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박능후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조희연·박능후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3.1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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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코로나19 대책 관련 잇단 구설
여러 이해관계자 두루 고려한 원칙, 위기 대응 필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잇단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잇단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뉴시스

[더피알=안해준 기자] “위기상황일수록 조직의 문화와 본심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이 씁쓸하게 다가온 한주였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조직의 수장들이 잇달아 실언하면서다. 국가적 위기 상황 관리에 몰두한 나머지, 핵심 커뮤니케이션 대상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돌출 발언으로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SNS에 쓴 글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지난 15일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는데 후자에 대해선 개학이 추가로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게재한 것이 온갖 해석을 낳았다.  

개학 연기에 따라 생계 위협을 받는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정규직 교원을 지칭하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는 표현이 문제였다.

마치 정규직 교직원들이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돈만 받아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불필요한 편가르기를 야기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시교육청 게시판 민원은 물론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조 교육감은 결국 SNS를 통해 사과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 정국에서 애쓰는 의료진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마스크 부족 상황과 관련해 “의료진이 마스크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관련 의료기관이 충분히 가용 가능한 마스크와 방호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곧장 대한의사협회는 “목숨을 걸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의료진을 모욕하고 허탈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보다도 독한 망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협회 의견을 차치하더라도 박 장관의 인식은 마스크를 아끼기 위해 일회용 제품을 며칠에 나눠 착용한다는 뉴스 속 간호사들의 말과도 거리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의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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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이란 최우선 과제 앞에 이같은 설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관 수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 중 핵심 대상을 두루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나’ 혹은 ‘우리’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고민만큼 해당 발언이 핵심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숙고하지 않았다.

일반 기업들의 대응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을 징계한다는 메일을 보낸 한 대기업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샀다. 또 주말 간 직원들에게 동선을 일일이 보고하라고 지시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있다. 평상시 내부 구성원을 대하는 자세가 위기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이 우선시 돼야 하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균형감을 잃은 커뮤니케이션은 오히려 조직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구성원들의 불만과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만 낳을 우려가 있다. 많은 전문가가 정확한 상황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리더들은 자리의 무게만큼이나 공식 발언도 무거워야 한다. 무엇보다 용어와 표현 선택에 있어 보다 전략적이어야 한다. 코로나19란 전시 상황을 컨트롤하는 세밀한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책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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