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선거가 재밌다? 고정관념 깨는 손들
정치와 선거가 재밌다? 고정관념 깨는 손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3.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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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유형테스트, 게임, 투어, 축제 등 각양각색 접근법
코로나19 정국 속 유권자 무관심 커…젊은층 인식 개선 주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1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보안자문위원들에게 사전투표운용장비 시연 설명 및 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1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보안자문위원들에게 사전투표운용장비 시연 설명 및 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정수환 기자] 복잡한 정치, 난해한 선거의 세계를 쉽게 알려주고, 나아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그들에게 정치는 무관심의 영역이다. 맨날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 모습에 거부감이 있는데다 모르는 개념과 단어도 많고, 따라잡기엔 너무 방대한 이슈 투성이다. 당장 내 삶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엔 정보가 너무 많고 산발적이라 찾는 것도 어렵다. 내가 행사한 표가 어떤 영향력을 갖는지 한 번에 와 닿지 않는다. 특히 올해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이하 4·15 총선)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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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같은 밀레니얼들이 알기 쉬운 가이드북으로, 때로는 게임으로 정치와 선거를 알려준다. 재미있는 정치를 통해 선거에 관심을 갖고, 선거에 관심을 가지며 정치를 알아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와 선거의 선순환을 이뤄내려 하고 있다. 또 공공에서는 정치를 다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들려는 물밑 노력이 한창이다. 

선거를 쉽고 재미있게

선거를 알려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가장 쉬운 것은 ‘이미지’ 활용이다.

스튜디오 하프-보틀의 ‘전국투표전도 2020: 나의 선택을 돕는 국회선거 가이드’는 자칭 정치덕후 디자이너가 만든 가이드북이다. 글과 표 중심의 가이드에서 벗어나 일러스트, 인포그래픽 등을 포함해 시각적 편의를 제공한다. 2018년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후, 좋은 반응에 힘입어 2020년 버전으로 새로운 펀딩을 시작했다.

하프-보틀 측은 “중앙언론에서는 여전히 어떤 후보가 종로구에 출마한다더라, 어느 당에서 인재영입 제N호로 누구를 내세우더라 하는 이야기만 돌아다닌다”며 “이래갖고는 유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당과 후보를 찾아서 국회로 보낼 수 있을까?”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기에 유권자가 정말로 궁금해 할 내용을 선별해 총 6권으로 분할, 인포그래픽과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냈다. 어떤 정당이 있는지, 국회와 국회의원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투표할 때 염두 해야 할 역대 선거구도와 이슈는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전국투표전도 2020 : 나의 선택을 돕는 국회선거 가이드
전국투표전도 2020 : 나의 선택을 돕는 국회선거 가이드

선거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로또, ‘국민투표로또’도 올해 다시 돌아온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도 나타난 국민투표로또는 선거를 하나의 ‘놀이’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후원을 통해 로또 금액을 모금한다. 이어 선거일이 되면 유권자들은 해당 사이트에 자신이 선거를 즐기고 있는 인증 사진을 올린다. 이후 선거를 마치면,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 모금액을 나누는 방식이다. 실제로 수백만의 유권자들이 지난 선거에 참여를 했던 만큼 이번 선거에도 투표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만드는 정치교육

우리나라 정치교육에 불만을 제기하며 정치를 재미있게 알려주고 참여를 촉구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자신과 같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콘텐츠를 제작한 ‘좌충우돌 전국청년정치네트워크’는 2019년 가을, 정치덕후 두 명이 모여 시작됐다. 쉽고 재미있는 정치교육을 표방하며 5개월간 SNS에 ‘국회과부도’라는 게시물을 연재했고, 최근 펀딩을 진행해 ‘국회과부도’ 책을 펴내기도 했다.

공교육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자연스레 익히게 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치교육이 빈약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사회’라는 과목 안에 모든 게 존재하니 ‘정치와 선거’ 관련 내용도 짧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인이 돼 정보를 접하려고 해도 전문적인 단어로만 구성돼 있어 접근이 어렵다.

좌충우돌 전국청년정치네트워크 구아윤 대표는 “청년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고 재미있고 새로운 정치교육에 목말라 있다. ‘국회과부도’를 통해 어려운 정치 개념과 이슈를 쉽게 풀어 설명해주기로 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구 대표는 “매번 선거의 투표율이 생각보다 낮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이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좀 더 쉽고 재미있으며,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우리가 왜 투표해야 하는지 알려서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기로 한 네트워킹 행사가 잠정 연기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들의 방식으로 또 다른 활동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구 대표는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적 의견과 생각을 담기 위해 ‘여의도 옆 신문고(가칭)’를 운영해 투고를 받을 계획이다. 유권자인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을 밝히고, 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을 펼쳐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좌충우돌 전국청년정치네트워크의 국회과부도
좌충우돌 전국청년정치네트워크의 국회과부도

게임북을 통해 나의 정치 성향을 판단할 수도 있다. 최근 ‘힐데와소피’ 출판사에서 펴낸 ‘나는 통일을 OO합니다’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촉각을 곤두세울 ‘통일’에 대한 유형을 여섯 가지(흡수통일, 연방제, 합의통일, 현상유지, 연합제, 평화체제)로 나누고 유형테스트 및 게임을 통해 그 유형을 찾아가게 만들었다.

역시 시작은 교육의 부재였다. 참신한 통일교육, 남북관계의 역사와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깔려 있다. 고민 끝에 출판사를 차려 책을 내게 됐다.

김애란 힐데와소피 공동대표는 “일반 대중들에게 ‘통일’이란 주제는 어렵고 지루하다. 그 근본 원인에는 통일 문제에 공감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당위성만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통일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등)를 인지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찬반의 이분법이 아닌 유형테스트를 통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숙고해서 6가지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게끔 했다”며 밝혔다.

게임북의 형태로 구성한 책, '나는 통일을 OO합니다'
게임북의 형태로 구성한 책, '나는 통일을 OO합니다'

정치를 소재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정치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칠리펀트’의 움직임도 눈여겨볼만 하다.

박신수진 칠리펀트 대표는 “정치 전공을 하며 정치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알게된 후, 이 개념을 적용해 정치를 쉽고 재미있게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교구를 제작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모의출마키트, 정치유형체크키트 등의 키트와 사법체계, 공직사회, 의회정치, 국가원수 체제 등을 본 따 만든 보드게임들다.

칠리펀트는 정치를 소재로 한 ‘정치투어’도 진행 중이며, 청년과 청소년이 함께 정치놀이공부를 하고 일정을 마친 후 청소년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이들이 직접 준비한 부스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를 기획중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언제 열릴지는 미정이다”고 전했다.

칠리펀트의 '모의 출마 키트'
칠리펀트의 '모의 출마 키트'

공공이 만드는 정치축제

스웨덴의 알메달렌, 덴마크의 폴케뫼르 등 북유럽식 정치박람회 모델을 벤치마킹한 사례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 ‘유권자정치페스티벌’, ‘경기도민 정책축제’ 등 공공발(發) 축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북유럽 정치박람회 모델의 경우 국민과 정치인이 만나 공공의 문제나 정책 등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며 ‘모두 함께 정치를 즐기는 축제’라는 평을 듣는다. 

유권자정치페스티벌을 기획한 선거연수원 측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18년도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완전한 민주주의(Flawed democracy)에 포함돼있다. 정치참여와 정치문화에 대한 평가가 완전한 민주주의 국과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정치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정치축제’에서 찾았다. 

2019 유권자정치페스티벌 개최 당시 모습. 중앙선관위 제공.
2019 유권자정치페스티벌 개최 당시 모습. 중앙선관위 제공.

유권자정치페스티벌은 ‘유권자가 만드는 정치, 유권자가 즐기는 축제’라는 슬로건과 함께 유권자를 축제의 주최자로 내세운다. 유권자와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그렇게 ‘2019정치스타트업대전’,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원과 성격 세미나’ 등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생소하지만 신선했고, 청년 정책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등 시민들의 괜찮은 반응이 오갔다며 주최 측은 당시 현장 반응을 전했다.

선거연수원 관계자는 “올해 10월 말에 축제가 기획돼있다. 4·15 총선과 관련한 유권자의 선택과 그 결과들에 대해 자유롭고 활발한 공론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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