 ‘언론 저격’, 이번엔 좀 달라질까?
언론의 잇단 ‘언론 저격’, 이번엔 좀 달라질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2.0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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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주요 방송사들, 고질적 언론 병폐 수면 위로 끄집어내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적 관련…자성·자정 노력만으론 개선 불가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이비 언론 문제를 조명했다. 방송 예고편 화면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이비 언론 문제를 조명했다. 방송 예고편 화면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달 한 방송사 PD가 사무실을 찾아왔었다. 언론문제, 더 정확히 얘기하면 기사를 무기로 갑질하는 기자들의 실상을 듣기 위해서였다.

더피알에서 그간 다뤄온 기사들의 배경, 취재 스토리를 전해줬다. 취재원들의 신분을 비밀에 부치기 위해 어느 정도 덜어내고 순화해서 말했음에도 “진짜 그 정도냐”며 연신 놀라워했다.

언론 생태계가 걷잡을 수 없이 혼탁해지면서 이처럼 언론이 언론을 저격 보도하는 일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웬만하면 타사 ‘치부’를 까발리지 않는 언론계의 암묵적 관행이 주요 방송사를 위시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달만 해도 지상파 방송 3사가 전부 언론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MBC ‘PD수첩’은 지난 3일 ‘검언(검찰·출입기자) 카르텔’ 문제를 제기해 파장을 일으켰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7일 방송에서 사이비 기자와 어뷰징 기사 문제 등을 파헤쳤다. 이튿날인 8일에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유가 기사 거래, 언론사 컨퍼런스 협찬 관행 등을 꼬집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광고가 줄어드니 기자질이 참 힘들다

과거와 달리 일부 언론의 일탈로 선 긋지 않고, 언론계 전반에 걸쳐 횡행하는 만성화·고질화된 병폐라는 데 공감대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 광고 등 전통적 수익창출 모델로 자생하기 힘들어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언론다움’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방책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의 반응 등을 보면 언론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 할수록 해당 언론사를 향한 독자(시청자)의 지지는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언론을 이해관계자로 두는 이들 사이에선 회의적 시선이 강하다. 지금 공론화되고 있는 언론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닐뿐더러, 뿌리 깊은 구조적 병폐에 기인하기에 자성과 자정 노력 정도론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기사를 미끼로 장사하는 기생언론이나 컨퍼런스 행사·협찬 관행은 언론사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도무지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 ‘정상적’ 뉴스 콘텐츠만으론 생존하기 힘들기에 ‘비정상적’ 뒷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상황이다.

수년 전 ‘나쁜 언론’ 리스트 발표라는 강수를 뒀다가 해당 언론사 관계자로부터 ‘회칼 위협’을 받았다는 경악할 만한 이야기를 접했었다. 그 뒤로 달라진 건 ‘기생언론’이라는 신조어의 출현뿐이다. 광고·협찬금만을 놓고 봤을 때 기생언론이라 불리는 매체들이 ‘양아치’ 수준이라면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조폭’에 해당된다는 살벌한 비유를 마주하기도 한다. 

실제로 기업 홍보인들 사이에서 ‘포럼상무’(언론사 주최 포럼·컨퍼런스 등에 참석하는 일이 주업이 되었다는 점을 희화화)라는 말이 수년째 나돌고 있지만, 올해 행사 목표매출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사가 차기 편집국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심지어 내년 대대적인 창립 행사가 예정된 언론사들 때문에 ‘협찬용 특별 예산’을 편성해야 할 판이라는 웃픈 소리마저 들려온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언론사들의 ‘쓸고퀄 행사’, 올해도 예외 없다

기자들을 떨게 했던 김영란법(청탁금지법)도 시행 2년이 채 안돼 사실상 사문화돼버렸다. 사정이 이러하니 “용기 내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아봤자 단 놈(?)만 잡아먹히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언론계가 십수년째 같은 문제로 같은 논의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유튜브에선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적용되는 ‘유튜브 구독자 이벤트 금지령’에 관한 것이다.

사은품을 내걸고 인위적으로 구독자와 조회수, 좋아요 등을 늘리는 꼼수 관행에 유튜브가 제동을 걸면서 요즘 유튜버들 사이에선 ‘12월 10일’이 일종의 데드라인으로 통하고 있다.

개정된 약관이 ‘이벤트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음에도 포괄적으로 해석해 미리 ‘몸조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면 채널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으니 유튜브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가이드라인 위반시 가해지는 제재가 강하니 무조건 룰(rule)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달리 보면 유튜브 생태계와 다르게 언론계는 반칙을 해도 처벌이 엄격하지 않아 유사한 문제가 반복 내지 심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선 저널리즘을 얘기하고 뒤에서 기사로 장사하는 언론의 두 얼굴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 분명한 건 잘못에 대한 분명한 처벌 없이는 지금의 언론 개혁 목소리도 또다시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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