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나선 현대차 CES, 좋은 기회 제대로 못 살려”
“정의선 나선 현대차 CES, 좋은 기회 제대로 못 살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2.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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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희 온전한커뮤니케이션 PR전략연구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더피알을 발행하는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이 PR전략연구소장을 새롭게 영입했다. 삼성과 SK, 애플, 현대차 등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두루 거친 김선희 씨다. “PR전략이란 타이틀에 매이지 않고 융합 시대 커뮤니케이션 실무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는 ‘옴니 어드바이서(omni-advisor)’로서의 걸음을 새롭게 내디뎠다.

김선희 온전한커뮤니케이션 PR전략연구소장. 사진: 임경호 기자
김선희 온전한커뮤니케이션 PR전략연구소장. 사진: 임경호 기자

“사실 제 커리어는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전통적 PR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요. 국내 언론 대신 외신을 담당했고 마케팅과 프로모션, 이벤트, 리테일 업무 등 대언론 홍보 외의 것을 주로 했습니다. 다만, PR과 마케팅이 경계가 무너지는 지금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 적절히 역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겸손히 말하지만 실제 이력은 화려하다. 삼성전자 해외 PR과 마케팅·브랜딩으로 시작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마케팅과 롯데호텔 마케팅, SK텔레콤 BTL 프로모션 등을 총괄했다. 이어 애플코리아 리테일 세일즈·마케팅 등을 지휘했고 현대자동차에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개관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굴지의 기업들을 지나며 글로벌 시장과 문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산업군의 실무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것이 융합되는 지금의 흐름을 일찍부터 몸소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해외 PR에 정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진 시장 대비 국내 PR(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특징이나 한계를 지적하신다면.

아시다시피 예나 지금이나 국내 PR은 관계나 인적 자원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어요. PR하는 사람이 기자와 얼마나 친하고 홍보실이 언론사에 얼마나 (광고·협찬 등의)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기사 가치가 달라지곤 합니다. 그러니 미국 등 선진 시장과 비교해 커뮤니케이션 분야 발전이 더디고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대응에 다소 느립니다.

디지털 전환기이고 실제로도 디지털로 커뮤니케이션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지만 현실은 여전히 언론관계 위주로 돌아갑니다. 그 부분이 가장 큰 특징이자 국내 PR산업이 발전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어요.

과거에 외신 기자들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는데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경험한 외신은 철저히 팩트 중심이지 관계로 기사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력 시장은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요. 언론계도 마찬가지예요. 경쟁력이 없으면 낙오되거나 퇴출되기에 언론인도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합니다. 기자로서 본인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좀 더 경쟁력 있는, 실리 위주의 기사를 쓰려 하고요.

외신 기자는 같이 밥도, 술도 잘 안 먹고 선물도 잘 안 받아요. 지금으로 치면 김영란법이 자체 시행되고 있던 거죠. 인간관계보다는 과연 저 기업 PR담당자가 내가 기자로 활동하고 글을 쓰는 데 얼마나 도움 되는 사람인지를 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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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에 온 특파원은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all around player)가 돼 기사를 써야 하잖아요. 더더욱 열심히 공부하죠. 그들을 만나면서 매일매일 놀랐습니다. 한국 사람인 저보다 더 한국을 잘 알아서요. 그러니 저 역시 기자와 만나는 시간이 유익하죠. 차 한 잔을 두고도 굉장히 많은 것을 교류하고 서로의 필요에 의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만났던 외신기자들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는데요. 지금도 우리나라 이슈에 대해 해외 시각이 궁금할 때면 종종 연락해서 물어봐요. 역시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여러 기업에서 몸담으며 글로벌 전시·이벤트 현장에서도 직접 뛰셨는데요. 얼마 전 막을 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행사도 유심히 보셨을 것 같아요.

‘소비자 가전 전시회’라는 이름이 바뀌어야 할 정도로 참여 기업들이 정말로 다양해졌고, 기술과 융합하는 새로운 제품군, 트렌드를 접하는 장이 된 것 같아요.

CES에서 가장 관심 갖는 주제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가장 실질적인 변화를 주느냐인데요. 그 측면에서 올해는 현대차가 우버와 손잡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용화를 발표한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누구나 어렸을 적 상상하던 미래 모습을 이야기했으니까요. 오너 경영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전시에 참여했다는 점도 뉴스가치를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현대차 위상에 비해 아쉬운 점도 눈에 있었어요.

현대차의 어떤 점이 아쉽던가요?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자체 미디어 행사를 통해 현대차의 미래 사업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기조연설 무대에서 미래 기술의 비전을 이야기했어요. 그것도 가장 주목도가 높다는 개막 전날 프리쇼로 진행됐죠.

CES에서 기조연설과 자체 기자회견은 정말 무게감에서 차이가 큽니다. 주요 신문·방송에서 메인 기사로 크게 보도하는 건이 기조연설이라면, 자체 기자회견은 온라인용 기사 정도로 다뤄진다고 할까요. 체급이 달라요. 그렇다고 스폰서 기업에 따라 기조연설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전 신청제여서 현대차 네임밸류 정도면 주최 측에서 충분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더욱이 정의선이라는 오너 경영자가 스피치를 했잖아요. 그 좋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운 거죠.

김선희 소장은...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KBS 국제방송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다 199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에서 해외PR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호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서 글로벌 마케터로서 브랜딩, 홍보, 리테일, 이벤트 프로모션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애플코리아에서는 리테일 세일즈팀장으로 글로벌 리테일 프로그램 및 직원(ASC) 관리 총괄을 했다. 사진: 임경호 기자 

해외 PR은 현지 사정을 잘 몰라서, 경험이 부족해서 디테일을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소장님께서 도움을 주실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해외 PR은 온컴 PR전략연구소에서 주력할 분야 중 하나에요. 외신과의 네트워킹 경험은 물론, CES와 같이 글로벌적으로 주목받는 PR이벤트의 기획과 실행에도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올해 CES에선 서울시에서 최초로 ‘서울관’도 운영했잖아요. 모양새가 코엑스에서 열리는 중소기업 전시회 정도로 보이더라고요. 명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도 서울의 이름을 땄는데 기왕 참여하는 거면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멋지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또 CES에 한국관이 별도로 마련됐는데 상호 협조 하에 좀 더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고민해도 좋았을 테고요. 앞으로 저희 연구소가 ‘해외 홍보 닥터’로서 좀 더 전략적이고 세련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기업에서 실무를 관장하실 땐 어떠셨어요? 답답한 점은 없으셨는지?

우리나라가 요즘 국민 정서가 분열되고 정치·사회적으로 양극화돼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분열이 기업 안에도 있다고 봐요. 실제로도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조직 내 이해관계로 인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때론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모시는 보스가 누구와 친분 있는지에 따라 부서 이기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회사 전체의 이득을 생각 안하고 그릇된 판단을 하죠. 그럴 때가 가장 안타깝고 답답한 것 같아요.

과거 다보스포럼 때 대표이사가 초청받은 적 있었는데요. 수백장 보고서와 수차례 검토를 거쳐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중 의전상 제약 때문에 중간 관리자께서 커트(cut)하시더라고요. 회사의 비즈니스 홍보나 대표이사의 PI(President Identity) 효과 측면에서 상상하기 힘든 호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실무자 입장에서 말도 못하게 아쉬웠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각날 정도예요.

반대로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삼성 재직 시절 아테네올림픽 마케팅을 담당했던 때에요. 당시 하계올림픽을 개최했거나 개최할 27개국 34개 도시를 돌며 성화봉송 행사가 열렸었는데요, 스폰서 기업이 삼성과 코카콜라였어요. 삼성의 경우 서울에서 성화봉송을 하며 올림픽 조직위가 짜놓은 루트에 맞춰 충실히 움직였어요. 그런데 코카콜라는 애틀랜타에 위치한 자기네들 본사 앞에서 성화봉송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서울시청 바로 옆에 삼성 본관이 있는데 우리는 왜 이 생각을 못했지’ 하고 한탄을 했죠.(웃음) 코카콜라가 괜히 코카콜라가 아니구나 느꼈어요.

경영자 PI(President Identity) 측면에선 앞서 언급한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수년 전 한국 기업의 오너 경영자가 공식석상에서 헤드셋을 끼고 자유롭게 영어로 스피치하는 걸 처음 봤는데 신선한 충격이었죠. 지금도 그런 분이 많지 않잖아요. 콘텐츠나 이미지적 측면에서 회사를 대표할 그런 보물이 있으니 현대차가 글로벌 무대서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최근 주목하는 화두나 흐름은 뭔가요.

미국 대선과 트럼프 소통 방식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미 대선이 글로벌 정세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 때부터 주목할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언급돼온 트위터 활용이 재밌더라고요. 주요 언론 기사를 보지 않아도 트럼프 트위터 하나로 미 정치·대선 흐름도를 다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메시지가 자주, 명확하게 올라옵니다. 트윗 하나하나에 달리는 엄청난 댓글을 통해 여론의 온도도 알 수도 있고요. 메시지 전달자로서 SNS의 파급력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셜화된 커뮤니케이션 지형을 새삼 체감하는 중이에요

요즘은 (소비자) 경험이 마케팅의 최대 화두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활동에서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 대 소비자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직접 체험하거나 경험하지 않으면 전언 자체를 믿어주질 않습니다. 신문방송에 실린 기사보다 같은 소비자의 리뷰를 훨씬 더 신뢰하고요.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 역설적으로 소비자에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Z세대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장소와 주제, 대상 등을 실시간 콘텐츠로 접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어요. 그러니 뭐든 ‘일단 내가 보고 비주얼로 공유해줄게’가 되는 거죠. 브랜드의 공간도온·오프를 연결하고 경험을 확대시키는 체험 현장이 됩니다.

동시에 디지털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어요. 반드시 새로운 것,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다 잊혀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새로움으로 다가서고 디지털 피로를 해소해줄 수가 있어요. 변화를 수용하되 전통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일상성을 확장시켜줄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합니다.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레트로 트렌드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밀레니얼과 같은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먹어보지 않으면 맛을 평가 안 하고, 입어보지 않으면 핏(fit)을 얘기하지 않잖습니까.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설득은커녕 듣지도 않아요. 그러니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는 공간이 신뢰를 얻는 장치가 되는 거죠.

제 딸들도 밀레니얼과 Z세대에 속하는 나이대인데요. 대화하다 보면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그냥 알게 돼요. 아예 다른 종 같다고나 할까요. 웃긴 건 걔네들도 지금 초등학생들을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고 한다는 점이에요. 옛날 50년의 갭(gap)이 지금은 5년으로 단축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밀레니얼이나 Z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종이라는 걸 인정하고 이해해주면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요. 진정성은 물론이고 증거 또는 근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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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기에 온컴 PR전략연구소장직을 맡으셨는데, 앞으로 어떤 분야에 주력할 예정인가요.

우선 커뮤니케이터 개인의 역량 제고에 포커스를 둘 계획입니다. 현업 실무자들은 일하기 바빠 학습할 기회나 시간이 늘 부족해요. 그들이 필요한 새로운 PR 마케팅 트렌드를 축약해서 시의적절하게 공유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내용상 소소하게는 영어 표현을 비롯한 글로벌 에티켓 등도 포함될 수 있겠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는 앞서 언급한 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제고에 도움을 주려 해요. 글로벌 진출 계획이 있거나 좀 더 공격적인 행보로 위상 강화를 도모하는 기업 및 기관들에 제가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해줄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이 융합되는 시대 흐름에 맞게 궁극적으로는 옴니 형태로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는 IMC 어드바이서(advisor)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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