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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의 밥상] 짜장예찬
[홍보인의 밥상] 짜장예찬
  • 이지환 thepr@the-pr.co.kr
  • 승인 2020.02.20 14: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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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매직 홍보팀 이지환 매니저

‘홍보인의 밥상’은 일선 실무자들이 참여해 꾸려가는 릴레이식 코너입니다.

[더피알=이지환] 올해 여섯 살 난 아들 녀석이 내게 물었다. “아빠는 무슨 일을 해요?”

십 년 가까이 홍보를 했지만 아직도 누군가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아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아니?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아빠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란다.” 이렇게 말했다. 물론 내 설명에 아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愛)쓰는 커뮤니케이터다. 고객은 물론 이해관계자와 임직원, 의사결정권자 모두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또 하나의 주요 대상이 바로 기자다. 때론 아군이 되어주기도 하고, 뼈 때리는 기사로 우릴 힘들게도 하지만 회사의 존재와 가치를 전하는 출입기자는 홍보인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그만큼 중요한 관계이기에 홍보인에게 출입기자와의 식사자리는 중대한 업무 중 하나다. 첫 기자미팅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PR회사 주니어 시절 호기롭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경험이나 실력이 부족한 내 자료를 써 준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조바심이 났던 나는 무턱대고 출입기자 리스트를 붙들고 전화를 걸어 밥 한번 먹자고 물고 늘어졌다. 그 모습이 어찌나 딱했는지 한 기자가 짜장이나 한 그릇 하자며 여의도에 있는 중국집으로 나를 불렀다.

솔직함이 무기라고 첫 기자미팅이라 말했더니 애송이 같은 내게 자상하게도 많은 것을 알려줬다. 중국집에서 고량주 몇 잔(?)과 함께 화려하게 홍보에 입문했고, 그렇게 맺은 인연에게 가끔 안부 전화 한 통 건네면 아직도 “그럼, 짜장이나 한 그릇 합시다”라고 답이 돌아온다.

첫 기자미팅 메뉴였던 짜장면. 십여년이 흐른 지금도 중국집은 최애 장소다. 필자 제공

첫 미팅자리가 중국집이어서인지 나의 중국집 사랑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데스크나 출입기자가 바뀌면 으레 밥 한번 먹자고 인사를 건네게 되는데 내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중국집으로 자리를 잡는다. 처음 만나는 관계라 상대 취향을 모를뿐더러 값비싼 한정식, 일식집 보단 중국집이란 대중성이 상대에게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중국요리를 선호하지는 않아도 꺼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짜장면은 아직 별미 중의 별미고, 누구나 짜장면에 대한 추억하나 정도는 있을 만큼 대중적인 음식 아닌가.

중화요리는 선택권도 다양하다. 짜장이 아니더라도 어제 마신 술로 해장이 필요하면 얼큰한 짬뽕이, 그리고 밥을 선호하면 볶음밥과 다양한 덮밥이 있다. 여기에 달콤한 탕수육이나 팔보채, 양장피 등 중화요리 한두 개를 더하면 제법 대접하는 분위기까지 낼 수 있다.

내가 중국집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동네마다 한두 곳 정도 중화요리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지역 맛집을 검색만 해봐도 중화요리 맛집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때론 대기가 길어질 수 있지만 맛에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중국집을 선호한다.

누군가 홍보는 연애라 했다. 잘 될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럴 수만 있나? 그래서 홍보를 하다 보면 가끔은 외롭다. 마치 짝사랑처럼 나만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부탁하고, 거절당하고, 미안하고 죄송한 일은 왜 그리도 많은지...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이 일을 사랑한다. 십 년 가까이 홍보를 했지만 아직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홍보인의밥상 #이팀장의홍보일기란 해시태그와 함께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선배에게 “놀러(?) 왔어?”란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이 또한 딱딱한 자리를 풀어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하나 아닌가 싶다.

첫 인사자리에서 사진을 요리조리 이쁘게 찍으려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긴 해도 오늘도 기자에게 ‘홍보인의 밥상’ 이야길 꺼내며 꿋꿋하게 카메라를 들이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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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을 사랑하는 홍보맨 2020-02-20 16:14:20
짜장면이 먹고 싶어지는 저녁이네요~ 중국집은 정말 실패가 거의 없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