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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 프리’를 위한 걸음
‘배리어 프리’를 위한 걸음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0.01.2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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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활자로 접근가능성 확보
지속가능한 유니버셜 디자인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

[더피알=조성미 기자] 척수장애인이 편한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기 힘들고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과 같이 행동에 제약을 가져오는 장애물은 물리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구호로서 인식 개선을 넘어 콘텐츠 분야에서 접근가능성을 높이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사회적 약자의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고자 하는 것)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장벽 허물기’

SK텔레콤은 청각장애 고객의 통신생활을 돕는 ‘손누리링’을 서비스한다. 전화 통화가 쉽지 않은 청각장애 고객들에게 ‘이 전화는 듣는 것이 불편하신 고객님의 휴대전화입니다. 문자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는 음성 안내를 제공한다.

배리어 프리 영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등 추가 정보를 더해 영화 콘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KT의 올레TV 등 IPTV를 통해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 디올연구소는 고령자와 저시력자를 위한 기능성 폰트인 ‘디올폰트’를 개발했다. 제품 뒷면의 설명이나 은행·공공기관의 약관, 매뉴얼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문서들은 일반인도 읽기 힘든 깨알 글씨로 적혀있다. 노안자와 저시력자들은 자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는 “글씨가 잘 안 보이면 크기를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두꺼워지고 커진글씨는 옆글자와 붙어 오히려 더 안 보인다”며 “검은 글씨도 글자지만 흰 여백도 글씨이기에, 디올폰트는 흰 공간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문제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적 방법론을 연구했다. 사용성 평가도 거쳤다.

완성된 디올폰트는 글씨의 가로획과 세로획이 만나는 지점에 구멍을 두는 ‘잉크트랩’이 적용됐다. 노안이 오면 눈이 침침해져 어두워 보이고 글자가 뭉쳐 보이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 내접부분이 날렵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현재는 삼성카드 청약·증권 서류를 비롯해 50여곳에서 상용화하고 있다.

디올폰트는 작은 글자를 인쇄할 때 잉크가 번져서 글자가 뭉개져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획이 맞닿는 부분에 홈을 내어 번짐을 방지한 ‘잉크트랩’을 적용했다.(아래) 디올폰트가 적용된 삼성카드의 약관.
디올폰트는 작은 글자를 인쇄할 때 잉크가 번져서 글자가 뭉개져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획이 맞닿는 부분에 홈을 내어 번짐을 방지한 ‘잉크트랩’을 적용했다.
(아래) 디올폰트가 적용된 삼성카드의 약관.

지금은 영상 자막에 들어갈 서체도 기획하고 있다. 이종근 대표는 “노령이 되면 동체시력이 떨어지는데, 현재 영상 자막은 일반 젊은이를 중심으로 굉장히 액티브하게 디자인돼 있다”며 “시니어 크리에이터도 늘고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기에 영상에 최적화된 서체를 기획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위한 조건은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배리어 프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처음부터 어린이, 장애인, 노인, 유모차 등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설계가 유니버셜 디자인이다. 이러한 유니버셜 디자인의 필요성을 인식한 선제적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LH는 지난 9월 공공주택에 색채 유니버셜 디자인(CUD)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에 대한 생활 노출 빈도가 높고, 디자인 향상에 효과가 뚜렷한 아파트 경관 CUD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유니버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해 학교시설에서의 적용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차별 없는 교육·열린 학교’ 실현을 위한 것이지만 더 나아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제품 용기에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 그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제품 용기에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 그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모습도 보이지만 어려움도 남아있다. 가장 첫 번째가 시장성이다.

이종근 대표는 “일반 폰트가 디자인의 개성이나 콘셉트를 중심으로 설계된다면, 디올 폰트는 저시력자와 노안 분들에게 글자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사전 리서치와 사후 사용성 평가 단계가 추가된다”며 “고령화 흐름 속 꼭 필요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은 아니기에 비용적으로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합의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창윤 회장은 “유니버셜 디자인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인식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이라며 “눈에 보이는 것은 잘 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니버셜 디자인을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왜 장애인을 위해, 노인을 위해 시설이나 환경을 갖추는 데 비용을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며 “훗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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