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Talk] 이정현 내세운 바디프랜드 ‘테크노’ 광고
[Pick&Talk] 이정현 내세운 바디프랜드 ‘테크노’ 광고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3.16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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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가 90년대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을 모델로 기용해 메인뉴스 시간에 TV광고를 집행했다. 레트로풍 B급 감성이 두드러진다.
바디프랜드가 90년대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을 모델로 기용해 메인뉴스 시간에 TV광고를 집행했다. 레트로풍 B급 감성이 두드러진다.

Pick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가 정수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테크노 여전사로 불리던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을 모델로 기용해 파격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1999년 대히트했던 이정현의 노래 ‘와’와 ‘바꿔’를 개사해 세기말 트렌드이던 테크노 뮤직비디오로 제작, 레트로풍 B급 광고를 내놓은 것. 개사는 원저작권자인 최준영 작사·작곡가가 담당하고, 이정현도 일부 참여했다.

해당 광고가 집행된 건 지난 주말 지상파 및 종합편성 채널 메인뉴스 후CM(프로그램 끝난 후 붙는 광고) 시간으로, 프리미엄 시간대에 해당한다. 보통 15초 단위로 편성하는 TV광고와 달리 2분에 달하는 장초수 광고였다.

고퀄리티 뮤직비디오를 B급으로 구현한 독특함과 가시성 높은 광고 시간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상당히 화제가 됐다. 다만 촌스럽다는 의견과 재미있다는 의견이 교차하며 호불호가 갈렸다.

정재훈 바디프랜드 마케팅팀장은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바디프랜드 제품이 후발주자이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와 같은 인식의 장벽에 막혀 기능이나 디자인 대비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광고를 집행했다”며 “기존 문법대로 장점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정수기를) ‘바꿔보라’고 센세이셔널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광고는 바디프랜드에서 광고회사 없이 직접 기획해 프로덕션에 맡긴 결과물이다. 뮤직비디오 및 CF 감독인 이사강이 연출을 맡았다.

Talk

지상파 메인뉴스가 끝나고 광고가 2분여 나왔는데, 일단 매체 집행비에 놀랐다. 돈을 이렇게 많이 들인 병맛 광고를 내놓은 게 신기했다. 이건 고급 병맛이다.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을 거다. 미술비부터 모델료를 차치하고라도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갔을 걸로 보인다.

사실 크리에이티브 자체가 충격적인 건 아니다. 영상에서 정수기 이름을 부각시키고 ‘바꾸’라는 직설적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은 일반적 접근이다. 여러 평가들이 오가지만,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게 광고 목적이었다면 실패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 광고에 대한 평을 담은 SNS 게시글 하단으로 엄청나게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그 자체로 성공한 거다. 양준일의 등장으로 온라인 탑골 공원이 한창 주목받는 가운데 이정현은 탑골 레이디 가가로 불리는 가수다. 2030 눈을 잡고자 생각한 듯하다.

매출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정수기 품목은 아직 고관여제품이다. 디자인은 레트로스럽고 예쁜데, 사람들이 물은 더 깐깐하게 고른다. 공기 질도 따지는 시대에 물의 질은 당연히 따지는데, 이 메시지 하나로 바꿀까 퀘스천마크가 찍히긴 한다.

창의는 기획이 아니라 실행이라고 본다면 크리에이티브하다고도 할 수 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이니 말이다. 광고주 의지가 크게 반영된 광고인 듯하다.

문종현 MOONP 대표 감독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행)했다고 본다. 한 브랜드에서 이렇게까지 어떤 의견이 나올지 모르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지만, 과감히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캠페인이라고 본다.

광고주가 직접 의사결정을 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보통 담당자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 하기에 성공도 아니고 실패하지도 않는 방향을 선호하곤 하는데 선택이 과감했다.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촌스럽다고 느끼는 부분 때문인데, 광고를 받아들이는 지금의 인구가 정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미 90년대를 경험한 사람이 당시 스타일을 보며 촌스럽다고 느끼는 것일 수 있다. 바꿔 얘기하면 지금 세대에는 신선한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긍정적인 건 사람들이 바디프랜드가 정수기를 판다는 걸 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정수기 시장은 구독 서비스고, 브랜드를 갈아타도록 하는 비용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바디프렌드가 정수기 사업을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 알게 됐고, 다음 계약 종료 시점에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높아진 인지도는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 때 결국 도움이 된다. 이 광고로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지는 향후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듯하다. 인지도 상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익명 요한 스타트업 출신 마케터

매체 집행 면에서 사측의 준비가 엿보였다. 주말에 페이스북인가 유튜브를 보다 해당 광고를 접했고 ‘이 광고 뭐지?’하고 봤는데, 바로 그날 메인뉴스 광고로 집행하고 주말에 홈쇼핑에서도 연계해 판매하더라. 모바일, TV, 커머스를 다 연결했다. 그리고 일단 본 사람은 긍정이든 부정이든 반응을 다 한다.

지난 주말에 시작한 듯한데, 광고로서는 대단히 히트한 거다. 기본적으로 광고는 눈길을 끌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충족시켰다. 정수기를 알리고, 바디프랜드 정수기라는 것도 알리는 데 성공했다면 본질적인 목적이라는 측면에서는 괜찮지 않았나 싶다.

정통 광고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선을 끈 시도인 건 맞다. 바디프랜드는 이전에도 의자왕을 소재로 한 병맛 광고를 장초수로 집행한 적이 있다. 브랜드를 갖고 콘텐츠화해서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데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이전 광고물과 겹쳐 보이면서 본인만의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드러내는 듯하다. 아무튼 눈길을 끄는 데는 크게 성공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광고ㆍ커뮤니케이션 업계 16년차 이응탁 부장

뜬금포란 느낌이다. ‘바꿔’라는 메시지 때문에 이정현을 모델로 기용한 듯한데, 이 광고를 왜 이 비용을 들여서 했는지 궁금하다.

광고를 보면 사실 제작이 엄청 고퀄리티다. 편집CG만 보더라도 고예산이다. 게다가 종편과 공중파 메인뉴스 시간대에 2분 분량 광고라면야 돈을 엄청 들인 건데, ‘왜’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광고 목적이 우리가 정수기 사업도 한다는 걸 알리는 데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긴 (광고 집행) 시간이 필요했을까 싶다. 이정도 예산을 들였다면 좀 더 전략적 접근을 취했어야 하지 않을까.

브랜드 인지가 주목적이었다면 낙제점은 아니나 그렇더라도 전체적으로 뜬금포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 타깃과 포지셔닝을 무엇으로 삼았는지 몰라 언급하긴 조심스럽지만, 광고하는 사람들 특유의 분석적 시각이 보이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를 시켰어도 소위 너무 ‘깨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정수기는 고관여제품이라 일반 소비재처럼 쉽게 선택하는 제품이 아니다. 후발주자라서 ‘바꿔’를 주 메시지로 잡았는데, 그래도 물이 깨끗하다거나 녹이 안 나온다거나 뭔가 바꿀 동기를 만들어줄 전략적 메시지가 필요했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광고는 탑다운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익명을 요한 프로덕션 종사자

평소 구매 시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걸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광고를 보고 ‘이게 뭐야’라며 한참 웃기는 했다. 막 호감 가는 광고는 아니라 굳이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도 않는다. 정수기 색은 예쁜데, 맑은 물이 나올 것 같은 이미지는 아니다. 광고가 너무 장난 같아서 오히려 싫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 브랜드에 대한 인지는 못 했음)

30대 주부 채소라씨

광고가 병맛이라 그냥 웃기다. 그런데 브랜드는 안 궁금하다. ‘바꿔’를 보면 나같은 경우는 선거만 생각난다. 요즘 워낙 레트로 레트로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먹힐 수도 있을 것 같다. 메인뉴스 끝나고 바로 나왔다니 광고주가 돈이 많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근데 회사 이름이 나왔나? 온통 이정현 밖에 안 나오던데…

30대 직장인 김영미씨

일단 처음부터 좀 오글거려서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 정수기 광고를 이렇게까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다른 정수기 광고와 차별성이 있어서 한 번 더 보게 된 것 같다. 사실 바디프랜드하면 안마의자밖에 생각이 안 나서 정수기는 생소한 면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것 때문에 이게 뭘까 더 집중해서 본 건 있는 것 같다. 어떤 정수기길래 이렇게 광고하나 싶어 검색까지 해봤다.(웃음) 개인적으로 과장되고 오글거리는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해서 큰 호감은 없지만, 특이해서 관심은 확실히 끈 것 같다.

20대 직장인 이수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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