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회도 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불만…업계 여진 계속
신문협회도 언론재단 ‘정부광고 대행’ 불만…업계 여진 계속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3.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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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사회서 공론화, “정부광고법 최대 수혜자는 언론재단, 최대 피해자는 언론”
협회 문제 제기에 재단 측 “투명하게 운영…수수료는 광고주인 정부가 재단에 지급하는 것”
광고·PR업계는 헌법소원 진행 중, “대책 없이 관행 완전히 흔들어버렸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을 둘러싸고 또다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주요 일간지가 모인 신문협회가 최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섰고, 에이전시업계에선 복수의 주체자가 헌법소원을 위한 법적대응을 진행 중이다.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을 명분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수탁자 역할을 해오는 상황에서 법 시행 1년이 넘도록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광고 집행권이 수수료 등 막대한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어 이해관계 조율이나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광고법 이해를 돕기 위해 재단 공식 SNS에 올린 게시물. 출처: 언론재단 페이스북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광고법 이해를 돕기 위해 재단 공식 SNS에 올린 게시물. 출처: 언론재단 페이스북

우선 신문업계 움직임이 심상찮다. 3월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월 20일 참석 발행인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정부광고법과 언론재단의 대행수수료 징수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당초 취지인 정부 광고 집행의 투명성은 온데간데없고 언론재단이 특별한 역할 없이 통행세 개념으로 수수료 10%를 가져가면서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광고법 최대 수혜자는 언론재단, 최대 피해자는 언론”이라며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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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이 가져가는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는 사실상 매체사가 가져가야 할 몫”이라며 “정부광고법은 법 자체뿐 아니라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재단이 매체광고 수수료를 자동으로 떼가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이다.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부처나 기관 등과 매체가 직접 거래하면 수수료를 포함해 총매출이 늘어나게 되는데, 재단을 무조건 거치도록 법으로 강제해 놓으면서 그럴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정부광고료 수수료 인하 등에 대한 요구를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재단에 공식 제기할 방침이다.

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의 정부광고법 대행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신문협회보.
신문협회는 언론재단의 정부광고법 대행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신문협회보.

신문 등 전통 언론의 발전을 지원하는 단체의 수익사업에 대해 수혜 당사자이기도 한 언론이 부당함을 지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재단은 여러 근거를 대며 반박했다.

관련 입장을 묻는 더피알 취재에 대해 재단 측은 서면 답변을 통해 “정부광고법 시행에 맞춰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을 오픈하고 모든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연간 집행 현황을 다음해 5월 국회에 세부사항까지 보고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성실히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는 광고주인 정부가 재단에 지급하는 것”이라는 말로 ‘수수료는 사실상 매체사가 가져가야 할 몫’이라는 신문협회의 앞선 주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재단 측은 “2019년 기준 수수료 중 250억원을 언론진흥기금에 출연하고 언론진흥사업, 정부광고진흥사업에 지출했다. 집행 잔액은 전액 기금에 추가출연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고, 정부지침을 넘어 재단이 임의로 지출한 금액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선 정부광고를 둘러싼 양자 간 기싸움이 신문협회 지원책과 얽혀 돌출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지만, 사정이 어찌됐든 정부광고를 통해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재단 입장에선 불편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생존권 위협 호소

신문협회가 수수료 소유권과 운영의 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다면, 에이전시 쪽에선 생존권과 결부시켜 좀 더 심각하게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집행시 사실상 ‘독점 인하우스 에이전시’로 기능하면서 민간업체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공공부문에서 전체 매출과 이익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일반적으로 에이전시 비즈니스는 가격(예산) 산출시 맨 위가 인건비고, 그 다음이 광고·홍보물 등의 제작과 매체비에 들어가는 실비, 이들 예산의 10% 내에서 회사 운영 등에 필요한 일반관리비가 책정된다. 그리고 이들 인건비·실비·일반관리비를 더한 5% 이내에서 기업이윤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이에 비춰 A업체 대표는 “정부 프로젝트는 매체비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제작비는 크게 인정을 안 해주는 풍토다. 그래서 업체들은 제작에서 수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대행)수수료 등으로 보충해 기업이윤을 플러스로 만들어왔는데 이런 관행을 별 대책 없이 완전히 흔들어버린 것”이라고 성토했다.

가령 20억 프로젝트라고 했을 때 과거엔 20억에서 10억을 매체비로 떼도 전체 예산인 20억의 10%가 일반관리비로 인정됐는데, 지금은 매체비 10억가량을 제외시킨 10억원의 10%로 줄어들었다. 단순히 대행 수수료 차원이 아니라 전체 이익 감소가 현실화됐다는 전언이다. 규모가 큰 에이전시는 그나마 ‘버티기’가 가능한데 정부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은 중소업체는 속된 말로 죽을 맛이다.

이 대표는 “결국 인건비와 제작비를 줄여야 손실분을 메울 수 있는 판국인데, 공공은 추가 잡무도 많아 불가능하다”며 “원래는 제안서에 매체기획부터 집행까지의 전략과 실행 스탭이 다 들어가야 한다. 유독 정부 프로젝트만 제안서 작성은 (민간)업체가 하고 그중 광고집행권만 쏙 빼내 재단이 가져간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광고 수수료 사용처에 대해서도 불만이 여전하다. 언론재단은 태생적으로 언론산업을 위한 각종 진흥 사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자연히 정부광고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수가 신문 등 전통언론에 지원된다. 지금은 신문협회와 각을 세우고 있지만, 사실 언론재단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특수이해관계자는 신문업계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B업체 대표는 “정부광고라는 글자 안에 광고가 들어갔으면 광고산업이나 그와 유관한 커뮤니케이션업계에 돈이 풀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언론사가 공기관도 아니고 엄연히 사주가 있는 사기업에 정부가 광고도 하고 수수료 이익도 돌려준다는 건 지나친 특혜 중의 특혜”라고 주장했다.

헌법소원 청구, “헌재 결정 기다리는 중”

이런 여러 불합리한 점을 들어 업계에선 진작부터 헌법소원을 검토했다. 지난해 한 광고회사가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 현재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사건을 법률대리하고 있는 김연호 변호사(김연호국제법률사무소)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담당 재판부가 구성돼 내부적으로 평의(재판관 9인이 전원 참석해 사건 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건이 필요적 변론 사건이 아니라 변론일이 잡힐지 아닐지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PR회사들이 모인 한국PR기업협회에서도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 협회 법률대리인인 문병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수영)는 “작년 말 문체부와 만나 의견을 전달했고, 그 이후로 (입장을) 정리하는 단계”라며 “(헌법소원 청구와 별도로) 청원도 하고 문체부 담당이나 언론재단 측과도 계속 협의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로선 밝힌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이 같은 업계 움직임에 대해 언론재단 측은 “헌법소원 관련해선 재단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사료된다”면서도 “정부광고법 및 동법 시행령은 광고제작사 등 민간업체의 정부광고 참여를 보장한다. 이에 재단은 정부광고 수탁업무에 참여를 희망하는 민간업체에 대해서는 공개경쟁입찰을 시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한 정부광고 수수료로 운영되는 기금이 지나치게 신문 위주의 지원에 쓰인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언론진흥기금 지원대상 매체는 신문법 제34조에 규정된 신문·인터넷신문·잡지다. 방송·통신사 지원이 불가하다”고 원론적인 부분을 짚었다.

그럼에도 재단은 “그간 방송·통신사에도 재단 회계법인 사업을 통해 교육, 저술지원, 유관단체 지원, 언론인 복지향상 등에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광고법이 시행된 지난해부터 지역방송사와 종교방송사를 대상으로 공익광고 지원을 했고 올해도 23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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