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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과장급 CEO’ 아닌가요?
당신도 ‘과장급 CEO’ 아닌가요?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1.0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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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권한 이양의 딜레마

[더피알=김영묵] 작년 11월 초, 팔순을 앞둔 장모와 입대를 앞둔 아들 녀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이틀째 오전 시간을 보낸 곳은 섭지코지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카페였다. 넓은 바다,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이고 섭지코지의 억새밭까지 조망하는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였다.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다 살짝 시선을 내려 발치에 펼쳐진 억새에 눈을 두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억새밭 속에서 포착된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자 두 마리의 말이 가만히 풀을 뜯고 있는 게 보였다. 이내 포착된 또 다른 움직임. 들개로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강아지를 10분여 동안 눈길로 추적하면서 ‘여행의 참맛은 숲만 보는 것도 아니고, 나무만 보는 것도 아니라 숲과 나무를 함께 즐기는 데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조직의 리더 역시 그렇다.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주 맞닥뜨리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깨알 관리’(Micromanagement. 미시 관리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 본 칼럼에서 필자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고자 깨알 관리로 표현함) 스타일의 리더십은 과연 바람직한가?”이다. ‘주무관급 장관’이라거나 ‘과장급 CEO’라는 표현 역시 이 질문과 맞닿아 있다.

물론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숲을 봐야 할 때도, 나무를 봐야 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조직을 이끌고 그 조직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등에 따라 깨알 관리 스타일의 리더십이 바람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모범답안을 이야기한다면 요즘과 같이 복잡다기한 사회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스타일은 ‘깨알 관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첫 번째 칼럼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리더에 대한 정의를 제시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리더에게는 ‘제한적인,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가장 합리적이며 합목적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다수의 경영학자와 리더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 및 필자가 25년 이상 조직 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에서 형성된 관점이다.

이에 비춰 보면 ‘깨알 관리’ 스타일의 리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리더는 - 거듭 강조하는데 요즈음과 같이 복잡다기한 사회, 그 누구도 전지전능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하 직원들에게 이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LEader’는 경청(Listen)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며, 권한을 이양(Empower)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리더일수록 더 나은 경영 실적을 내고, 조직이 더 합리적으로 굴러가도록 하며, 구성원들로부터 더 존경을 받는다고 설파하는 학술 논문과 전문 서적, 전문가들의 칼럼이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리더들 역시 여전히 많은 이유는 뭘까?

알면서도 못 하는 이유

우선 권한 이양이 리더 본인의 무능함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말단의 업무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것이 미덕이자 리더의 실력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러한 믿음을 신봉하는 리더는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무능함으로 비치는 것을 두려워해 깨알 관리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권한에 동반하는 책임 이양이 책임 회피로 곡해될 것을 걱정하는 심리 역시 리더들로 하여금 권한 이양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부하 직원들에게 권한을 넘기면 그 권한에 부합하는 책임도 이양하는 것이 당연한데 누군가가 그것을 ‘리더 본인이 책임지지 않으려고 권한 이양이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틀어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탓에 깨알 관리 스타일을 고수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범위까지 권한을 이양해야 할지, 권한 이양 후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할지, 그와 관련해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에 대해 보고 배울 만한 ‘모범적 선구자’가 부재한 것도 맣은 리더가 권한 이양의 당위성을 이해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관리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지 못하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리더로서 어떻게 하면 권한 이양을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견해는 부지기수다. 지금까지 칼럼에서 그랬듯 필자는 세세한 기술, 방법론을 기술하기보다 큰 차원의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마침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관련 칼럼이 최근 실린 바 있어 차용해 본다. 좀처럼 깨알 관리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리더는 우선 부하 직원들의 업무를 사사건건, 시시각각 꼼꼼하게 챙기는 게 그들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것을 권유한다.

정기적으로(일간 회의는 지양하시라!) 회의를 갖고 업무 진행 상황을 전달 받음으로써 회의와 회의 사이 기간에 부하 직원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고, 예측가능한 타이밍에 리더에게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직원들의 능력과 역량을 신뢰해야 한다.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 덕목인 신뢰는 권한 이양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리더 본인의 전문 영역이 아닌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그 직원의 전문성을 전폭적으로 믿어야 한다. 모든 훌륭한 아이디어를 리더가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다. 리더는 부하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 분출되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

끝으로 리더 스스로 내심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설정해 놓았다면, 그것을 뛰어넘는 범위까지 권한을 이양할 것을 권고한다. 매우 중요한 업무에 봉착했을 때, 혹은 업무를 맡은 직원이 신출내기이거나 경험이 적을 때 리더는 권한 이양에 소극적이며 수시로 개입하는 경향을 띤다.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럴 경우 조직의 역량은 성장 한계에 빠지기 십상이다.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격언을 무색하게 하는 ‘깨알 관리자’의 습성인 것이다.

부하 직원들이 실패를 통해 성장하도록 오히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는 것이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나, ‘든든한 코치’라는 리더의 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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