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노’ ‘쌉파서블’ ‘가조쿠’…인터넷방송 언어에는 한계가 없다?
‘레게노’ ‘쌉파서블’ ‘가조쿠’…인터넷방송 언어에는 한계가 없다?
  • 김진환 (jh85110@gmail.com)
  • 승인 2020.03.20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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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크리에이터 유행어의 일상 침투
밀레니얼 관심사 기반 공동체 형성, 무분별한 사용 우려도
유튜버 우왁굳의 유행어를 딴 이모티콘들. 이들의 방송 유행어는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튜버 우왁굳의 유행어를 딴 이모티콘들. 이들의 방송 유행어는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피알=김진환 대학생 기자] ‘Broadcast Yourself’(너 자신을 방송하라)라는 유튜브의 표어가 2005년 등장한 이래로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 방송이 하나의 대중 매체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인터넷 방송인의 위상 또한 연예인 못지않은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됐다. 흔히 플랫폼에 따라 BJ(아프리카TV), 스트리머(트위치), 유튜버(유튜브)라 칭하다가 요즘엔 포괄적으로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라고도 부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장래 희망 순위에 ‘크리에이터’가 3위로 올라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은 이를 즐겨보는 MZ세대의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394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TV BJ인 ‘보겸’은 실시간 방송 시청자 수가 평균 1만명 이상인 유명 인플루언서다. 구독자의 연령층은 10~20대로, 게임 방송을 주 콘텐츠로 하고 있다.

보겸은 ‘보이루’(보겸+하이루), ‘가조쿠’(구독자를 가족으로 부르는 애칭), ‘이꾸요잇’(가자를 뜻하는 일본어 ‘이끄’+애니메이션 캐릭터 말투 ‘~요이’) 등 다양한 유행어를 갖고 있다. 구독자들은 실생활에서 유행어를 사용하면서 그들만의 문화 유대를 쌓는다. 특정 방송인의 시청자, 구독자라는 이유로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루’의 경우, 최근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혐(여성 혐오)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 단어의 뜻이 실제로 성차별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듣는 이의 입장에서 거부감이 든다면 사용 가능 여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때 재미있는 상황을 겪게 될 때 ‘레전드(LEGEND)’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했다. 최근 이 ‘레전드’가 ‘레게노’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얼핏 들으면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 같지만, ‘우왁굳’의 방송에서 레전드(LEGEND)를 레게노(LEGENO)라고 잘못 발음하는 해프닝 이후 만들어진 단어다. 그때부터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시청자들은 댓글창에 ‘레게노’라고 외쳤고, 우왁굳 또한 자신의 유행어로 사용하게 됐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서 방송인이 비속어가 섞인 욕을 하는 상황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비방과 욕설 사용에 대한 심의가 강화되면서 방송인들은 약간의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쌉’이라는 접두사다. 이 단어 또한 인터넷 방송인들이 유행시킨 단어 가운데 하나다. ‘쌉’은 매우라는 뜻으로 ‘쌉파서블’, ‘쌉고수’, ‘쌉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고, 발음하기가 어렵지 않아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공채 지원자들이 받은 알림문자.
공채 지원자들이 받은 알림문자.

또한 최근 기업 입사지원 관련 문자에서 담당자가 ‘쌉가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된 바도 있다. 가벼운 상황이 아닌 공채 지원이라는 공적인 상황에서 쓰이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고, 회사 측은 사과 문자를 전송했다.
 

“너 이 방송 봐? 레게노”

“나 쌉고수!”

내가 쓰는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에게 오히려 “이것도 몰라?”라고 당당히 말하는 시대가 됐다. 전체보다는 ‘나’를 우선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신조어’ 사용은 ‘인싸’(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가 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10년 뒤에는 ‘정말’, ‘진짜’가 아니라 ‘쌉’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될지도 모른다.

이같은 언어 사용이 하나의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소통 윤활제로 작용할지, 불쾌감을 주는 기제로 작용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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