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시대 종말에 대비하는 법
쿠키 시대 종말에 대비하는 법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3.2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케팅 회사들, 샌드박스 공개 내용 모호해 곤혹
데이터 추적 한계로 ROI 입증에도 적신호
구글이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애드테크 회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글이 쿠키 종말시대를 고했다.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애드테크 회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글로벌 웹브라우저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구글 크롬에서 서드파티(제 3자 사이트) 쿠키 지원을 2년 내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업계 파장이 일었다. 

전미광고주협회(ANA)는 광고회사들이 주축이 된 미국광고대행사협회(4A)와 공동으로 “구글의 행보는 웹 경제 인프라 일부를 파괴할 것”이라며 “업계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는가 하면 글로벌 리마케팅기업 크리테오는 구글의 발표 당일 주가가 16% 급락하는 곤혹을 겪었다. 

▷관련기사: 크롬발 디지털 지각변동

국내 애드테크 기업들 역시 쿠키 정책 변화로 일정 부분 걱정이 드리운 모습이다. 콘텐츠 추천 솔루션이나 타깃팅 광고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이용자 방문 이력과 같은 데이터를 서드파티 쿠키를 통해 확보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국내 한 업체 대표는 “설마 (차단) 할까.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내 광고 업체들끼리 연락해 공동 대응하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게 딱히 도움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심정을 내비쳤다.

운명공동체 된 매체사-애드테크사

구글에서 마련하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에 막연한 기대를 걸면서도 공개된 내용이 너무 한정적이라 판단이 어렵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웹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타깃 광고가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각 개인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나 쿠키 데이터가 아닌 구글이 제공하는 카테고리별 유저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팅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광고주가 구글이 제공하는 API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구를 개발할 2년여의 유예시간을 주었다. 다만 업계에선 샌드박스 허용범위를 몰라 여전히 대응 방향에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NHN의 디지털 광고 플랫폼사인 NHN ACE도 구글의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NHN 홍보 담당은 “(구글)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업계 전반에서 당황하는 분위기이나,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다”며 “구글이 추가적으로 제시할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드테크 업계는 구글이 제시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에 막연한 기대를 걸면서도 허용범위가 아직 불명확해 대응 방향에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애드테크 업계는 구글이 제시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에 막연한 기대를 걸면서도 허용범위가 아직 불명확해 대응 방향에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이번 조치로 구글 의존도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양준모 온누리DMC 대표는 “광고주들은 (크롬 정책 변경으로) 오디언스 및 리타깃팅 솔루션의 광고 효율이 떨어지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기존 애드테크사와 매체사가 같이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전문가 12인이 말하는 2020년 미디어·트렌드 12가지

매체사의 경우 보통 타깃 광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을 통해 광고를 공급받고 있다. 쿠키 차단으로 기존 애드테크사의 타깃 정확도가 떨어지면 매체사 또한 매출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다.

실제 구글은 제 3자 쿠키 지원 중단을 고려하면서 지난해 자체 테스트를 진행, 제휴매체사 매출이 평균 52% 감소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테스트에서 사용자가 배너 광고 창을 닫는 행위는 21% 증가하기도 했다. 광고를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광고에 관심이 없다”거나 “이 광고를 여러번 본다”는 이용자 응답도 늘었다. 비개인화된 광고에 더 큰 불만을 표한다는 결론이다.

구글의 경우 원래부터 서드파티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았기에 이번 조치로 큰 영향이 없을 거란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구글 관계자는 “구글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과 관련해 DV360(정확한 타깃 오디언스 도달을 목표로 하는 구글의 실시간 자동 광고거래 플랫폼)과 구글 애즈(Google Ads) 작동 방식에는 즉각적인 변경사항이 없다”며 “마케팅 담당자가 쿠키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도 광고 집행 및 실적 측정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 천하에 도전하는 컨소시엄

서드파티 쿠키를 적극 활용해 온 애드테크 기업의 어려움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아예 답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애드테크기업 더트레이드데스크의 경우 통합 ID 솔루션을 이용해 서드파티 쿠키를 사용하지 않고도 타깃 광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각 제휴 매체에 ID솔루션을 삽입해 퍼스트파티 쿠키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오디언스 정보를 얻는 것이다. 일종의 우회인데, 유의미한 모수를 얻기 위해 일일이 엄청난 수의 매체와 제휴를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더트레이드데스크 런던 사무실.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 등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총 122억9200만 달러(약 14조2000억원)에 달하는 애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트레이드데스크 런던 사무실.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 등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총 122억9200만 달러(약 14조2000억원)에 달하는 애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트레이드데스크는 자신들이 개발한 통합 ID 솔루션을 관련 업계에 무료로 제공해 일종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컨소시엄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게 된다. 양준모 온누리DMC 대표는 “더트레이드데스크가 서드파티 쿠키를 쓰지 않은 지는 2~3년 정도 됐다”며 “구글이 쿠키 차단 시점을 2년 후로 잡은 것도 이 기간 업계가 알아서 ID 솔루션 등을 만들라는 일종의 유예 기간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테오 역시 CTO 칼럼에서 공통된 범용 ID를 공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World Wide Web 컨소시엄(W3C)이나 미디어 검증 위원회(MRC), 양방향 광고협회(IAB) 등 표준 기반 조직이나 정부 기관의 참여를 촉구했다. 제도화된 환경을 구축해 이해관계가 얽힌 경쟁사끼리도 믿고 결속할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타깃 광고를 취급하던 회사들은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앱을 통한 데이터 분석은 어떤 앱을 얼마나 사용하고 어디를 자주 가는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기존 웹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꾸리던 애드테크 회사들도 앱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점점 ‘쿠키 없는 세계’로 향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앱 매체 비즈니스에서는 각 제휴앱에 광고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설치해 허용범위 내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데, 앱이 무거워지거나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적화시키는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텍스트(문맥) 타깃팅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관련 기사에는 자동차 광고를 싣는 식으로, 콘텐츠 내용과 연관성 있는 광고들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웹을 방문한 이용자의 ‘행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팅 했다면 이제는 콘텐츠 ‘문맥’을 따져 광고를 추천하는 전략이 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서드파티 쿠키를 차단하면 소셜미디어 계정을 사용해 다수 사이트에 로그인하는 서비스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 소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지온 라이브리의 경우 최근 크롬 정책 변화를 반영해 로그인 방식을 변경했다. 이 회사 박재용 파트장은 “세션 쿠키를 통해 서비스를 지원하다 이제는 페이스북 등에서 로그인을 했다는 응답값만 받는 방식(OAUTH)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다른 솔루션 제공사들도 OAUTH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기에 업계 전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쿠키를 끌어오는 방식을 이용했다면 변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파트장은 “별도 콘텐츠 추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쿠키 정보를 끌어오는 방식 대신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댓글 및 조회 등 직접적인 데이터(First Party Data)로 수집해 제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시 불확실성의 시대로

쿠키 종말 시대 광고주에게는 ROI(투자자본수익률) 추적이 어려워진다는 과제가 주어진다. 타깃 광고의 정밀도가 떨어지면 ‘전환’(conversion) 경로 추적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고객이 각 접점에서 발생시킨 수익에 대한 매체별 기여도를 따져야 하는데, 정확하게 데이터로 측정하지 못하고 막연히 추측했던 과거로 회기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각 매체가 매출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효율적인 예산 집행 역시 쉽지 않다. 어떤 매체에 대한 투자를 정당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소리다.

양 대표는 “구글 애드버타이징 아이디(GAID)를 이용해도 앱에 부여되는 아이디라 브라우저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건 쿠키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며 “몇 시간 동안 이용했는지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 정도만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각 매체사에서 세부적인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수밖에 없는데, 국내 애드테크 회사들이 ID 솔루션 등을 만들어 기술적 물꼬를 터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자체 DMP(데이터 관리 플랫폼) 구축에 관심을 갖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구글 등 외부에만 의존해왔다면 이제 자사(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든 확인하고 자산화해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읽힌다. 삼성전자, LG하우시스 등은 지난해부터 어도비를 통해 자체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경구 위시미디어 대표는 “구글을 떠나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DMP를 구축한 회사가 외부 정책 변화에 영향을 덜 받게 된다”며 “내 홈페이지에 고객이 몇 번 접속했고 어떤 액션을 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쿠키 정보보다 가치 있다”고 말했다.

DMP 구축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자체 서버 구축부터 전문 인력까지 필요하기에 그렇다. 중소형 회사들의 경우 자체 구축보다 플랫폼 회사와 계약을 통해 DMP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