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실검 손댄 카카오, 음원 차트는 어떻게 할까?
포털 실검 손댄 카카오, 음원 차트는 어떻게 할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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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논란 증폭…멜론 “모니터링 지속해와”
음원 사재기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1위 음원 플랫폼 사업자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1위 음원 플랫폼 사업자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최근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카카오의 철학과 맞지 않기에 이를 종료하고, 본연의 취지와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겠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달 포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와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전한 메시지다.

▷관련기사: 카카오, 연예뉴스 댓글 이어 인물 연관검색어 폐지

포털 실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공론의 장이 아닌 여론 조작에 이용된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카카오 측이 내린 결단이다.

사회적 압력과 기업 철학을 고려해 내린 이같은 결단이 음원 사재기 논란이 불거진 플랫폼 시장에도 작용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멜론이 음원 플랫폼 1위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향후 행보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코리안클릭 기준 멜론은 현재 시장점유율 42%다. 뒤를 이어 지니뮤직 (23.9%), 플로(20.8%), 벅스(4.7%)가 포진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을 재점화시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는 하나의 메일 계정으로 40여개의 음원사이트 아이디가 만들어진 사례가 조명됐다.

누군가 불법적으로 음원사이트 순위 조작을 위해 여러 개의 아이디를 생성한 게 아닌가 의심되는 정황들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더피알 편집국 기자도 “멜론에 내가 만들지 않은 아이디 3개가 등록”된 경험을 했었다. 문제를 파악한 후 아이디의 비번을 바꿨지만 다시 외부에서 접속해 비번이 변경되는 황당한 상황이 반복됐다. 아이디 불법 도용이 먼 곳이 아닌 주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는 장면이다.

▷관련기사: 내 개인정보가 불법 스트리밍에 동원된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팬카페에서는 음원 사이트 아이디 보유 개수에 따라 몇 개의 아이디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지 정리해놓고 음원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을 독려한다. 멜론의 경우 한 휴대폰 번호 당 최대 3개의 아이디 가입이 가능하고, 지니뮤직의 경우는 무한으로 만들 수 있다.

복수로 보유한 아이디를 동시에 돌리기 어려운 환경일 경우 ‘대리스밍(스트리밍)’을 맡기라고까지 한다.

기계적 조작이든 팬들의 자발적 공세든 음원사이트 순위에 인위적 조작이 개입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음원사이트 업체들의 입장은 한결같다. 현재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멜론의 윤아현 매니저는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오해할까봐 조심스럽다”며 “차트가 외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 역할이고, 이용자나 아티스트가 피해 입지 않도록 모니터링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또 개인 맞춤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지니뮤직 과장도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매크로로 의심될 경우 본인 인증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재기 징후 추적이 어려운 과업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에 로그데이터 등을 제출해 조사 및 모니터링에 협조하고 있다며 공을 돌렸다.

플로의 정덕희 과장 역시 “플랫폼 어뷰징 방지 정책 수립·시행 및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플로의 경우 실시간 차트 대신 개인화 추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요계의 음원 사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한 차례 문제가 불거지면서 음원사이트 업계에서 공동으로 ‘차트 프리징’ 정책을 도입, 오전 1~7시에는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다. 음원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책이었다.

다만 이 시간대에도 집계는 이뤄져 원천적인 차단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의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1월엔 블락비 멤버 박경이 특정 가수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SNS에서 사재기 의혹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그알’ 방송도 박경의 폭로를 바탕으로 관련 의혹들을 조명했다.

사재기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현재 법정대응까지 예고해 가수들 간 저격과 공방전이 부각된 면이 있지만, 음원이 유통되는 플랫폼에서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음원사이트는 음원 사재기로 인해 이익을 본다는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트리밍 될 때마다 배분되는 음원 수익과 불법 아이디가 지불하는 월정액 등을 고려했을 때 매출 면에서 손해는 아닐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여론의 압박이 조여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카카오는 불과 보름 전 실검을 손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음원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이 선두기업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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