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재계 신년사에서 OO이 보인다
2020년 재계 신년사에서 OO이 보인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1.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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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장 준비, 고객, 디지털 전환 과제 등 두드러져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각계대표 및 특별초청 인사들과의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각계대표 및 특별초청 인사들과의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2020년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는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위기감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두드러졌다.

선도 기업들은 미래시장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2020년을 규정하고, 고객 중심 사고를 강조했다.

신년회 방식 변화를 통해 회사 노선을 드러낸 곳들도 있었다. 오프라인 신년회 대신 영상으로 갈음해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이해관계자들의 토론으로 리더의 신년사를 대체하며 사회와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2018년부터 시무식 신년사를 맡아온 김기남 부회장이 올해도 주자로 나섰다. 지난해 제시한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동일한 화두를 꺼내며, 2020년을 이를 실현하는 원년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고착화,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 투자·수출에서 소비로까지 침체 확산 가능성 등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성과를 발판으로 현재 사업 기반을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경기변화에 강건한 사업 체질을 만들자.


한편,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개발 현장에서 새해 첫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화성사업장 내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찾은 이 부회장은 DS부문 사장단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하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밝힌 새해 메시지 역시 미래 시장에 방점이 찍혔다.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밖에 ‘스타트업 창업가’와 같은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 ‘고객’ 중심 의사결정을 주문했다.

 

전동화(전기자동차)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전동화 부품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하여 총 44개(하이브리드 13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는 앱티브(APTIV)사와의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3년에는 상용화 개발을 추진해 나갈 것. 

로봇, PAV(Personal Air Vehicle : 개인용 비행체)를 기반으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 Urban Air Mobility), 스마트시티 등 폭넓은 영역에서 인간 중심의 스마트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개발과 사업 추진.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원가혁신 활동을 추진.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SK그룹 SK는 최태원 회장 신년사 없이 일반 시민과 고객,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듣는 방식의 신년회를 열었다.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의 허재영 대표 등이 발제한 가운데, 2020 행복경영을 주제로 SK 구성원 간 대담도 진행했다. 외국인, 여성, 신입사원에서 임원까지 패널로 참여했다.

SK그룹 측은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것은 SK가 지향하는 행복딥 체인지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 밝혔다. 


LG그룹 구광모 대표는 올해 오프라인 시무식 대신 디지털 영상으로 전세계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통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경영방식을 어필했다. LG그룹의 2020 주요 키워드는 ‘고객 가치 실천’이다. 다섯 가지 질문을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오늘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우리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 바로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이다,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실천이다.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 불평)에서 시작해야 한다. 페인 포인트는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고,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고객을 잘 아는 사람의 의견이 존중받고, 성과를 평가할 때도 고객의 행복과 감동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공감(共感)과 공생(共生)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고객과의 공감을 통해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사회와 공생하는 ‘좋은 기업’이 될 것을 당부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회사를 굳건히 지탱해 줄 핵심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 사업분야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우리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기업 문화와 관성적 업무 습관을 버려야 한다.    

롯데가 하는 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대내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임직원 모두가 글로벌 모범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3대 중점 사항을 전달했다. ▲안전한 일터선진적 노사문화 ▲사업 진화와 핵심사업 집중 ▲기업시민 경영이념 구현 핵심인 공생가치 창출 등이다.

2020년은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현재에 안주하는 이류(二流) 기업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변화와 혁신으로 명문가의 지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

철강사업은 미래 신(新)모빌리티 전환 등 수요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차 대상으로 통합 마케팅 체제를 구축하고, 친환경·프리미엄 강건재 제품은 기존 시장과 차별화를 통해 판매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AI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확산하고, 본사 및 해외법인의 품질 보증 체계를 혁신해 글로벌 One POSCO, One Quality(하나의 포스코, 하나의 품질) 생산체제로 진일보해 나가야 한다.

저성장 고착 국면을 극복하고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혼자 가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올해가 2010년 선포했던 ‘질적 성장 2020’(Quality Growth 2020) 비전의 마지막 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또 다른 10년의 질적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과 ‘정도경영’ 실천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각 사는 경쟁사 대비 사업의 질적 차별화를 가속화하며, 핵심사업은 글로벌 리더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적어도 10년 후, 우리 한화는 미래의 전략사업분야에서 ‘대체불가한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해야 할 것.

한화가 잘하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촉발된 기술을 장착하고, 경영전반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적극 구현해 나가야 한다.

‘정도경영’은 이제 한화인 모두의 확고한 신조로 뿌리내려야 한다. 한화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모든 업무들은 언제나 안전과 준법경영, 이 두 가지의 완벽한 실천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 회장.

KT그룹 올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KT는 황창규 회장과 신임 CEO 내정자인 구현모 사장이 참여한 가운데 신년 결의식을 가졌다. ‘지난 6년간 우리의 성과’ 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황 회장과 김해관 노조위원장이 함께 신년사를 담당했다. 이날 행사는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만여 임직원에는 생중계됐다. 

5G 기반의 AI 전문기업으로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 어디서나 AI를 누리는 세상을 주도해야 한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결국 답은 고객의 불만에서 찾아야 한다”며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인 포인트를 강조한 LG 신년사와 비슷한 맥락이다. 정 부회장은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 , 미래성장을 위한 신규사업 발굴 등 세 가지 역량에 집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말콤 글래드웰의 글을 인용, 자기가 사는 세상만 갉아먹다 보면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며 관습의 달콤함을 경계했다.

이와 함께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근본적인 본연의 경쟁력, 즉 ‘머스트 해브’(MUST-HAVE) 역량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CJ그룹 CJ그룹도 시무식 행사 대신 사내방송을 통해 손경식 회장 메시지를 전했다. 역시 실리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손 회장은 “혁신 성장으로의 전환은 향후 본격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핵심사업과 관련된 R&D 강화, 신기술 개발, 인재 확보를 통해 도전적인 초격차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혁신 성장 기반으로 기업가치 제고 ▲새로운 도약의 원동력이 될 초격차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 ▲’일류 인재’, ‘책임 경영’, ‘목표 달성’이 축을 이루는 CJ의 일류문화 정착 등이 과제로 꼽혔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은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에 주목했다. 모든 분야에서 업의 개념, 게임의 룰 바뀌고 있다는 것.

조 회장은 “변화는 나무 하나만 봐서는 알 수 없고, 숲을 봐야 한다”며 “숲은 고객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고, 숲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만 그 생태계 안에서 효성도 같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더 이익을 내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당부다. ‘숲속의 고객을 보는 기업, 그리고 그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기업’을 만들자며 신년사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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