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평준화 된 저널리즘, 해법이 안 보인다
하향평준화 된 저널리즘, 해법이 안 보인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1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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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옐로저널리즘 보고서 ③] 2년 전 대비 징계 횟수 급증
상업적 보도 노골화, “품위 중시 메이저 클릭장사 여파”

[더피알=박형재 기자]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구분이 없어졌다. 아홉가지 진실에 한가지 거짓을 섞은 편향된 정보들이 순식간에 확산된다. 이런 가운데 중심을 잡아야 언론들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충격’ ‘경악’ 등 호기심을 끄는 제목으로 무장한 옐로저널리즘 행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식으로 진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1년 간(2018년 10월~2019년 9월) 신문윤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정 현황을 살펴봤다.

① 최근 1년간 징계횟수 전수조사 결과
② 유형별 옐로저널리즘 사례
③ 하향평준화된 저널리즘, 전문가들 견해는?

제3차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결론이 나온다.

첫째, 한국 언론의 옐로저널리즘 행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심지어 악화일로다. 더피알 조사 결과 언론·방송사가 자율심의기구로부터 받은 징계 횟수가 2016년 574건에서 2017년 765건, 2019년 1019건으로 급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징계 내용도 선정적 콘텐츠, 범죄나 폭력행위 묘사, 자살보도 준칙 위반, 특정인 명예훼손 등이 늘어나 보도의 질이 나빠졌다.

둘째, 옐로저널리즘이 중앙언론에까지 확산되고 매우 보편화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클릭 장사’를 위한 나쁜 언론 행태는 스포츠지와 경제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조중동을 비롯한 10대 일간지까지 이런 방식의 돈벌이에 뛰어들며 온라인 징계횟수 1~10위를 싹쓸이했다.

셋째, 언론의 상업적 보도는 노골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홍보성 기사 291건 중 258건을 차지한 종이신문은 ‘지면의 사유화’에 거리낌이 없다. 가전제품, 부동산, 식품, 명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기업이 원하는 대로 지면에 실렸다. 조선일보는 건강보조제 ‘씨스팡’ 기사로 3개월 연속 징계를 받았음에도 몇 달 뒤 같은 광고를 다시 내보냈다.

이와 관련,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메이저 언론의 옐로저널리즘 보도와 상업적 기사가 예전보다 급증한 것이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지점”이라며 “품위를 중시하던 메이저들도 먹고살기 위해 클릭 장사에 뛰어들다보니 풍선효과로 스포츠지와 경제지의 징계 건수가 줄었다. 저널리즘의 품질이 경제 논리 앞에 하향평준화됐다”고 쓴소리를 냈다.

넷째, 신문을 감시 감독하는 신문윤리위와 방심위 징계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 언론들은 징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나쁜 행동을 반복했다. 이는 신문윤리위 등의 규제가 ‘솜방망이’여서 언론에 크게 부담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매체 유형별 징계횟수

2018년 10월~2019년 9월 신문윤리위, 방송통신심의위 심의결정 현황 참고. (옐로저널리즘 유형 분류는 더피알 자체 기준에 따른 것)

현재 신문윤리위는 같은 사안으로 1년에 3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언론사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방심위 제재는 3년마다 실시하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자료로 쓰이지만, 대부분 중징계 대신 권고나 의견제시 등 행정지도에 그치고 있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트래픽이 언론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를 감시·견제할 신문윤리위 등의 강제적인 처벌조항이 없어 언론들이 징계를 받아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옐로저널리즘이 개선되려면 규제기관의 심의와 규제를 지금보다 강화하고, 적발된 징계 내용을 국민에게 적극 알려 언론사에 부담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언론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국민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제고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JTBC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방심위의 가벼운 징계도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해 내부 직원들이 보도 준칙을 가급적 지키려고 한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나쁜보도는 언론사 스스로 자신을 망치는 행위라는 인식을 내부 구성원들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같이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에 기반을 둔 뉴스 유통 시장에서는 클릭 경쟁이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옐로저널리즘이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면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언론인 교육’을 강화해 저널리즘 품질은 곧 언론인 전문성임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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