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ROI란
스타트업에게 ROI란
  • 채희국 칼럼니스트 (chk@hahmshout.com)
  • 승인 2020.02.17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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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국의 작시성반]
디지털 강세 속 퍼포먼스 마케팅 니즈↑, 이면 들여다봐야

[더피알=채희국]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타트업은 돈이 없고 투자가 절실하다.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기존 기업에 비해 자본도 취약하고 현금흐름도 부족하다. 그러니 스타트업 마케팅에서 ROI(Return On Investment), 즉 투자자본수익률은 절대적 명제에 가깝다.

광고 분야에서 ROI는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비용대비수익률이라는 지표로 대체되기도 하며, ROI와 ROAS는 실무 수준에서 KPI(Key Performance Index, 핵심성과지표)로 표현되기도 한다.

기술의 진화는 광고·마케팅의 기술적 혁신을 가져왔고,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를 제안했다.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소위 4대 매체 중심의 전통적 광고마케팅이 ATL(Above The Line)과 BTL(Below The Line)로 나눠지고, 포털 중심의 디스플레이광고(Display Ad)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으로 사용자행동데이터 분석 기반의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로 정교해지면서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과학적으로 진화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함정

물론 플랫폼과 방법론의 진화에 따라 그 효과(ROI)를 측정하는 지표도 세분화됐다. 광고 노출을 단순히 계량화하는 CPM(Cost Per Mile)을 비롯해 CPC(Cost Per Click), CPI(Cost Per Install), CPA(Cost Per Action) 등 수많은 ‘C형제’들의 등장은 마케팅 담당자들의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많은 PR과 마케팅 방법론의 등장은 과거와 비교해 과학적 캠페인을 가능케 했지만, 동시에 보다 정교한 ROI 산출능력과 입증방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의사결정권자에게는 소위 가성비(價性比) 높은 캠페인과 미디어는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던져지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주로 닿는 곳이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가 낳은 총아(寵兒)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소비자 행동패턴을 설명할 때 흔히 언급되는 AISAS 모델(Attention-Interest-Search-Action-Share)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 마케팅이 대부분 인지의 영역(Attention-Interest)에 국한됐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은 소비자 행동패턴 전반(Search-Action-Share)에 관여한다. 또한 소비자 행동패턴의 각 단계에서 과학적으로 KPI를 추출하고 합리적으로 ROI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모든 것에는 이면과 함정이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주로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앱의 영역에서 효과적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분야의 큰손은 쿠팡, 지마켓, 옥션과 같은 대형 커머스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는 “작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얻는 마케팅 같은 것은 없다”는, 마케팅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불변의 법칙을 다시 한 번 입증해준다. 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 이상의 예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타트업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이자 연간 100억달러(한화 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는 P&G의 실험은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준다. P&G는 지난 2017년 2분기에만 디지털 마케팅 예산 1500억여원 정도를 삭감했지만 매출은 그대로고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P&G 측은 “우리는 봇(Bot)에게 광고를 하고 있었고, 디지털 마케팅이 브랜드 자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이유를 요약했다.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을 쓰는 P&G마저 효율적인 디지털 마케팅 ROI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쌈짓돈 수준의 예산으로 효과를 얻겠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W’만 있고 ‘H’가 없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ROI를 결정짓는 요소는 브랜드 마케팅 영역이지 퍼포먼스 마케팅의 영역이 아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을 실행하는 방법(Tool)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나’와 ‘나의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케팅을 우리는 ‘돈 낭비’라고 부른다.

최선의 ROI를 도출하는 방법은 결국 ‘나(스타트업)’와 ‘나의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이덴티티(Identity)와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면, 나의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들과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는 것은 타깃팅(Targeting)과 채널(Channel)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브랜드 마케팅의 영역이다.

물론 퍼포먼스 마케팅이 무의미하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방법론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떤 마케팅 툴에 비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다만 ‘누구에게(Who)’, ‘무엇을(What)’을 전달하겠다는 체계적이고 타당한 전략은 없고, ‘어떻게(How)’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여러분이 고객에게 제안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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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환 2020-02-18 15:04:5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