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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공포,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안전한가
신종 코로나 공포,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안전한가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0.01.30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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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반복되는 국가적 위기 상황,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이유

[더피알=편집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미확인 괴담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언론들은 연일 ‘중계식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 700여명을 전세기로 이송해 충남 천안에 격리 수용하려다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하루 만에 장소를 바꾸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매번 국가 차원의 크고 작은 위기들이 반복되고 새롭게 이어지는데 왜 국민 혼란과 불안까지 여지없이 반복될까요? 다양성 속에서 별로 변하지 않는 위기관리 방식의 공통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국가위기시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위기관리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혹시 같은 실수와 잘못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종종 목격되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이유들을 복기해 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모니터에 우한 항공편 '결항'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모니터에 우한 항공편 '결항'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위기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밤을 새워 일한다. 쉼 없는 회의에 참여하고 수많은 서류들을 만들어 주고받는다. 대변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자들 앞에 서서 상황을 브리핑하며 열심히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가 차원의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대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까? 왜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은 더욱 더 불안해지게 될까? 

첫째, 위기와 관련한 수치가 종종 부정확하다.

물론 위기관리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로 계산되어 나오듯 숫자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위기라는 상황 자체가 갑작스럽고 정신이 없어 숫자를 취합할 때 실수가 생길 가능성도 많다.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까짓 숫자 몇 개 오류를 가지고 정부 전체의 위기관리 성패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수치 발표를 보고 듣고 있으면서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정부가 아직 해당 위기를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구나. 큰일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발신자의 노력을 넘어 수신자의 해석에서 성패가 결판난다.

둘째, 창구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위기관리를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고 수천수만의 문의 전화들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이 창구를 관리하라고 해도, 막상 일이 발생하면 어느 누구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힘들다.

기자들은 위기와 관련한 기삿거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접촉을 해댄다. 대변인으로 창구를 일원화 했는데도 기자들은 현장을 누비고 공식적이지 않은 여러 창구들을 두드린다. 당연히 정부의 생각과 메시지가 여러 비공식 창구들의 것과 다르게 비춰진다.

여론은 정부가 일선의 현장을 잘 모른다고 비판한다. 더욱더 많은 비공식 창구들이 출현한다. 루머가 생기고 오해가 커져간다. 정부에서는 이런 혼동 상황을 우리라고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느냐 한탄한다.

맞다. 어느 위기에서도 창구 일원화는 중요하지만, 그렇게 쉽게 창구가 통제되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공식 창구들이라도 하나로 통제돼야 한다. 이런 통제개념과 실행은 부단한 훈련과 실행으로 가능해진다. 개념적인 인식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셋째, 위기대응 의사결정에 이물질이 낀다.

이상하다. 정부에서 그런 의사결정을 할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전 유사한 위기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해 보이는 의사결정이 나와 버렸다.

언론과 공중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 지적한다. 해당 정부부처는 기자들에게 침묵한다. 의사결정이 왜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 설명하기 꺼려한다. 무언가 미스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는 위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 상부 의사결정권자들이 전문적이지 못하거나, 너무 정치적이거나, 무언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이물질이 낀 것이다.

항상 모든 문제에 걸쳐 의사결정권자가 가장 훌륭한 전문가이거나 경험자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전문가 그룹과 기술적으로 경험 있는 공무원 그룹을 옆에 놓는 것이다.

이상한 위기 대응 의사결정이 나왔다면, 그건 테크노크랏(큰 조직을 운영하는 전문기술가 그룹)들의 작품은 아닐 것이다. 위기관리가 산으로 가는 것은 그들과는 다른 이물질 때문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상황과 조치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상황과 조치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넷째, 평상시 숙제가 되어 있지 않다.

평소에 관리를 했었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평시에 시뮬레이션을 해서 비상문자 발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하는 체계를 완성했어야 했는데, 그게 부실했다.

흥미롭게도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 이전에 완성하지 못했던 많은 숙제들이 실체를 드러낸다. 이것도 안 돼 있었고 저것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이것은 저번에도 하지 않은 숙제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지적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진다. 당연히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은 훌륭한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

평소 맡겨진 숙제를 완벽하게 다 한 학생은 시험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문제를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실제 하지 않은 숙제라는 작은 위기들까지 위기 시 같이 관리해야 하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기 힘들다.

다섯째, 개선점을 스스로 찾기보다 여론이 찾아준다.

정부가 개선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개선점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언론이나 국민들이 여기저기에서 개선책을 이야기하니 공무원들은 힘들다.

더 얄미운 건 개선하지 못할 사정을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정부를 비판해대는 일부 언론들이다. 정부에서도 그런 부분을 제대로 개선해서 다시는 이런 힘들고 어려운 위기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선하지 못할 사정을 항상 상수로 두는 그 생각은 문제다. 위기관리가 왜 제대로 되지 못했는지를 알고 있다면, 그 이유와 사정을 제대로 밝혀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여론의 압력이 필요하다면 그 또한 의지해야 한다. 최소한 여론에서 찾아준 개선점은 항상 숙제로 남겨두고 시시때때로 풀어 완성시켜야 한다.

여섯째, 책임을 지고 위기를 관리하는 자가 보이지 않는다. 

컨트롤타워 논란이 항상 발생하는 이유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고 한다.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위기와 관련된 주관부처가 컨트롤타워 실행을 한다고도 한다. 대체 우리나라의 컨트롤타워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실제 존재는 하는 개념인지도 국민들은 헷갈릴 때가 있다.

컨트롤타워라는 말이 위기 시 정치적 수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컨트롤타워는 평시에도 제 역할을 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평상시 해야 할 숙제를 점검하고 완성해 나가던 조직이 위기 시에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위기가 발생해야지 컨트롤타워라는 것을 찾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개념적으로 급조된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물론 상황 보고 대상과 실행대응팀에 대한 격려 기구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진짜 위기 시 필요한 컨트롤타워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일곱째, 언론과 온라인 여론을 비판한다.

당연히 비판을 받으면 그 비판하는 자들이 밉게 마련이다. 더구나 위기가 발생해 며칠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날밤을 새우며 일하고 있는데, 여론적으로 계속 비판을 받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상황도 제대로 모르는 언론과 비전문가들은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들만 많다. 막상 이 자리에 와서 위기를 관리하라고 하면 우물쭈물하다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사람들인데 말이다.

맞다. 위기 시 외부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서 꼭 해야 할 것은 꾸준히 밀고 나가는 뚝심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인 정부에게로 향하는 비판과 지적들은 사후에라도 챙겨야 하는 매우 소중한 개선 주제들이다.

정책 소비자이자 정부기관의 투자자인 국민의 의견을 쉽게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그 여론 속에 사후 위기관리 답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비난과 비판은 상호간 분별되어야 한다. 정당하고 정확한 비판을 골라내봐야 한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만 있다면 다같이 생각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관련 안전 안내 문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관련 안전 안내 문자.

여덟째, 정치적으로 위기를 해결하거나 마무리하려고 한다.

일단 시간이 흐르고 나면 위기는 어떻게든 종료된다. 시간은 항상 위기를 마무리 짓게 만드는 묘약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주체들이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매듭지어도 위기는 마무리된다. 언론이나 공중들이 잊으면 바로 해당 위기는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만 보면 사라지지 않은 위기는 없다. 문제는 그 위기가 정말로 사라졌다고 믿는 것이다. 특히나 정치적으로 다른 위기로 이전 위기를 밀어내는 경우는 문제다. 시한폭탄 초침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위기의 종결과 위기관리의 완성은 보다 체계적으로 확실한 기준을 설정해 결론내야 한다. 위기관리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테크노크랏(큰 조직을 운영하는 전문기술가 그룹)들의 정확한 판별이 중심이 돼야 한다. 미봉책들이 이어지게 되면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아홉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사후 개선을 주저한다.

항상 개선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인력과 예산에 있다. 사실 공무원들도 그런 이유가 있으니 편하다. 나는 하고 싶지만 인력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 예산이 없는데 나라고 어디서 용빼는 재주가 있을 수 있나하는 면피가 가능해진다.

공무원들은 매번 인력과 예산이라는 한계를 감안해서 일을 설계하고 실행한다. 그런 능력은 평시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문제는 위기에 대한 경우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비로소 터져 나오는 인력과 예산에 대한 이야기는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기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더 나아가 위기가 종료된 이후 개선책에 대한 숙제를 대면해서도 인력과 예산 같은 한계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물론 인력과 예산에 대한 지원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관심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개선 예산이 책정되기도 한다. 그런 소중한 예산과 인력 지원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반복되지만, 제대로 숙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열째, 담당 인력이 바뀌니 다시 유사한 위기관리가 반복된다.

우리에게도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나? 그 매뉴얼은 지금 누가 가지고 있나? 언제 어떤 부서에서 만든 건가? 이런 이야기들은 공무원들의 잦은 직무 이동으로 인해 반복된다.

몇 년 전 위기를 관리했던 공무원들이 현재는 다른 부서에 가 있다. 과거와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들은 종종 새롭다. 그 위기를 실제 경험해 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없어서다.

즉, 위기는 프로인데 위기관리 주체들은 매번 아마추어다. 위기관리 역량이 조직에 자산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특정 인력의 경험에만 의지하는 위기관리 구조여서는 안 된 다는 뜻이다.

지속적인 교육과 개선 그리고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되어야 위기관리 역량은 조직에 자산화된다. 군을 보자. 6·25전쟁과 월남전 같은 실제 전쟁 경험이 없는 군인들이 이제는 국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쟁이 발발했을 때 아마추어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군은 지금도 쉼 없이 훈련한다. 군의 전쟁 역량을 조직에 자산화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의 위기관리 체계도 그래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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