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곡점, 언론의 ‘심리적 백신’ 희망하며
코로나19 변곡점, 언론의 ‘심리적 백신’ 희망하며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20.02.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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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유사시 높아진 미디어 영향력, 생활자 시각의 공감 보도 필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회가 임시 폐쇄됐다 다시 문을 연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원실 앞에 방호과 직원들이 출입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회가 임시 폐쇄됐다 다시 문을 연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원실 앞에 방호과 직원들이 출입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유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5일을 기준으로 900명을 넘어섰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상황이 급속히 번져나가며 방역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과 담당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생업을 위협받으며 일상을 영위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도 너무나 지쳐가고 있다. 보건위기가 닥치면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자주 꺼내지 않던 위기관리(Risk Management)를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 빈번하게 언급되는 영역이 바로 위기소통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다. 물리적 방역 활동과 함께 심리적 방역으로서 국민소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보건위기 시 대중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불확실성에 극도로 예민해진다. 의료, 보건, 정책, 법률 등 위기를 관리하는 측면에서의 논의도 필수적이지만, 다양한 정보원과 대중 간 정보 흐름과 소통 노력 또한 크게 요구된다. 사회 전체에 닥친 위기의 최소화에 기여하는 한편, 피해를 가중시키거나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보건 위기 관련 정보는 시시각각 대중에게 전달되며, 우리나라처럼 개인의 미디어 활용도가 높은 곳에서는 그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코로나 사태 이제는 숫자 싸움…명시적 메시지 경계”

감염병 마주한 언론의 고질병

얼마 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개최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한국사회의 위기소통’이라는 세미나에서 발제를 했다. 언론보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필자와 연구팀은 지난 1월 20일 확진자 최초 발생 이후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 코로나19 관련 쏟아진 보도를 온라인과 SNS를 활용해 분석, 주요 특징을 발표했다. 최대한 일반인, 즉 ‘생활자’의 시각에서 언론이 제대로 기능해주고 있는지 판단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를 통해 언론이 영향력을 보유한 중요 주체로서 대중을 위한 ‘심리적 백신’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살폈다.

코로나19 관련 보도들은 메르스 때와 비교해 나아졌다. 팩트체크의 일반화, 보건 당국 발표에 근거해 작성하는 기사, 국민들이 준수해야 하는 안전·생활 수칙에 대한 상세한 안내 등을 나름 성실히 수행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재난보도준칙과 감염병 보도준칙 등의 항목을 여전히 지키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보통 사람들 시각에서 의미와 가치를 느끼기 힘든 보도도 적지 않았다. 공감하기 힘든 기사로 판단되는 유형은 총 5개로 분류 가능했다.

첫 번째는 ‘정쟁, 혹은 과도한 프레이밍’ 기사다. 예를 들어 확진자 발생 초기부터 ‘유령’이라는 용어를 과도하게 사용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우한이 봉쇄되고 지속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등장하던 그 시기, 진원지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한 ‘유령’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가게 손님이 사라지기 시작한 우리나라 도심을 언급하며 남발하는 듯했다. 해당 언론사의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는 다른 언론사는 코로나 위기가 남북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의 헤드라인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들 기사의 본원적 가치를 따질 수야 없겠지만, 대중의 부정적 반응들은 댓글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팩트가 무엇이든 논조와 내용을 언론사 기조에 맞춰 프레이밍하는 느낌을 받은 사례였다.

두 번째는, ‘TMI(정보과다) 혹은 정보의 우선순위 결여’다. 극도의 괴로움에 처한 일반인들에게 과연 어떤 도움을 주려고 쓴 기사인지 영문을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 우한시장 소재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던 온갖 야생동물의 종류와 가격 등을 상세하게 보도한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매우 가벼운 흥미, 혹은 안 그래도 부정 감정으로 가득한 중국에 대한 혐오수준을 더욱 끌어 올리는 반응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우리 교민을 태운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쓴 어린 아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우리 교민을 태운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쓴 어린 아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가 중국 어딘가에 소재한 실험실에서 무기용으로 개발되었다는 루머(?)를 전하며, 국내외 학술자료 및 관련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팩트체크’를 하는 콘텐츠도 있었다. 해당 콘텐츠는 예능 요소도 일부 가미해 주목도를 높이려 애쓰는 모습도 엿보였다. 그러나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는 대중에게 얼마나 필요한 정보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 유형은 ‘정보의 단순 전달자’로만 느껴진 보도들이다. 위기, 특히 대중의 건강과 직결되는 위기일수록 언론은 정보 전달은 물론 진위 확인도 정확하게 수행하며 프로페셔널한 시각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대중이 희망하는 언론의 능력이다.

확진자가 비교적 소수로 등장하던 시기, 특정 지역의 ‘마트’가 확진자 동선으로 공개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상호명에 일부 오류가 있었고, 질본은 발표 후 그 부분을 수정하고 사과했다. 예상은 했지만 언론들은 최초 틀린 이름을 ‘그대로’ 전달했다. 흔하디흔한 상호명이 나왔지만 어느 언론, 기자도 의문을 품거나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끝으로 ‘추적저널리즘(Chasing Journalism), 혹은 생중계 저널리즘’ 행태다. 우한 교민들이 전세기를 통해 입국해 전원 아산·진천 시설에 격리됐었다. 해당 지역에 기자들을 급파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라는 상황, 모두의 하루하루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꼭 저래야 하나 싶은 유형도 있었다. 가령 시설에 격리돼 엄청난 무력감과 공포의 시간을 버티고 있을 교민들을 도촬하거나 무리하게 인터뷰를 시도하는 행태가 보인 기사들이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내부 교민과의 전화를 통해 정보를 확보, 방의 구조를 평면도 형태로 만들어 기사화하는 치밀함도 보여줬다. 또 시설 뒤편에 있는 야산으로 이어지는 곳에 펜스가 있는데, 관리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온전하게 차단이 안 된 것처럼 화면을 전하는 보도도 있었다.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기 좋은) ‘그림’을 만들어내려는 억지가 보인 안타까운 사례들이었다. ▷관련기사: 언론은 메르스 교훈 잊었나?

그림보다 정보 담아야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디어가 전하는 다양한 콘텐츠, 그 중에서 언론 보도일 것이다.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언론에 의해 접수하고, 수용하고, 해석하고, 행동 기반으로 삼기 때문이다. 언론에 의지하고 우리의 행동 양식을 결정할 정도로 너무나 핵심적인 판단 준거가 된다는 말이다.

생산하는 말과 논조, 방향에 의해 대중은 심리적 백신을 경험하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명하게 행동할 수도 있고, 필요 이상으로 공포를 표출하거나 특정 주체를 미워하며 극복보다 증오만 갖게 될 수도 있다. 일반인의 불안한 마음, 생활자의 간절한 입장으로 언론에게 부탁하고 싶다. 우리를 위한 심리적 방역, 백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를.

코로나19 예방수칙

1.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씻기
2. 기침할 땐 옷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3.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시 반드시 마스크 착용
4. 중국 방문 후 14일 이내 호흡기 증상 있으면 검역관에게 신고
5. 의료기관 방문시 해외 여행력 알리기
6. 감염병 의심될 때는 병원에 바로 가지 말고 질병관리본부(☏1339) 또는 보건소에 전화연락

코로나19 질병관리본부 사이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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