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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생의 이중생활, “사이비종교 영화화한 이유는…”
평범한 대학생의 이중생활, “사이비종교 영화화한 이유는…”
  • 이정효 hn03164@naver.com
  • 승인 2020.03.1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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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스펙 벗어나 작품으로 스펙 쌓는 진현도 씨

[더피알=이정효 대학생 기자] 비슷비슷하게 평준화된 스펙은 더 이상 스펙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학생이라면 남들도 다 당연히 하기에, 불안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줄줄이 늘려가는 것 역시 스펙이다. 제 2의 교과서처럼 필수가 되어버린 공모전, 대외활동, 어학성적. 그마저 식상해져가는 시기에 정형화된 스펙에서 벗어나 다소 용감한 움직임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평소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학교 밖에선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숨겨진 이중생활을 발굴해 보기로 했다. 첫 인터뷰이는 영화 만드는 진현도 씨다.

인터뷰이 진현도씨. 

더피알 독자 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가천대학교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진현도라고 합니다. 인터뷰를 한다니 일단은 반가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대학생 신분으로 영화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외롭기도 한 일인데 비슷한 방향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것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기대가 되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는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전공)생활과는 별개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은 언제였어요?

굉장히 사적인 경험인데요. TV에서 본 한 장면 때문에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고등학교 2학년 때인데 우연히 TV에서 민용근 감독님의 혜화동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 됐어요. 대문 앞에서 빨간 목도리를 한 주인공의 모습을 봤는데 무언가 와 닿았고,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고 안 잊혀서 이런 게 영화인가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때 처음으로 영화 관련해 글을 써야겠다하고 마음먹게 됐죠. 그러고 나서 ‘안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싶으면 해야 된다’는 생각에 혼자 배낭 메고 무작정 집을 나서서 당일치기 부산국제영화제 취재도 가고 그랬어요. 지금도 영화를 시작한 이 이유는 절대 변하지 않고 있어요.

그 정도 열정이면 대학 전공도 영화 쪽을 염두에 뒀을 법한데 다른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대학 진학 자체도 영화를 찍고 싶어서였고, 실제로 타 대학 영화과에도 합격했었어요. 그런데 점점 ‘굳이 영화과 안 나와도 영화는 만들 수 있지 않나’ 하고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영화과이든 아니든 훌륭한 감독님들도 많이 계시고 영화는 삶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영화과 밖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또 지금 다니고 있는 신방과가 사람들을 분석하는 일도 많이 배우기 때문에 학교 다니면서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과감한 선택이었네요. 그렇게 찍게 된 이번 영화 ‘수작’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를 빼앗아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영화는 사이비 종교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특히 제일 중요했던 부분은 사이비 종교와 관련해서 그들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건드리는가, 그 상황에 놓이면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가하는 심리를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년 상반기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본격적인 촬영은 한창 더운 8월 중순경에 들어갔어요. 독립영화다 보니 개봉이나 배급은 따로 되지 않았고, 올해 2월 15일 독립영화제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8월 뜨거웠던 촬영 현장. 

공교롭게도 코로나19와 맞물려 사이비 종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데요. 

처음부터 사이비 관련 영화를 만들어야지하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3개월 넘게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소재를 계속 개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만만해 보이는 인상 탓에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날도 집 가는 길에 두 명의 여자분이 설문지를 들이밀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바로 무시하고 지나갔을텐데 그날은 왠지 재밌는 일이 생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문득 길에서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는 제 모습이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보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아 그래 이거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생각했죠. 이상한 걸 알고 있으면서 말이에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사이비 종교를 직접 조사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는데 일단 첫 번째는 참 교묘하게 나쁘다란 점이에요. 저는 물질적·물리적 피해를 주는 사기나 상해보다도 이 사람들이 더 질이 나쁘다고 생각해요. 사람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때문이에요. 직접 사이비 전도사와 일주일에 세 번 한시간씩 상담을 한달 동안 받으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느꼈어요. 어떻게 이들이 사람들에 접근하고 어디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포교하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거기에 빠져들게 되는지를요.

저도 그 당시 3개월 넘게 준비하던 시나리오가 엎어지고 영화 때문에 엄청 힘들어 했는데 주변에 얘기하기도 어렵고 해서 속으로만 앓고 있었죠. 그 약해진 틈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파고들더군요. 아주 집요하게요. 그리고 교묘하게 옆에서 흔들어요. 아주 놀랄만한 인내심을 가지고요. 개인적으로 더 놀란 것은 제가 심리상담전문의사와도 상담을 해본 적이 있는데, 대화의 집중도나 리액션 면에서는 오히려 이 사람들(사이비 신자)이 더 좋았다는 거예요. 정말 눈을 반짝이며 제 이야기를 마치 영어듣기평가를 하듯 집중해 들어주더라고요. ‘이러니 빠져들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누군가 제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절실하던 때 조사차 시작한 상담이 나중에는 제가 더 절실하고 필요해져서 주변 스텝들한테도 상담사실을 숨겼었어요. 사이비 종교를 파헤치려고 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위로를 받아버린거죠. 다행히 제가 스텝들에게 중간에 말했고 그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덕분에 어떤 식으로 이 영화를 만들어야할지 방향까지 잡게 됐고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심리를 다루는 영화 '수작'. 

기다리고 바라던 영화 제작에 들어갔지만 분명 힘든 점들도 있었을 텐데요.

영화 제작의 모든 단계마다 울었어요. 시나리오부터 배우 오디션, 촬영, 편집까지 모두 눈물로 얼룩졌죠. 열심히 준비하고 잘 계획했더라도 맨땅에 헤딩 식으로 부딪힌다는 게 변수도 굉장히 많았고, 금전적으로 현실적인 문제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고민에 빠졌고 감정적 동요가 컸어요. 차라리 울고 나면 생각도 정리되고 편안해졌어요. 그 단계마다 스텝친구들이 끝까지 많이 도와줘서 완주가 가능했어요. 이 영화 영어 제목이 컴포트(comfort)인데 위로라는 뜻도 있어요. 이 영화 자체가 제가 위로받으려고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껏 울었어요.(웃음)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들, 배운 것들이 있다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영화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에는 대화하는 법에 서툴렀어요. 어떻게 소통하는지 잘 몰랐죠. 그런데 내가 말해야하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을 영화하면서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더불어 스텝친구가 해준 “너의 영화에 대한 왈가왈부에 흔들리지 말고 무소에 뿔처럼 가라”라는 말에서 자기 확신이 있어야 된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고요. 이런 식으로 영화 안팎으로 많이 배우는 중이에요.

분명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도전을 갈망하는 대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불안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매우 불안정하고 불안하지만 분명 하려하고,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불안함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제쳐두고 다른 일들을 하는 것은 오히려 내 꿈과 더 멀어진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를 아직 모른다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하구요. 도전 역시 크게 보면 다 같은 나에 대한 투자인 것이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주변사람에게 포기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저도 불안하기도 하고요. 근데 포기하는 건 더 불안할 것 같아요. 어차피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면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은 잡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어떤 영화를 찍고 싶나요.

많지만 하나를 꼽자면, 다큐멘터리처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영화. 연출했다고 느껴지지가 않을 만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영화. 만들기 어렵고 좋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광고·캠페인 프로젝트 진행하는 유병욱씨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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