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곰탕을 읽으며 곰탕을 먹는다
[마케팅 현장] 곰탕을 읽으며 곰탕을 먹는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1.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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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HMR 플래그십 스토어 내 ‘제일 맛있는 책방’ 탐방

브랜딩, 마케팅 수단으로 선호되는 플래그십 스토어. 기업들은 그 공간에 어떤 가치를 부여했을까요? 최근 이색 콜라보를 통해 제품 색깔을 달리 표현하고 있는 세 곳을 다녀왔습니다.

① 길림양행 - 허니버터아몬드 앤 프렌즈
② CJ제일제당 - 제일 맛있는 책방
③ 동화약품 -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

[더피알=정수환 기자]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 너무나도 익숙해진 단어다. 이 대열에 CJ제일제당도 뛰어들었다. 단순히 식품에 변형을 준 것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와의 접목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다가서려는 모습이다. 독립 서점 4곳과 CJ제일제당 대표 브랜드 4개가 콜라보해 ‘제일 맛있는 책방’을 꾸렸다.

‘HMR(가정 간편식) 플래그십 스토어 CJ더마켓 제일 맛있는 책방’이라는 제법 긴 풀네임의 이 공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본사 지하 1층에 자리 잡았다. 

이 회사 유용욱 브랜드마케팅팀 과장은 “CJ제일제당이 HMR을 통해 가정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줄였다. 그로 인해 다른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했다”며 “이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책방) 콜라보를 기획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CJ제일제당 HMR 플래그십 스토어 내 '제일 맛있는 책방'의 모습. 사진=정수환 기자.
CJ제일제당 HMR 플래그십 스토어 내 '제일 맛있는 책방'의 모습. 사진=정수환 기자.

서울에서 나름 이름 좀 날린다는 독립서점인 지구불시착, 책방연희, 가가77페이지, 미스테리유니온이 각각 비비고, 고메, 햇반, 백설과 협업했다. 이들 서점은 저마다의 기준과 색을 드러내며 매장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CJ제일제당 식품에 어울리는 책을 각 서점이 큐레이팅 해 전시하는 형식으로 콜라보는 진행됐다. 예를 들어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큐레이팅 했다면, 옆 매대에서 백설 초코칩 쿠키믹스를 파는 것이다. HMR 제품을 보며 책을 구매하든, 책을 보며 HMR 제품을 구매하든, 책과 음식의 상생인 셈이다.

음식과 책이 함께 진열돼 있다. 사진=정수환 기자.
음식과 책이 함께 진열돼 있다. 사진=정수환 기자.

견본 책들은 모두 ‘시식용’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었다.

특정 책에는 각 독립서점이 어떤 이유를 갖고 큐레이팅 했는지 설명이 쓰여있다. 마음의 양식을 직접 시식한다는 발상을 왜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나름 재치가 느껴진다.

'시식용' 스티커가 붙은 견본 책들. 사진=정수환 기자.
'시식용' 스티커가 붙은 견본 책들. 사진=정수환 기자.

박지희 CJ더마켓 매니저는 “직원들이 수시로 와서 책을 사기도 한다. 일반 손님들도 우연히 이 곳을 방문하면 신기해서 사진을 찍는다. 외국인들도 신선해하며 진짜 파는 책이냐고 묻기도 한다”고 반응을 전했다.

바로 옆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일 유익한 식당’에서는 책에 등장하는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다. 현재는 김영탁 감독의 <곰탕>에서 ‘떡만둣국’과 ‘곰탕’ 두 가지 메뉴를 뽑아내 판매중이다.

음식에 대한 설명도 책에서 착안했다.

“2063년에 궁금했던 곰탕의 국물 맛은 무엇이었을까. 큼직한 비비고 왕만두와 떡과 함께 든든하게 즐기는 비비고 사골 곰탕”

“주인공 이우환을 타임머신까지 타게 만든 곰탕의 레시피를 찾아서, 소꼬리, 양지수육, 스지를 8시간 우려낸 비비고 사골곰탕에 넣어 영양이 가득한 사골곰탕 한상”

판매하는 메뉴에 써있는 설명들. 책에서 따왔다. 사진=정수환 기자.
판매하는 메뉴에 써있는 설명들. 책에서 따왔다. 사진=정수환 기자.

전에 읽었던 <곰탕>을 생각하며 곰탕을 한 술 떴다.

책 속 인물의 고단함이 전해졌다. 주인공 이우환이 고군분투하며 찾은 곰탕 레시피가 여기에 첨가돼 있는 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

판매되고 있는 곰탕. 사진=정수환 기자.
판매되고 있는 곰탕. 사진=정수환 기자.

메뉴는 주마다 바뀌고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주제로 뽑혔다면 그 주에는 식당에서 떡볶이를 팔고,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라는 책이라면 그 주는 돈가스를 판매한다.

볼거리도, 맛볼거리도, 즐길거리도, 없는 게 없는 공간이었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위치. 본사 지하 1층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사람들이 접근하기엔 다소 어려워보였다.

구경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정수환 기자.
전광판에 책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정수환 기자.

유 과장은 “꾸준히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한 해에 4번 정도 컨셉을 변경해 볼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이 만든 식품을 즐기면서 남는 여유 시간에 저희 공간에도 많이 와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책방은 오는 17일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우리의 생활을 간편하게 만든 HMR. 이를 선도하는 기업이 CJ제일제당이다. 삶의 여유를 제공하고 그 여유의 대안책까지 마련하는 그들 노력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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