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SBS의 조주빈 신상 단독공개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SBS의 조주빈 신상 단독공개
  • 안해준, 정수환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3.27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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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보다 한발 앞서 피의자 신상공개
법적문제 없지만 과도한 취재경쟁과 상업성 우려

매주 주목할 이슈를 하나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SBS가 'n번방 사건'의 피의자 조주빈의 신상정보는 지난 23일 단독 보도했다. 유튜브 캡처
SBS가 'n번방 사건' 피의자 조주빈의 신상정보를 지난 23일 단독보도했다. 유튜브 캡처(*이미지 클릭시 관련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이슈 선정 이유

국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공개는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절차에 따라 인권, 수사진행, 범죄 피해 방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서 자체적으로 공개 여부를 판단해 먼저 보도하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남들보다 하루 먼저 긁어줬지만 그 의도에 관해선 여러 해석이 따라온다. 

사건 요약

지난 23일 SBS 8시 뉴스에서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경찰에 검거된 ‘박사’ 조주빈의 신상을 단독 공개했다. 경찰은 다음날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상황

SBS는 보도 당시 ‘국민의 알권리와 추가 피해를 막고 수사에 도움을 주자는 차원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보도했지만 일각에선 단독 보도를 위한 상업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보다 하루 빠른 보도라는 점에서도 뒷말을 낳고 있다.

주목할 키워드

피의자 신상공개, 언론보도, 알권리, 국민정서

전문가

양재규 변호사,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코멘트

양재규 변호사: 먼저 원론적인 부분부터 짚어본다면, SBS가 경찰보다 하루 먼저 조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약칭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하는 데 있어 해당 조건을 준수해야 할 적용대상은 경찰이다.(해당 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지칭한다) 언론은 통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영상기자협회가 발간한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는 수사기관보다 먼저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범국민적으로 관심을 받고 영향을 주는 사건이나 이슈라면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공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결국 SBS처럼 언론사의 판단에 따라 수사기관보다 먼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철저히 언론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을 때 따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SBS도 보도 당시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 특종과 단독처럼 상업성 있는 보도라 여겨진다. 자신들이 먼저 신상정보를 공개해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상업적인 보도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같은 보도가 많아진다면 과도하고 자극적인 취재경쟁과 무질서로 인한 혼란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김서중 교수: 우선 이 사건에 신상공개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신상공개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고, 밝혀내기 어려웠던 범죄를 다시 밝혀낼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서를 만족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조주빈의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하고 지탄받아야 한다. 다만 조주빈의 경우 익명으로 활동을 했고, 따라서 그 사람의 신상을 공개해 다른 범죄를 밝혀낼 수도 없으므로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하는 사항은 아니다. 신상 공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SBS 보도는 신상공개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다른 언론보다 한발 빠르게 국민적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의 정보를 경쟁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SBS는 신상공개에 신중하지도 못했고, 신상공개를 일종의 경쟁적 속성으로 취급했다는 문제가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는 뭐든지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사람들이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설사 신상정보공개위원회에서 심의 결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도 필요한 만큼만 알려야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경쟁적으로 이것저것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언론은 앞으로 ‘국민적 감정’을 내세워 압박하며 자신들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려 할 수도 있다. 만약 신상정보공개위원회에서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어도, 클릭수를 더 높이기 위해 슬쩍 공개해버린 뒤, 국민정서를 고려했다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많은 사람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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