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공포’ 만든 중국 정부, ‘3I’ 소홀했다
‘우한 공포’ 만든 중국 정부, ‘3I’ 소홀했다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1.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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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초기 대응 부실로 화 키워…커뮤니케이션 중요성 재확인
통찰력 가미한 정보로 ‘왜’에 대한 질문 답할 수 있어야
리커창 중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진인탄 병원을 방문해 현지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진인탄 병원을 방문해 현지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더피알=김영묵] 이 정도면 2015년을 들쑤셨던 ‘메르스(MERS) 사태’의 데자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일명 ‘우한 폐렴’ 공포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 전염병이 전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 대유행)’으로 심화한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당국이 초기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도적인 은폐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것이 우한시장의 결정이었든, 후베이성장의 결정이었든, 아니면 국가 지도부의 결정이었든, 정확한 정보를 적기에 공유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이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에볼라와 메르스 통해 본 리더십

필자는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로 ‘3C’를 꼽은 바 있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 난국에 오히려 침착함을 잃지 않는 평정심(Composure), 그리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그것이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여기에 더해 우한 폐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미흡하고 불성실한 대처를 보며 ‘3I’라는 새 키워드를 추가로 꺼내보고자 한다. 리더는 커뮤니케이션 시 충분한 정보제공 가치(Informative)와 통찰력이라는 가치(Insightful), 영감이라는 가치(Inspiring)를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절한 정보제공의 책무

우선, 정보 제공 가치를 살펴보자. 한 조직에서 여타 구성원과 비교해 리더가 갖는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일까? 아마도 리더만이 매우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기업으로 치면 실무를 담당하는 막내 사원이 때로 대표이사(CEO)보다 더 많이 아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나, 기업의 성쇠를 가를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정보나 철저한 보안 아래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 건, 혹은 매일매일의 사내 현금시재 등은 CEO와 극소수의 인원만이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사안에 따라 정보공유의 욕구나 시기는 크게 달라진다.

매우 긍정적 소식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모든 임직원에게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날 수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부정적 뉴스에 대해선 임원진에게조차 감추고 싶을 수도 있다. 긍정적 정보임에도 너무 성급하게, 너무 많은 이들에게 알리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고, 너무나 부정적 정보이지만 신속히 모든 임직원과 공유함으로써 더 큰 화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한 경영전략에 부합하도록 정보 제공(Informative)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잡는 것이 리더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제공하는 정보가 실제 경영 행위와 배치돼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CEO가 월례조회 때마다 “위기 상황이니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실제 수치로 확인되는 실적은 ‘위기론’과 거리가 멀거나 스스로는 허리띠를 푸는 듯한 지출을 하게 되면 정보 제공 측면에서 CEO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관계자들이 '우한폐렴' 상황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화/뉴시스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관계자들이 '우한폐렴' 상황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화/뉴시스

정보 제공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는 통찰력이다. 우리는 한 분야(마케팅, 영업, 연구·개발 등)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둬 최고의 자리에 오른 ‘능력자’가 리더로서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실패자’로 물러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반면 출신 성분(산업군이나 직무 영역, 과거 성과 등) 측면에서 봤을 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사람이 위대한 리더로 빛을 발하는 모습 역시 자주 접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에서 현역시절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가 지도자로는 실패하거나, 현역시절에는 주로 2류급이었던 이가 지도자로서는 수시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경우가 그런 예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칼럼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능적인 부분, 그리고 지식적인 부분에서는 나무랄 데 없음에도 조직을 이끄는 데 한계를 보이는 리더는 자신에게 통찰력(Insight)이 부족하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객관적 지식을 쌓는 것은 단기간의 집중 학습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통찰력은 단기간의 집중 학습으로 갖기 힘들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에 가까운 게 통찰력이다.

스스로 통찰력을 갖고 커뮤니케이션 시 그 통찰력을 전파할 수 있으려면 사물이나 상황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경험과 연륜을 기반으로 하는 동시에 다양한 의견에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가능한 것이며 타인과, 심지어 사물과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1시간짜리 업무 미팅에서 1분도 되지 않는, 한 마디의 말만 던지더라도 통찰력을 제시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 막내 사원도 알 법한 얄팍한 지식을 자랑인양 설파하는 리더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영감 불어넣고 공감 얻어내 

끝으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영감을 불어넣는(Inspiring) 것이어야 한다. 영어 단어 인스파이어(inspire)는 라틴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숨(spire)을 불어넣다(in)’는 의미다. 서양어이므로 굳이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창조주가 흙으로 형상을 빚고 숨을 불어넣은 후에야 온전한 인간이 됐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리더로서 영감을 불어넣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자음에 모음을 붙인, 글자에 글자를 붙인 것에 불과한 말과 글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살아 있는 커뮤니케이션, 영감을 불어넣는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설명하면 조직의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motivate) 게 아닐까 싶다.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명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야말로 리더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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