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 부추기는 언론, 무엇을 기대하나
혐중 부추기는 언론, 무엇을 기대하나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2.0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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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신종 코로나 사태에 자극적 보도로 공포심 조장
증오 대상 언제든 바뀔 수도…사실관계 입각한 비판적 시각 필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이 '경계' 단계로 격상된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호흡기 질환 예방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이 '경계' 단계로 격상된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호흡기 질환 예방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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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해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유럽 등 해외에서 일고 있는 ‘혐아시아 정서’를 지적한 국내 언론의 기사 제목들이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와 아시아인 전체로 혐오 감정이 번지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내 언론들도 특정 인종과 신종 바이러스를 연결지어 혐오와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지 않은 메시지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을 활용하면서 ‘역시 기레기’라는 비난이 나온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월 29일자에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에도 차이나타운 거주 중국인들은 조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비위생적 실태를 꼬집었으나,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비단 대림동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데도 중국 우한과 아무 관계도 없는 대림동을 특정해 마치 대림동 주민들이 잠재적 전염원이 될 것처럼 암시하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 혐오 정서에 편승하는 언론의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 기사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한 SBS는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는 코멘트를 게시물에 넣어 여론의 뭇매를 샀다. SBS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서울경제는 지난 1월 25일자 ‘우한폐렴 걱정말고 한국 관광 즐기세요’라는 기사로 눈총을 샀다. 현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만을 생각해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에 편승해 클릭을 유도하려 했다는 오해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기사의 본 내용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설 연휴 주요 관광지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라는 것으로 제목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현재는 ‘박양우 장관, 설 맞아 관광현장 점검’으로 제목이 수정됐다.

물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중국인들 중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쾌감과 불안감을 준 사례가 없지는 않다. 일례로 우한 출신 한 중국인은 자신이 기침, 발열증상이 있었지만 해열제를 먹어 프랑스 공항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SNS에 글을 올려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일부의 일탈과 낮은 시민의식을 지나치게 크게 부각하는 보도는 지양돼야 한다. 언론이 나서 특정 지역과 인종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조회수 장사에 나서는 건 공포심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한 가짜뉴스 유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면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언론다움을 지켜야 한다. 일방적 혐오가 아닌 건설적 비판의 시각으로 봐야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야 우리도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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