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개월 앞둔 ‘민식이법’, 무엇이 여론을 갈랐나
시행 3개월 앞둔 ‘민식이법’, 무엇이 여론을 갈랐나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1.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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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법상 처벌 수위 불안감 조성…여론 수렴 시기 놓쳐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비율 전체 대비 0.2% 불과해
과속경보표지판이 설치된 부산시내의 스쿨존. 뉴시스
과속경보표지판이 설치된 부산시내의 스쿨존. 뉴시스

[더피알=임경호 기자] ‘민식이법’을 향한 여론이 혼전(混戰)을 거듭하고 있다. 시행 3개월을 앞둔 시점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민식이법 보완책을 내놓았다. 무엇이 상황을 혼란하게 했을까.

민식이법에 대한 불만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를 비롯한 일부 누리꾼들이 운전자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관련 규정에 강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예방’과 ‘처벌’ 규정을 담은 민식이법의 단면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결과다.

당초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사고 예방에 주안점을 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제한 속도 30km를 초과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13세 미만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 등을 담은 특가법 개정안이 함께 포함됐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특가법에 쏠리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정치권은 ‘골든타임’을 놓쳤다. 2018년 기준 국내 운전자 수(면허 소지자 기준)는 전체 인구 대비 60%가 넘는데 반해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사고가 발생한 이후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민식이법을 대표발의한데 이어 11월 법사위에서 절충안이 의결됐다. 급기야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까지 3개월 남겨두고 있다.

법안 처리 과정의 급진성 탓에 민식이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누리꾼끼리 알려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시 가중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의 배경도 올바른 정보의 부재에 있다. 가중 처벌의 근거가 되는 ‘안전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새어나온다. 차량 대인·대물 사고 등을 전문으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손해사정사 A씨는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도표 자료를 보더라도 차량과 대인 사고에서 어떤 경우든 차량 측 과실이 잡히게 돼 있다"며 "‘안전의무 이행을 완벽히 했다면 사고가 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스쿨존 차량사고 등 어린이 피해자 부모들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스쿨존 차량사고 등 어린이 피해자 부모들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운전자들의 우려에 비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실제 교통사고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건수는 총 435건에 불과하다. 당해 전체 교통사고 건수 대비 0.2% 수준이다.

안전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최고 무기징역에 이를 수 있는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자 수는 3명으로,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 수 대비 0.08%를 기록했다. 이마저 안전 의무 준수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운전자들의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민식이법과 함께 회자되는 ‘윤창호법’ 시행 효과도 가중 처벌 대상 양성보다 사고 예방 효과에 힘을 싣는다. 2016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기록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20’ 자료를 통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이 감소하는 이유로 윤창호법 시행 등 음주운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경찰의 단속 강화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충분한 소통 부재가 대중의 불안을 부채질 했다고 보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관한 후속 법안이 발의된 점도 이 같은 시각을 대변한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시 최대 벌금을 30만 원까지 물리는 ‘스쿨존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8일 밝혔다.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법안이다. 또 보호구역 내 울타리를 설치해 안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조항과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 등도 담고 있다.

강효상 의원 측은 “과도한 형벌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 논의나 여론 수렴 과정 등을 통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법안에 대해 불안해 하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필요 시 토론회 등을 거쳐 추가적인 보완책 검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식이법 표결 당시 '도로교통법'과 '특가법'의 재석인원 수 차이가 상당히 나는 것으로 보아 (특가법에 대한) 기권이나 반대 표결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도 있는 것 같다"며 "(보완 법안 발의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 여론은 아직 없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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