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5% 금리’ 흥행에 뒤따른 의심의 눈초리
하나은행 ‘5% 금리’ 흥행에 뒤따른 의심의 눈초리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2.10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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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스사 투자 2400억 손실 알려져…“급전 필요했나” 오해
새 행명 앞세운 시점, 안팎의 비판 목소리에 개운치 않은 출발
KEB하나은행이 지난 3일 하나은행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특별적금 판매로 홍보적 대성과를 거뒀지만, 2000억원대 투자 손실 소식 알려지면서 이 성과에까지 흠집 났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3일 하나은행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특별적금 판매로 홍보적 대성과를 거뒀지만 최근 2000억원대 중국 투자 손실 소식이 알려졌다.

급전이 필요해서 특별적금 만들었나.
이것 때문에 5프로 국민 사채 끌어 쓴거군.

[더피알=안선혜 기자] 하나은행이 중국의 한 리스사에 투자했다가 2400억 손실을 입었다는 7일자 언론보도에 달린 댓글들이다. 2400억원이면 웬만한 저축은행은 부도 날 수도 있는 큰 금액이다.

2019년 최대 실적 달성과 연 5% 적금 판매로 홍보적 성과를 톡톡히 누리던 잔칫집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져진 셈. 투자 실패 건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의 애먼 오해까지 사면서 새 행명으로 새출발을 선언한 하나은행 입장에선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투자손실 관련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 붙은 건 역설적으로 하나은행이 판매한 특별적금 상품이 흥행가도를 달린 이유가 크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부터 KEB를 떼고 ‘하나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이를 기념해 ‘하나더적금’을 3일간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연금리 5%대의 적금 상품이었다.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이 기간 136만7000명의 가입자에게서 3788억원을 유치했고, 앱 접속에 장애가 생기고 영업점은 업무가 마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시중 금리보다 배 이상 높은 금리로 은행 입장에서는 역마진도 우려되는 상품이었지만, 기간을 한정해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극대화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고객이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대 납입금액을 월 30만원으로 정한 1년 짜리 상품이어서 최대한도로 넣더라도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세후 기준 8만2650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대 금리’ 자체로 하나은행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40만에 가까운 고객이 앞다퉈 가입하며 언론기사도 줄을 이었다.  

엄청난 흥행으로 부정적 목소리가 묻히는 의외의 효과(?)도 있었다. 하나은행 노조는 사측이 합의 없이 KEB를 행명에서 뺀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뉴스 주목도는 특별적금 상품의 예상치 못한 돌풍으로 쏠렸다. 하나은행 노조는 이번 브랜드명 변경을 놓고 2015년 ‘합병관련 합의서’를 근거로 노사합의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투자 실패 소식에 따라붙은 의심은 이같은 여러 인식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물론 급전이 필요해 특별적금을 만들었다는 건 은행회계의 특수성을 알지 못한 일반 소비자들의 오해다.

은행의 경우 고객이 맡긴 예금은 매출로 계수되지 않는다. 대차대조표에 고객자산으로 따로 분류되고, 대출 용도 외에 은행이 마음대로 변통할 수 없다. 오히려 언제든 고객에 내줘야 하는 돈이기에 부채 성격이 짙다. 즉, 손익계산서상 어떤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고객 예금을 갑자기 늘리는 건 그다지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5% 적금은 (중국 투자 손실 건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일축하며, “고객에 혜택을 드리고 포용적 금융의 일환에서 시행한 거지, 그런 이유라면 적금을 안 파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565억원으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해 만들어진 통합은행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중국에서의 큰 투자 손실에도 여유 있을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소송까지도 고려하는 노조 반발과 화려한 성과 뒤 회사의 ‘꼼수’(?)를 의심하는 고객 정서를 다독이는 평판 관리의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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