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페친] 기성 매체에서 디지털 하기란
[알쓸페친] 기성 매체에서 디지털 하기란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2.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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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독자 강신우(서울경제 디지털팀)씨를 만났습니다

더피알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주는 독자들이 궁금해서 만든 코너. 이른바 ‘알쓸페친’. 알아두면 어딘가에 (큰) 쓸모 있을 그들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서른 두 번째 알쓸페친 강신우씨. 사진 임경호 기자
서른 두 번째 알쓸페친 강신우씨. 사진 임경호 기자

[더피알=임경호 기자] “뭘로 하실래요?”

“돼지국밥이요.”

“저는 순대로 주세요.”

첫 만남에 독자와 밥을 먹었다. “날도 추운데…” 맞다. 날은 추웠고 때는 점심시간 언저리. 허기진 상태론 일도 안 된다. 때문에 속부터 채우려고 국밥집으로 향했다.

밥집의 기본은 세팅. 수저를 꺼내고 깍두기를 담는데 독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더피알 잘 보고 있어요.” 이 무슨 대한(大寒)에 춘풍(春風) 같은 소릴까. 두 번 담을 깍두기를 세 번 뜨고 나서야 그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춤추는 고래는 응당 부끄럽다.

“어떳 기사흘 보시나혀?”

뜨끈한 순대 한 덩이를 입안에 물고 말을 이었다. 밥집에서 이 정도 발음은 양해가 된다. 독자도 하얀 국물을 후후 불어 한 숟갈 입에 뜨고 나서 답을 시작한다. “저널리즘 관련 기사요. 아무래도 관련 분야에 몸담고 있고…”

‘기자시구나’ 취재하는 사람을 취재하러 왔다는 생각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고 섭외할 리 없는 기자는 질문을 던진다.

“이쪽 일을 하시면 좀 더 날카롭게 기사를 보시겠어요.”

한껏 담은 깍두기 한 알을 이제 막 처리하려는 찰나에 마주 앉은 ‘기자’가 웃는다.

“미디어 비평 기사를 주로 봤어요. 어떤 시선으로 업계를 보는지 궁금했고요. (기사를 뜯어보기보다는) 참고할 게 있는지, 요즘 트렌드는 어떤지 그런 부분도 살펴보는 것 같아요.”

언론계 종사자가 보는 더피알의 기사는 어떨까. 거울을 보는 심정으로 ‘우리 어때 보이냐’고 묻는다.

“어떻던가요?”

“미디어만 다루는 매체는 아니니까 관련 기사들을 놓고 전반적인 방향을 짚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옐로저널리즘 등 특정 주제를 다룰 땐 미디어오늘 같은 비평지 느낌도 들더라고요. 외부자이면서 미디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신문사 콘텐츠를 어떻게 보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요.”

“포털에 대한 기사나 트렌드를 다뤄주는 기사도 좋아요. 그런 기사들이 추후 아이템 회의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PR‧커뮤니케이션 전문 매체니까 관련 분야를 더 잘 다룰 것이라는 기대가 있죠”

칭찬으로 시작해 부담을 준다. 역시 기자 ‘짬바’(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분위기나 실력) 만만찮다.

“트렌드에 대한 관심은 일과 연관된 것인가요, 개인적인 관심사인가요?” 주도권 싸움을 시도해봤다.

“제가 디지털 부서에 있거든요. 기성 매체의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려면 흐름에 민감할 필요가 있어요. 한정된 조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또 해내려면 평소에도 많이 보고 들어야 하고요. 그런 면에서 이슈나 트렌드 관련 소스를 접할 채널이 필요한데 더피알이 그 가운데 한 곳이에요.”

기성 매체들의 디지털 부서들은 지금 한창 전쟁 중이다. 2010년 전후로 미디어업계에 불어온 뉴미디어 붐은 카드뉴스로 촉발돼 영상으로 옮겨붙었다. 디지털 부서들은 그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

“기성 매체에서 뉴미디어나 디지털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지금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한 동영상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뉴미디어라고 해서 꼭 영상에 한정된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디지털 부서가 영상, 인터랙티브, 텍스트 등 업무별로 세분화되는 것도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해요.”

“치열한 현장에 있는 만큼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영상을 주된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삼는 방송사와 달리 신문사에서 영상으로 이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제작 환경이나 인력 등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형을 극복하는 노하우가 문득 궁금해졌다.

“디지털 콘텐츠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나 포럼, 세미나 등도 다녀요. 영상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를 운영하는 다른 기업, 조직의 사례도 공부하고요. 한때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기도 했어요. 데이터를 이용한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하고요. 학원도 끊었었는데….(웃음) 보고 듣는 새로운 시도들을 모두 따라 할 수 없겠지만 배울 점을 찾을 순 있는 거니까 많은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진지한 영상으로 40억뷰 달성한 비결은…

“요즘 영상 쪽 트렌드를 짚어볼 수 있을까요?” 술술 이어지는 답변에 재차 물었다.

“범위가 넓어서 딱 이렇다 할 대답은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기성 매체들이 기본으로 삼는 색온도나 오디오, 영상문법과 구도 등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 좀 들더라고요. 촬영은 거칠더라도 편집의 힘으로 서사와 재미를 이끌어내는 콘텐츠들이 많아졌어요. PD나 제작자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그런 영상 문법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보면 될까요?” 원포인트 레슨처럼 질문을 준비했다.

“거기까진….(웃음) 다만 어느 정도 유행하는 것은 맞아요. 근데 비슷한 포맷이 쏟아지다 보면 시청자들은 또 지루해할 테고요. 새로운 유인 요소를 찾아야겠죠. 그런 부분들이 신문사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해요. 유튜버스럽게 만들면 유튜버랑 경쟁해야 하고, 방송국처럼 만들면 방송국과 경쟁해야 하잖아요.”

“그런 현상들을 더피알이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한참을 강의 듣는 기분으로 대화를 이어오다 정신을 차렸다.

“다양한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영상 붐이 일 때도 메이저한 것들과 마이너한 것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디지털화 과정에 기업들이 시도하는 여러 사례, 그런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다뤄주면 좋을 것 같아요. 성공사례는 누구나 알 수 있으니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요. 그런 것들이 알려지면 제작자 입장에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도 좋으니까요. 제가 알고 싶기도 하고요.(웃음)”

국밥에서 오르던 김이 식어갈 무렵 대화도 막바지를 향해 흘렀다. 건더기가 사라진 뚝배기의 중심이 어느덧 휑했다. 그러다 독자가 꺼낸 한 마디.

“예전에 더피알에서 저한테 취재를 요청한 적이 있어요. 제가 쓴 기사에 대해서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어쩐지 묻어나는 익숙함이란. ‘더피알이 이렇게 열심히 한다’는 말을 꺼내려다 한 템포 쉬었다. 취재 방향이 좋은 쪽은 아니었다고…. (미안한 마음에 강신우 페친作 아래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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