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페이지는 ‘광고표시 의무’ 사각지대인가
언론사 페이지는 ‘광고표시 의무’ 사각지대인가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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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광고 혼재한 ‘디자인 꼼수’로 클릭 유도
낯 뜨거운 비주얼, 허위‧과장성 광고 문제도 여전
뉴스 소비자의 혼선을 야기하거나 이용 환경을 해치는 광고들이 국내 언론사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자료사진) 

기사를 보다 ‘실시간 급상승 정보’가 있어 클릭했더니 광고 페이지로 연결된다.

‘가장 많이 본 정보’ ‘투데이 이슈’ 역시 같은 수법의 광고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추천하는 내용들도 어김없이 광고다.

언론사 홈페이지 도처에 ‘광고(AD) 표시 없는 광고’가 도배돼 있다.

[더피알=임경호 기자] 웹사이트에 무분별하게 광고를 자행하는 언론사들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몇몇 언론사를 중심으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반 유튜버나 블로거 등에도 엄격히 요구되는 ‘광고·협찬 표시 의무화’를 뉴스 콘텐츠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언론이 빗겨가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언론사 개별 기사 하단에 흔하게 노출되고 있는 콘텐츠형 광고. AD 표시가 없지만 전부 광고 페이지로 연결된다.
언론사 개별 기사 하단에 흔하게 노출되고 있는 콘텐츠형 광고. AD 표시가 없지만 전부 광고 페이지로 연결된다.

언론사 광고 문제는 온라인 페이지의 ‘디자인 꼼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뉴스와 광고가 혼재된 네이티브 광고 리스트가 등장하거나 뉴스 화면을 가리는 팝업 광고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광고를 대행하는 업체도 여럿 존재한다.

독자에게 혼동을 주는 광고는 ‘당신을 위한 콘텐츠’나 ‘가장 많이 본 정보’, ‘인기정보’ 등의 타이틀을 달고 기사와 광고 사이에 주로 배치되거나 기사와 나란히 배치된다. 대부분 언론사의 랜딩페이지(메인 화면)보다 개별 기사 본문에 광고를 배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부 온라인 언론사에서는 광고가 차지하는 페이지 면적이 기사 본문보다 넓은 경우도 발견된다.

모 언론사 웹사이트 페이지. 기사 본문 오른쪽 고정 뉴스 섹션 아래 '실시간 급상승 정보' '가장 많이 본 정보' 등의 타이틀을 달고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모 언론사 웹사이트 페이지. 기사 본문 오른쪽 고정 뉴스 섹션 아래 '실시간 급상승 정보' '가장 많이 본 정보' 등의 타이틀을 달고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기사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노출 방식에 대해 소비자들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사 디지털 혁신’(최민재‧김성후‧유우현, 2018.06) 연구보고서의 이용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허위과장광고 노출 금지’와 ‘기사를 가리는 광고 게재 금지’ 항목에 5점 이상(6점 만점)의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변화가 매우 필요하다는 능동적인 응답 비율도 ‘허위과장광고 노출 금지(55.4%)’, ‘기사를 가리는 광고 게재 금지(44.9%)’, ‘선정적 광고 이미지 노출 자제(40.9%)’, ‘기사와 광고가 동일한 형태일 경우 명확한 광고 표시(29.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언론사 사이트 및 모바일 페이지의 이용자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이용자 시선을 끌기 위한 낯 뜨거운 광고나 허위·과장에 가까운 광고들도 언론사 페이지를 버젓이 장식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모니터링을 통해 각 언론사에 주의를 주고 있지만 변화 바람은 좀처럼 불지 않는다. 광고수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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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 박재윤 변호사)는 연초부터 심의대상에 있는 모든 온라인 신문사를 대상으로 음란광고 게재 중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 협조를 구했다. 자그마치 129개사다. 지난해 12월 경고를 받은 신문사를 상대로 서한을 보낸 바 있으나 비슷한 사례가 1월에도 계속돼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윤리위 측은 예방과 주의 차원에서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방증이다.

언론사의 선정적 광고 노출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미온적 대응이 언론계의 만성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윤리위의 지난 5년간 심의결정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심의에 음란 광고가 위반 사례로 적발됐다. 반면 제재 수위는 사실상 가장 낮은 제재인 ‘주의’나 ‘경고’ 수준에 머물러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준다는 비판이 업계 외부에 만연하다.

신문윤리위원회 소식지 ‘신문윤리’ 1월호에서도 <여전한 온라인신문 음란광고…8개 매체에 또 ’경고‘>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일부 언론사 랜딩페이지의 음란광고 게재 현황을 지적했다. 신문윤리위 제938차 회의에서도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내용의 광고가 경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업계 내부에서도 지속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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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배경에는 신문윤리위원회의 현실적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언론사 사이트를 모니터 하는 전문위원 수가 제한적인데다,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기계적으로 위반 사례를 적발하거나 모든 언론사를 모니터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복적으로 음란성 광고 적발 사례가 노출되자 일각에서는 음란성 광고 위주의 모니터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신문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할 수 없다 보니 온라인 같은 경우 모니터 전문 위원에게 상정권을 드린다”며 “(언론사 온라인 페이지에 나오는) 광고는 비슷한 광고가 많고 새로운 게 없다 보니 요즘 들어 (늘 적발되던) 그쪽(음란)에 포커스를 맞춰서 (적발)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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