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들의 시의적절한 CSR
작은 기업들의 시의적절한 CSR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3.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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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연기‧손씻기‧재택근무 등 사회 흐름에 맞는 기술‧제품 지원
관련 문의 및 요청 대폭 증가……추가 기부로 이어지기도

[더피알=임경호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며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시의적절한 사회 공헌 방안이 눈에 띈다. 수많은 기업들이 지원 규모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반면 자사의 기술이나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시선을 끄는 곳들이 있다.

막강한 자본력이나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대기업들과 달리 작지만 단단한 기업이나 성장세에 있는 기업들이 이 같은 움직임의 선봉에 섰다. 때문에 기업 규모나 인력에 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셈이지만 적지 않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썸 프리미엄 버전 무료 제공 안내화면.
클라썸 프리미엄 버전 무료 제공 안내화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국의 학교들이 개학을 연기하면서 비대면 수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시기에 온라인 강의 플랫폼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는 클라썸(CLASSUM)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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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라썸은 클라썸 3.0 버전에 영상플레이어 기능 등을 추가한 프리미엄 버전을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해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강사와 학생 간 쌍방향 소통을 지원한다.

클라썸 최유진 부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강의 전환이나 관련 예산 마련 등에 대한 교육업계의 어려움을 접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프리미엄 버전을 배포하기로 했다”며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클라썸 측의 이 같은 예측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 조짐과 맞물려 관련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이른다. 감염병 정국 이전에도 300여 개의 교육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던 클라썸은 평소보다 5~6배 많은 지원요청을 받고 있다.

사무실의 서울 이전을 고려할 만큼 수요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대구와 제주 등 지역에서도 서비스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와 홍콩 같은 해외 각지에서도 서비스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최유진 부대표는 “(서비스 제공 대상이 늘면서) 기본 인력이나 시스템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있지만 구성원 모두가 이를 분담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응원과 감사인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밭 원포원 캠페인 안내 화면.
동구밭 원포원 캠페인 안내 화면.

한바탕 마스크 대란을 겪은 뒤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손 씻기가 최선의 예방’이라는 의견이 부각되는 요즘 자사에서 생산하는 비누를 기부한 업체도 있다.

천연비누 및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셜벤처 동구밭은 대구광역시 보건소에 비누 1000개를 기부했다. 또 ‘원포원(One for One)’ 캠페인을 통해 비누 1개를 구입하면 같은 비누 1개를 사회에 기부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을 꿈꾸는 해당 업체는 캠페인으로 비누 450여 개를 추가 기부하기도 했다.

동구밭 박상재 이사는 “우리에겐 비누가 확실한 재원이니까 제품을 기부하는 게 사회 공헌에 있어 조금 더 전문성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며 “사회적 기업인만큼 이런 일이 있을 때 기부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프로모션(캠페인)을 진행하는 데도 어색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구밭은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게 추가 기부를 계획 중이다. 코로나 사태로 시작된 제품 기부가 그룹홈 지원 논의로 이어졌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월드쉐어(Worldshare, 국제구호 NGO)와의 협약도 앞두고 있다. 동구밭은 향후 세계 36개국에 자사 비누를 지원할 예정이다.

박상재 이사는 “캠페인을 통한 추가 기부분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평소보다 20~30% 증가했다”며 “한 개 가격에 두 개를 지급하다 보니 마진은 줄었지만 마진을 보고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괜찮다)”라고 전했다.

TWC 클라우드게이트 무료 제공 안내 화면.
TWC 클라우드게이트 무료 제공 안내 화면.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며 고객 응대 방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되는 시기에 이목을 끄는 기업도 있다.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TWC)은 기업과 소비자간 통합 상담 서비스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를 무상 제공 중이다. VPN 설치 등 기술 지원이나 다양한 상담 창구 관리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가 어려웠던 고객 상담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보다 손쉽게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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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C 이상원 마케팅팀장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며 고객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인터넷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장소와 무관하게 고객 응대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TWC는 현재까지 100여 개 이상 기업에 무상으로 상담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지원 대상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재택근무 도입 기업이 늘어나며 관련 문의가 증가했는데,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 이후 상담 솔루션 및 오퍼레이션 문의가 또 한 번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원 팀장은 “오퍼레이션 전문기업에 맞게 지원인력을 기존보다 늘려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NHN과 다음카카오 등 대형 IT기업들도 코로나 유관 프로그램 이용에 투입되는 자사의 리소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 중이다. 코로나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린 가운데 ‘코로나 알리미’나 ‘라이브 코로나’ 등의 서비스에 필요한 지도나 클라우드 서버 비용을 이들 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중견 IT업체에 근무하는 한 개발자는 “공공마스크 조회 서비스 등에 이용되는 시스템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클라우드 접속량에 따라 과금이 되는 구조라서 사용자가 늘어나면 리소스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특정 시기에 기업들이 할 수 있는 마케팅이 있는데, 코로나 사태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런 경우”라며 “기업 차원에서 시류에 순발력 있게 대응한 마케팅 차원의 CSR”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마케팅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조명할 때 “이런 현상을 하나의 흐름이나 트렌드로 보긴 어렵다”며 “시장은 이미 소셜임팩트로 넘어간 상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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