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보면 위기가 보인다
데이터를 보면 위기가 보인다
  • 이경락 (ragie77@bflysoft.com)
  • 승인 2020.01.0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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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ATA] 위기 시 소방관 아닌 항해사돼야

데이터가 주는 인사이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더피알=이경락] PR 영역에서 위기의 일상화는 이제 상식에 가깝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감정 섞인 불만을 이야기하고, 어떤 정보는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채 네트워크 속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다년간 쌓아놓은 평판도 한 차례의 실수로 무너져 내린다.

예전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사건도 여론의 바람을 타면 순식간에 악명의 돌풍이 되어버린다. PR 담당자는 조직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미의 전도사가 아니라, 화재 현장의 최전방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이 된 지 오래다.

소화기 대신 CCTV

소방관으로서 뛰어다니지 않고 화재를 막는 방법이 있다. 애초에 화재 예방 활동을 강력하게 하는 것이다. 사방에 CCTV를 두고 철저하게 감시하면 무거운 소화전 호스를 들고 출동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는 위기관리의 사전 대응 단계를 철저하게 수행함으로써 가능하다. 이슈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쟁점이 공중에 확산되기 전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불씨를 잦아들게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병으로 꼽히는 AI(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사내에서 벌어진 불공정과 갑질에 대한 불만이 어느 날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고 수많은 이용자의 ‘좋아요’를 받아 베스트 글이 된다. 삽시간에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돼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게시된다. 이를 집중적으로 취재한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조직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진다.

만약 제일 처음 커뮤니티에서 불만이 올라왔을 때, 인사 담당자가 즉시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사안이 그렇게 확장되었을까? 물론 조직 내에서 갈등적 사안이 발생하게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겠지만, 그 문제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조직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위기에 혼란스러워하게 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이라고 하는 분야인데, 다양한 인터넷 소스를 수집하기에 용이한 플랫폼들이다. 조직과 관련한 키워드들을 입력하면 온라인 뉴스나 특정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슈를 수집해준다. 이슈가 발생한 초기에 대응 가능하도록 빠르게 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게시물들이 조직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AI를 통해 파악하고, 부정적 이슈 중에서도 특히 더 문제라고 판단되는 것들은 알람으로 제공한다.

실제로 최근 필자가 모 공기업의 긍·부정 평가가 된 뉴스 기사 6만건을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평가해본 결과 긍정과 중립 부정의 평가 정확도는 89%, 단순히 긍·부정만을 분별하는 정확도는 97%에 이르렀다. AI 덕분에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실시간적으로 이슈의 부정성을 파악해 바로 조직에 알려주는 위기관리 모니터링이 가능해진 셈이다.

쌓지 말고 분석하자

PR 전략에 있어 빅데이터 활용 역시 매우 빈번해지고 있다. 과거 방대하게 쌓여만 있던 데이터가 다양한 영역에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정보성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다. 텍스트로만 이뤄졌던 비정형의 신문기사도 다양한 메타정보를 가진 빅데이터가 되면 거시 경제를 읽는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비재무 정보들을 모아 기업의 평판을 지수화할 수도 있다.

뉴스에 등장하는 CEO 갑질이나 공해 유출 사고, 파업 소식 등 여러 부정 이슈가 자동적으로 인식돼 기업의 평판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단지 서버에 보관된 데이터 더미였던 것들이 AI가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의미 있는 빅데이터가 되는 시대다.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조직 안팎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잘만 하면 조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공해준다. 수십 년간 조직에 부정적이었던 뉴스의 취재원 비율만 파악해도 PR 전략은 더욱 세밀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구글이 될 수는 없다. 단지 어떠한 AI의 알고리즘이나 공개된 라이브러리가 적절한 것일까만 읽어내는 것만으로 불투명하게 가려졌던 조직의 제약들을 찾아낼 수 있다.

요즘 들어 빅데이터와 AI를 너무 강조해서 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안갯속 등대로서의 구실은 한다. 물론 등불을 살펴 전진하는 것은 항해사의 몫이기는 하다. 그래서 앞으로 더피알 지면을 통해 소방관이 아닌 항해사 여러분들께 빅데이터 활용과 AI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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