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 채희국 칼럼니스트 (chk@hahmshout.com)
  • 승인 2020.01.02 16: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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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국의 작시성반]

‘채희국의 작시성반(作始成半)’ 칼럼을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PR과 마케팅 방법론과 이슈 상황에서 필요한 제언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더피알=채희국]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달리 보면 시작하자마자 절반을 해내야 한다니 얼마나 힘들고 중한 일인가. 시작이 반이라는 것은 끝맺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은 끝맺음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그럴 때 그 시작의 어려움과 중함은 위험함을 뜻하기도 한다.

스타트업(Start-up). 이미 그 명칭에 시작(start)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을 고안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함께 일할 팀을 꾸리고 어떤 형태건 모여 함께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면 어쨌든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시작했으니 절반은 해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창업에는 비용이 소요된다. 중장년의 창업 비용은 보통 직접적인 경제 가치, 즉금전으로 대부분 측정되지만, 청년 창업자들에게 비용은 다양한 형태로 부과된다. 일단 창업과 운용에 소요되는 금전적 비용은 논외로 하자. 청년들에게는 그보다 더 큰 인생의 기회비용이 부과된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자체 또는 그러한 기회가 갖는 가치를 말한다.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기업에 입사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몇 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도 있고 외국어를 익혀 외국기업에 취직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에 평생의 업으로 삼을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 그 포기된 기회들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청춘의 시간은 어떤 기회비용보다 소중하다. 그만큼 청년 창업은 지극히 모험적 투자다.

가치 제안의 성패

고도성장기가 실질적으로 마감되고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이 된 경제 현실에서 청년 창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은 2017년 기준 국내 총생산의 14.5%에 달하는 225조의 매출을 창출했으며, 전체 근로자 수의 4.1%에 달하는 76만명을 고용했다. 반면 생존율은 매우 낮다. 국내 창업기업의 5년 내 생존율은 27.5%에 그친다. OECD 국가의 평균 생존율이 40.9%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10년 후 생존율은 8%에 불과하다. 하지만 생존율과 폐업률이라는 숫자가 미처 담지 못하는 청년 창업의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PR과 마케팅 방법론을 공유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이슈를 PR과 마케팅 관점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해 모험적 투자를 응원하고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스타트업 종사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스타트업을 위한 PR 전략은 무엇인가”가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것은 없다. 다만 PR은 ‘공중(Public) 또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s)와 관계(Relations)를 맺는 것’이고, 그 관계는 대상 공중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제안하는 가치(Value)로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하곤 한다. 스타트업에게는 특히 그 가치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며, 브랜드 전략이 곧 비즈니스 모델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제품(또는 서비스)인데 왜 실패했을까요?” 사업에 실패한 창업자들의 하소연과 의문을 빈번하게 접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실패한 창업자들의 대부분은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품이나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치 제안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고객의 문제, 그리고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고객에게 제공되는 최종적인 편익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기업이 생각하는 가치와 고객이 받아들이거나 바라는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때 실패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혁신성’과 ‘사업성’은 대부분 의미가 없다.

지속가능 위한 커뮤니케이션

가치 제안의 대상은 제품과 서비스에 재화를 지불하는 고객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각각의 이해관계자에 따라 그 형태와 내용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투자자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다른 업체가 1인분에 3000원을 받고 파는 떡볶이를 1000원에 판다고 가정해 보자. 고객들은 열광하겠지만 투자자들은 외면할 것이다. 투입비용이 같다면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곧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가치와 투자자의 가치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이해관계자는 정책결정권자다. 제품과 서비스가 아무리 혁신적이고 특정 고객에게 뚜렷한 편익을 제공한다고 해도 정책결정권자 입장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그들에게 ‘정치적 부담’을 준다면 그 사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새로운 사업 때문에 특정 고객을 제외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공리에 부합하지 않고, 반대급부에서 피해를 입는 경쟁자들은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며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필자는 스타트업의 가치 제안에 관심이 없다. 가치 제안은 비즈니스 모델의 영역이며, 그 영역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몫이다. 더피알 독자와 함께 고민할 주제는 가치 제안의 영역이 아니라 그 가치 제안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의 문제다.

가치 제안을 어떻게 고객과 이해관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것이 스타트업을 위한 PR의 핵심이다. 아무쪼록 모험에 나선 항로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며 졸필의 시작, 즉 절반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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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2020-01-03 09:29:42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칼럼 지령 1000호 2000호까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