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메시지다…여야 총선 화두
‘사람’이 메시지다…여야 총선 화두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1.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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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년·안보 등 상징성 높은 인물 속속 영입
전문가 “유권자 현혹” 비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8호 영입인재 환경전문 이소영 변호사에게 책자를 전달하는 모습.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8호 영입인재 환경전문 이소영 변호사에게 책자를 전달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임경호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세 달 앞두고 정치권이 ‘새 얼굴’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불거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정책적으로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여야는 상징성 높은 인물들을 차례로 영입하며 당의 방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4일 현재까지 △여성 △장애인 △청년 △소방·안전 △국방·안보 △검찰개혁 △경제혁신 △환경 등을 의제로 8명을 영입했다. 

최혜영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 센터장·강동대 교수를 시작으로 청년 직장인 원종건씨,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예비역 육군대장, 고검장 출신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 30대 소방관 출신 오영환씨,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신 이소영 변호사가 해당된다.

이들을 통해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한편 20대 국회에서 제기됐던 문제도 함께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제1호 영입인재로 알려진 최혜영 센터장은 발레리나를 꿈꾸다가 20대 때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인물이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에도 “여성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의하고 싶다”며 당내 역할을 짐작케 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력의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도 눈에 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퇴사 경험이 있는 그는 “제 이력이나 타이틀이 꽤 많지만 두 아이 엄마 노릇이 가장 힘든 워킹맘”이라며 국회 활동의 주안점을 시사했다.

장애인이나 경력단절 여성 등에 대한 문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다음 국회에서도 이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1993년생 원종건씨와 1988년생 오영환씨는 각각 20·30대 청년인재로서 상징성이 높다.

2005년 시각 장애인 어머니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원종건씨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장애인 인권과 소외계층 지원 강화 등을 주제로 강연한 이력이 있다. 민주당은 원씨가 20대 남성 및 청년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영입 기자회견 당시 ‘20대 남성 지지율’이나 ‘젠더 이슈’에 대한 질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성평등 문제에 대한 남녀간 인식차를 원인으로 한 20대 남성들의 낮은 지지율은 이번 정부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로 꼽히고 있다.

오영환씨는 ‘청년 소방관’이자 스포츠클라이밍 ‘여제’ 김자인씨의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30대 남성이라는 포지션과 함께 최초의 소방공무원 출신 국회의원이 된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은 인재영입이라고 밝혔다.

김병주 예비역 육군대장은 민주당에서 국방과 안보 분야에 중점을 두고 세 번째로 영입한 인사다. 풍부한 한미연합작전 경력을 특징으로 하는 그는 입당 당시 빈센트 K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입당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내와 화제가 됐다.

정부의 친북 정책 기조에 따라 특정 연령층을 바탕으로 불거지는 안보 이슈를 잠재우려는 인재 영입으로 해석된다. 이해찬 당 대표도 그를 두고 “한미동맹을 굳건하고 튼튼하게 이끌어 오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27년간 검사로 일했던 소병관 전 고검장은 퇴직 후 대형로펌의 영입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법조계의 뿌리 깊은 문제인 전관예우 관행을 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후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 전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검찰개혁’은 검찰수사권 축소 등을 바탕으로 한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조직 내 반발 등을 이유로 완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영입해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를 출범시켜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등 한국에 새로운 디지털 금융시장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베테랑 전략·투자 전문가로도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 현행 금융 및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나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내저감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던 이소영 변호사를 8호 인재로 영입해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 변호사 역시 환영사를 통해 “미세먼지 해결은 당면한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고양테니스 아카데미 코치와 탈북자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를 1·2호 인재로 영입한 데 이어, 13일 40대 ‘극지탐험가’ 남영호 대장을 세 번째 인사로 영입했다.

△청년 △여성 △북한(안보) 등에 초점을 맞춘 인재 영입으로 해석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올해 들어 20대 한 명, 30대 한 명, 40대 한 명을 영입했는데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정당이 우리가 꿈꾸는 정당”이라며 인재 영입 기준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만연한 ‘한국당=적폐’ 이미지를 쇄신하고 지지층의 확대를 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황 대표는 “우리가 그간 얼마나 과거에 얽매여 적폐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나”라며 새로운 인재 영입을 통해 적폐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남영호 대장의 영입도 진취적인 이미지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셈법으로 읽힌다.

김은희 코치는 초등학생 시절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며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단초를 제공했다. 과거 수차례 성추문 등으로 악재를 겪었던 한국당은 민주당에 비해 여성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타개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인권 문제에 있어서 당의 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김 코치 영입이 한국당의 여성 표심 공략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인권단체 지성호 나우 대표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목격한 인물로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후 인권활동가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지씨는 대북 문제에 대한 역할을 모색하다가 한국당에 입당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한국당 또한 북한 인권 문제와 한미동맹에 있어 지 씨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 같은 인재 영입 방식에 대해 전문가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정치경험 없는 인재 위주의 전시성 영입’이라는 비판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4년 전에 어떤 인재를 영입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찾아보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정당에 관계 없이 장 섰을 때 손님을 끌어들이는 역할에 그치는 이벤트의 연속”이라고 혹평했다. 또한 “영입한 사람을 국정운영이든 정치운영이든 큰 역할(에 기용 하는 것)을 못 봤다”며 “(선거 때마다) ‘떴다방’ 식으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끝나는 (인재 영입은) 이제는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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