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리너스 가격 인상률에 업계 ‘갸우뚱’
엔제리너스 가격 인상률에 업계 ‘갸우뚱’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2.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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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뉴 평균 인상률 0.7%, 가격 증가율 대신 매출 추정치로 계산
동종업계 “특이한 방식”…언론들도 상이한 기준 고려 없이 ‘받아쓰기’ 보도
엔제리너스가 올해 1월부터 29종 품목 가격을 100~200원 가량 인상한 가운데, 평균 인상률은 0.7%라는 자료를 냈다.
엔제리너스가 올해 1월부터 29종 품목 가격을 100~200원 가량 인상한 가운데, 평균 인상률은 0.7%라는 자료를 냈다. 이미지는 엔제리너스 홍보 영상.

[더피알=안선혜 기자] 롯데GRS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지난 1월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5000~6000원대의 29개 품목을 100~200원씩 올리며 평균 인상률을 0.7%로 홍보했다. 이에 다수 언론이 “엔제리너스, 29개 품목 가격 0.7% 인상”과 같은 제목을 달아 그대로 보도했다. 

그런데 내용을 가만히 보면 다소 의아한 지점이 발견된다. 커피값을 6000원으로 놓고 인상률을 0.7%로 계산하면 42원이 되는데, 100~200원과는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차이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제리너스 대표 메뉴인 아메리치노와 싱글오리진 아메리카노만 해도 5100원에서 5200원, 5000원에서 5200원으로 가격이 조정돼 각 2%, 4%의 인상률을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롯데GRS와 다른 외식업체들이 평균 인상률을 내는 방식이 달라서 나온 숫자다.

롯데GRS는 ‘매출 가중 평균’을 통해 평균 인상률을 매긴다. 즉, 가격이 오른 품목들의 인상률 평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인상 후 예상되는 매출 상승 비중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롯데GRS 관계자는 “해당 품목들을 올렸을 때 전체 매출이 어느 정도 오를지를 추산한 수치”라며 “매년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해 자료를 발표해왔다”고 전했다.

오른 금액이 얼마가 됐건 해당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면 인상률은 낮아지게 된다.

동종업계에선 이같은 방식이 일반적 접근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상되는 품목만 추려 평균을 내거나, 전 메뉴 합산 금액 증가분을 따져 평균을 내는 등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메뉴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GRS의 방식이) 특이하긴 하다”며 “보통 외식도 그렇고 소비재도 가격을 인상할 때는 원래 가격 대비 얼마가 올랐는지를 보고 인상률 평균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매출을 기준으로 삼아 설명하는 건 월 매출 영향에 관심이 많은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할 때 정도라는 부연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그런(롯데GRS) 계산은 내부 보고용으로 쓰이는 방식”이라며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상승 효과를 윗선에 보고하는 경우 그렇게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각 기업의 산출 방식이 다름에도 한 기사 내에서 동일하게 다뤄질 때도 많다. 일례로 외식·식음료 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한 경제지 기사는 엔제리너스의 이번 가격 인상을 비롯해 여타 프렌차이즈 소식을 전하며 각사가 밝힌 평균 인상률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이에 대해 소비재회사의 한 홍보인은 “몇몇 곳(언론)을 제외하고는 인상 자료를 냈을 때 세심하게 (수치를)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을 인상이라는 카테고리로 엮어 열거하면서 다른 산출치를 쓰는 건 솔직히 홍보하는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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