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심의, 과연 가능한가?
SNS 심의, 과연 가능한가?
  • 더피알 (wolfpack@hk.co.kr)
  • 승인 2011.12.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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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과 더불어 올 겨울을 뜨겁게 달군 뉴스 중 하나가 바로 정부의 사회관계형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심의다. SNS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약자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 같은 사회관계형서비스를 뜻한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긴 글과 달리, 트위터의 경우 친구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140자 이내의 짧은 문장을 올리는 점이 특징이다.


SNS 심의는 정부에서 바로 이같은 SNS에 올라오는 모든 글이 법을 어겼는지 아닌지 일일이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독재정권 시대에나 있었던 여론 검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무심코 올린 한마디 때문에 정부의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은 정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SNS 심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쓰일 것을 우려한다. 어쨌든 정부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SNS 심의를 2011년 12월 7일부터 시작했다.

SNS 심의를 주도하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방송이나 인터넷 서비스 내용 중 불법 내용이 없는지 살펴보고 제재를 가하는 대통령직속 기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여러 분야를 전담하는 심의팀이 있고, 이들이 모니터링해 찾아낸 문제가 있는 내용들을 위원회 전체회의에 올리면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3명, 대통령 추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회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세계에 유례없는 발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1년 12월 1일에 전체 회의를 열어 SNS 심의 관련 조직 설치를 결정했고, SNS 심의를 전담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 같은달 7일부터 심의에 들어갔다.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SNS 뿐만 아니라 각종 스마트폰용 앱도 심의한다.

즉 스마트폰용으로 제작된 앱 중에서 음란물이나 사행성, 범죄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없는 지 살펴보는 일이다. 심의팀은 10명 이내의 팀원들로 구성돼 SNS에 올라오는 모든 글과 사진 등의 내용을 살펴보고 걸러내는 일을 한다. 살펴 본 글 중에서 위법성이 발견되면 9명의 심의 위원들이 참여하는 전체 회의를 통해 제재를 가하게 된다.

심의 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에 관한 법률 44조 7항에 해당하는 유해 정보 및 불법 정보다. 유해 정보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음란물, 도박 등의 사행성 행위, 남을 헐뜯는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마약류 관련 정보 등을 의미한다. 불법 정보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거나 각종 범죄를 교사, 방조하는 내용 등이다. 따라서 음란 사진, 사이트 주소, 관련 글 및 이적 단체 찬양이나 관련 주소 안내 등이 모두 심의 대상이다.

반면 선거관련 이슈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문서를 배포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은 선거관리위원회 소관사항이어서 위원회가 심의하지 않는 것. 이런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표현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10명 이내의 심의팀 사람들이 SNS에 올라오는 수 많은 글을 어떻게 다 심의하느냐이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루에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를 10명 이내 사람들이 일일이 들여다보고 불법정보를 걸러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적극적인 신고를 기대하는 눈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를 심의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사람들이 불법 정보를 발견하면 적극 신고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웹사이트나 포털 등에 대한 심의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팀 직원들이 찾아내는 내용보다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기구에서 신고해 이를 보고 차단하는 내용이 더 많다. SNS 심의도 이같은 신고가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렇다보면 정부 기관이나 정당 등에서 2012년 선거 때 정치적 목적으로 상대진영의 글만 집중 신고할 가능성도 있다.

실효성, 공정성, 위헌 소지 논란 계속

선거관련 이슈는 비록 심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지만,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은 선거용과 비선거용을 구분하기 어려워 SNS 심의 자체가 정치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신고를 통해 SNS 이용자들끼리 서로를 못 믿게 만드는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9명의 위원이 제재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9명의 위원들은 한 번 회의를 열면 평균 1,000건의 내용을 심의한다. 심의위원들 역시 현실적으로 일일이 심의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심의위원들은 심의팀에서 올린 내용을 통과시키기 바쁜 실정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볼 때 ‘복불복’처럼 우연히 눈에 띄는 내용들만 걸러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선 “마음만 먹으면 의도적으로 특정 아이디나 특정인물의 글만 집중적으로 심의할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 악용 개연성을 지적하고 있다.

제재 방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카페 등의 경우 불법 정보가 발견되면 소위 블라인드 처리라고 해서 해당 글만 보이지 않도록 차단한다. 게시판이나 블로그, 카페의 경우 각각의 글이 별도의 인터넷 주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SNS는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처럼 해당 댓글에만 적용되는 인터넷 주소가 따로 없기 때문에 문제의 글만 보이지 않도록 차단할 수가 없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서버를 외국에 두고 운영하는 외국 업체여서 해당 글만 지워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설령 협조 요청을 한다고 해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이를 들어줄 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고육책으로 찾아낸 방법이 KT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같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문제의 계정, 즉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올리는 글은 모두 보이지 않도록 차단해 달라고 의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해당 계정이 차단되면 문제 내용 뿐 아니라 문제가 없는 글 또한 자동 차단되면서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SNS 심의 자체는 그 절차부터 제재 방법까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대가 많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8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가 비판적 여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발상”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즉시 사전검열이나 다름없는 SNS 심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SNS 심의에 비판적이다.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은 트위터에 “실효성, 공정성, 위헌소지 등 많은 문제점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직제의 팀을 만들어 단속하려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더욱 황당한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에서 조차 SNS 심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야당추천 3명의 위원들은 SNS 심의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때 아예 SNS심의는 말이 안되니 하지 말자는 안건을 제의했다가 6 대 3으로 부결되자 퇴장해 버렸다. 그만큼 SNS 심의는 제도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아 앞으로 두고두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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